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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홍,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로봇을 꿈꾸다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8.08.14 09:46
  • 수정 2018.08.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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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 이동훈 기자]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어 본 미래가 있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해 주고, 더 나아가 인간의 친구가 되어 삶의 질을 높여주는 미래다. 데니스 홍 교수는 그러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연구자다. 얼마 전 새로운 한국어 저서도 낸 그를 직접 만나 그의 연구 세계를 들어 보았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0여년 전인 1977년,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한 편의 영화가 있었다. 바로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영화 '스타 워즈(Star Wars)'였다. 이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고, 올해인 2018년까지 속편이 나올 줄은 아마 루카스 감독도 몰랐을 것이다.

'스타 워즈'는 영화계에만 큰 파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이 영화를 본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 사람들 중에는 개봉 당시 6살 소년이었던 홍원서도 있었다. 그는 영화에 나오는 두 로봇, C3PO와 R2D2를 보고 자신도 언젠가는 그런 로봇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소년은 현재 UCLA(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 앤젤레스 캠퍼스)의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이자 로멜라(RoMeLa: Robotics & Mechanisms Laboratory, 로봇공학 및 메커니즘 연구소)의 소장으로 일하면서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의 더 널리 알려진 영어 이명은 바로 데니스 홍(Dennis Hong)이다.

데니스 홍은 1971년 1월 24일 미국 로스 앤젤레스에서 출생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3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대학(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2학년까지 지냈다. 그러나 학교 앞에 “서점보다 막걸리집이 더 많은” 한국 대학가의 풍토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 기계공학과로 편입, 졸업했다. 이후 그는 퍼듀 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동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3년에는 버지니아 테크 대학 기계공학부 교수로 임용되면서 로멜라를 설립했다. 2009년에는 본지가 선정한 '10대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뽑히기도 했다. 2014년에는 현 직장인 UCLA로 로멜라와 함께 이적해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6월말 새로운 저서의 홍보 및 강연을 위해 내한한 그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기자가 만난 이런저런 연구자들 중에서도 단연 튀는 인물이었다. 편안한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그의 말투와 표정은 아이처럼 쾌활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 하고도 소통하는 법을 잘 아는 것도 느껴졌다. 일반인들은 연구자라면 세상 물정 모르고 연구실에서 공부만 하는 백면서생이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하지만 데니스 홍의 첫인상은 그런 선입견을 완벽히 깨뜨렸다.

 

취재 중 자신을 알아보는 팬과 셀카를 찍는 데니스 홍 교수
취재 중 자신을 알아보는 팬과 셀카를 찍는 데니스 홍 교수

■ 세상을 아름답게, 인간을 행복하게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로봇과 연구자들이지만, 조금만 파고 들어가 보면 각 연구자나 연구 기관별로 뚜렷한 개성이 느껴진다. 기자가 데니스 홍 교수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도 그것이었다. 본인이 다른 연구자와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가 로봇을 연구 개발할 때 갖는 ‘철학’까지도 궁금했다. 그가 매우 다양한 로봇을 만들었고, 그 로봇들 간의 공통점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역시 그런 의문을 더했다. 그가 만든 로봇들은 아메바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카이메라', 다리 3개로 움직이는 '스트라이더', 걸어다니고 축구를 하는 로봇 '다윈', 심지어는 시각장애인용 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와 성능, 컨셉과 개발 목적이 다채롭기 그지 없다.

거기에 대해 데니스 홍은 “나는 돈도 명예도 쫓지 않는다. 다만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로봇을 만든다.”고 힘주어 말한다. 동시에 그는 매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의 전공은 앞서도 비추었듯이 기계공학이다. 따라서 그가 로봇을 보는 시각은 근본적으로 기계공학적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로봇에 필요한 다른 모든 분야의 지식도 어느 정도까지는 알고 있는 T자형 인간”으로 정의한다. 그렇기에 다른 분야의 지식과 발상, 인재들을 쉽게 영입해 협업하고 지휘하여, 원하는 어떤 것이나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자신이 구현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크게 성공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따르기 시작하면 바로 발을 빼고 다른 아이디어에 손댄다고 한다. 한 마디로 사람이 너무 몰리면 재미 없기 때문이란다. 그야말로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하고 즐기는 연구자만이 가능한 대답이 아닐 수 없다.

