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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벌은 독침도 없고 꿀도 생산하지 않는다

꿀벌만 꽃가루 매개자가 아니다

  • 기자명 정승호 기자
  • 입력 2018.04.16 08:55
  • 수정 2018.04.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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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정승호 기자]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뒤영벌의 얼굴. 작고 사랑스러운 콧수염이 달려 있다.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뒤영벌의 얼굴. 작고 사랑스러운 콧수염이 달려 있다.


대부분의 벌들은 혼자 생활한다. 이는 정말 의외의 사실이다. 특히 군집붕괴현상에 대한 글을 통해 벌에 대해 알게 되고 비행기에서라도 영화 <꿀벌 대소동>을 보았던 사람이라면 더욱 의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을 통통하고 윙윙거리며 나무에 매달린 벌집에서 무리를 지어 사는 곤충으로 알고 있다. 벌이 땅에 구멍을 파서 알을 낳는 작고 날씬한 곤충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벌들은 독신으로 살아가는 작은 생물이다. 대부분의 벌은 독침도 없고 꿀도 생산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잘못된 지식을 알아왔던 사람은 의외로 많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99%의 사람이 벌을 생태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생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의 종수가 1,000종도 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50종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약 4,000종에 달한다. 이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사진 속의 벌과 벌이 아닌 곤충을 구분하지도 못했다. 아마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벌이 몇 종이나 있는지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벌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다” 어쩌면 그게 요점일지도 모른다. 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라도 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자격은 충분하다. 그러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대상을 구하기는 어렵다. 군집붕괴현상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벌 보호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벌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은 알아야 한다. 몇 가지 사실들을 알아보자.
 

펜실베니아에서 잡힌 뒤영벌을 규정된 벌 세척 방식에 따라 아세톤으로 세척하고 급속 건조시켰다.
펜실베니아에서 잡힌 뒤영벌을 규정된 벌 세척 방식에 따라 아세톤으로 세척하고 급속 건조시켰다.


꿀벌만 꽃가루 매개자가 아니다

전 세계 작물의 14%만이 꿀벌로부터 상당 부분의 꽃가루 매개를 받는다. 나머지는 야생벌이나 다른 벌들이 한다. 수천 종이나 되는 벌들(그 대부분이 혼자서 산다)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어마어마한 양의 꽃가루 매개가 일어나는 것이다.

꿀벌은 화려한 벌집을 만들어 살기 때문에 PR 효과를 많이 받았다. 자연 상태의 꿀벌은 덩치가 크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뒷마당에 꿀벌 통을 놔두고 있는 집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꿀벌은 어디에나 대량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농업의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농장에 꽃가루 매개자가 필요하다면 농장 한 가운데에 벌통을 놔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꿀벌들이 알아서 한다.

야생 벌들은 좀 더 수줍다. 이들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기술팀 같다. 이들의 존재를 알아채기는 어렵지만 쇼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이들이다. 모두의 이목은 스타에게 쏠려 있지만 이들 기술팀이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진정한 MVP는 야생벌인데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꽃가루 매개는 야생벌이 한다. 꿀벌이 꽃가루 매개에 의외로 적합지 않은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다. 많은 식물의 꽃은 너무 크거나 작아서 꿀벌이 앉을 수 없다. 야생벌을 포함한 다른 꽃가루 매개자들은 이런 곳을 파고든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런 꽃가루 매개자들은 수박, 블루베리, 사과, 토마토의 꽃가루 매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식물의 꽃가루 매개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야생벌들은 보통 크기가 작고 요란스럽지 않으며 혼자 다니므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표본 획득에는 벌 진공 흡입기를 사용한다. 사실 벌 진공 흡입기라는 용어는 비공식 용어고, 미국 지질조사국의 벌 매뉴얼에 따르면 성능을 높인 블랙 앤 데커 18볼트 플래티넘 시리즈 무선 휴대형 진공 흡입기를 권한다. 만약 충분한 수의 일반인들이 과학 목적으로 벌 표본을 수집했다고 해도 이 표본들은 적절한 취급을 통해 미국지질조사국의 야생벌 일람 작성 및 관찰 연구소의 샘 드뢰지 같은 전문가들에게 보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의 종류를 분간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속만 제대로 구분해도 대단한 것이다. 개별 유형을 분류하려면 숙련된 전문가의 눈길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러한 분류 작업은 현장에서는 절대 안 되고 현미경을 가지고 해도 어려운 일이다.

야생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벌의 종류가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처한 위기의 크기조차 알기 어렵다.
 

요세미티에서 발견된 석공벌
요세미티에서 발견된 석공벌
뉴 멕시코에서 발견된 노미아 폭시 벌은 사랑스러운 진주빛 줄무늬를 지니고 있다.
뉴 멕시코에서 발견된 노미아 폭시 벌은 사랑스러운 진주빛 줄무늬를 지니고 있다.


벌을 돕는 방법

이제 현실적인 방법을 알아야한다. 벌을 보호하고 싶고 그들의 생존을 돕고 싶다면 실질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집의 잔디밭을 없애라. 깨끗한 녹색 잔디밭은 야생벌에게 매우 나쁜 환경이다. 야생벌은 꽃이 많은 야생 식물들 속에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잘 정돈된 잔디밭은 야생벌에게 건조한 사막 같은 황무지다. 만약 잔디밭을 너무 사랑해서 야생 식물을 기를 수 없다면 그 주변에 야생화를 심어라. 여전히 잔디밭은 보기 좋고 야생화들이 이국적인 향취를 더해줄 것이다. 야생벌의 작은 거주구를 만든다면 야생벌들이 꽃가루 매개를 하여 열매를 맺어줄 수 있다.

더 좋은 것은 도시에 사는 것이다. 교외 생활은 생태계를 파괴한다. 생태학적인 입장에서 볼 때 사람들을 좁은 곳에 몰아넣고 그 주변의 자연은 방치하는 것이다. 이게 싫다면 집에 야생화를 심으면 된다. 어떤 것이건 그 이상 쉬울 수 없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Sara Chodo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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