본지의 장순관 편집장은 그가 개발한 로봇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중 에피소드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데니스 홍은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는가.” 라고 반문했다. 화재를 막는 소방 로봇 '사파이어', 재난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로봇 '토르',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 로봇 교육과 연구를 위한 로봇 '다윈'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구 중 매우 아쉬웠던 일은 있었다고 한다.

그가 DARPA(미 국방 고등 연구 기획국) 로보틱스 챌린지 대회 참가를 위해 만든 구조 로봇 '토르'는 그가 인공 근육 기술을 최초로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이 로봇은 지난 2013년 2월호 본지의 표지를 장식하며 대회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 입상할 경우 많은 상금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것과는 관련 없이 이 대회에서 입상할 경우, 이 기술이 널리 사용될 수 있게 될거라는 기대에 특히 더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2014년 UCLA로 이직하면서, '토르'를 포함해 전 직장 버지니아 테크 대학에서 만들었던 로봇들을 버지니아 테크 대학 측에 모두 몰수당하고 말았다. 자신의 최고의 작품이 될 수도 있었던,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토르'를 이제는 더 이상 만져볼 수도 없다는 것이 지금껏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라고 한다. 버지니아 테크 대학은 자신들의 대표 연구자 중 하나였던 데니스 홍의 이직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데니스 홍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UCLA로 이직하자 로봇을 포함한 그의 연구 결과물들, 심지어는 동료 연구자들도 모두 빼앗아 버린 것이었다. 어이없게도 버지니아 테크 대학은 이러고도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최종점수 0점(8점 만점)의 형편없는 성적을 냈다고 한다. 데니스 홍이 연구했던 부분인 야지 로봇 보행만 가능했을 뿐 다른 어떤 임무도 실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로봇 '토르-OP', '토르'(왼쪽부터)와 함께. (사진-Elena Zhukova, University of California)
로봇 '토르-OP', '토르'(왼쪽부터)와 함께. (사진-Elena Zhukova, University of California)

■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던 시각장애인 자동차 개발

그 외의 연구 중 기억에 남는 일로, 그는 시각장애인 자동차 개발 당시의 이야기를 꼽는다. 그는 2007년에 열린 DARPA 어반 챌린지에 참가했다. 어반 챌린지는 도시 지역에서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를 만들어 겨루는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데니스 홍의 팀은 자율주행 자동차 '오딘'으로 3위를 차지했다. 얼마 안 있어 어반 챌린지의 대회 성과에 고무된 미국 시각장애인 협회는 시각장애인 드라이버 챌린지 대회를 열었다. 단순한 자율주행자동차가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운전을 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이 대회에 관심이 없었다. 기술적 난이도는 엄청난 데 비해, 상용화 가능성이 상당히 낮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참가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데니스 홍 역시 이 대회에서 이겨봤자 그리 큰 금전적 이익이 없음을 알았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제시된 과제에 대한 큰 도전심을 느꼈다. 개발될 기술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자유와 독립, 그리고 행복을 줄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니스 홍은 학부생 12명과 예산 5,000달러로 연구팀을 꾸려 이 대회에 단독 출전했다.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들려면 우선 시각장애인에 대해서 잘 알아야 했다. 따라서 데니스 홍 팀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철저한 관찰과 대화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인 '데이빗'을 만들었다. 자동차가 센서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시각장애인 운전자에게 청각적, 촉각적 자극을 주어 정확한 운전을 지시하는 방식이었다. '데이빗'은 2009년 5월, 시각장애인을 운전자로 태우고 최초로 공터에서 주행하는데 성공했다. '워싱턴포스트' 지에서는 이를 두고 “달 착륙에 버금가는 위업”이라고까지 찬양했다.

데니스 홍은 개발 과정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우리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운전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데이빗'의 운행에 성공하자 의외의 반응이 나타났다. 비장애인들은 물론, 일부 시각장애인들까지도 시각장애인이 운전하는 차량은 너무 위험하다고 항의를 해 온 것이었다. 데니스 홍은 예기치 못한 세상의 반응에 연구 슬럼프까지 겪을 정도였다.

그러나 데니스 홍은 이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을 계속했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 저항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시각장애인으로 개조된 골프 카트인 '비비안'에 이어 도로 주행이 가능한 '브라이언'까지 만들어낸다. 브라이언은 2011년 1월 29일, 데이토나 국제 자동차 경기장에서 시각장애인 운전자의 운전을 통해 성공적으로 주행했다. 이는 실로 의미 깊은 일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한 기술일 뿐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의 성숙도도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때 '브라이언'을 만지던 시각장애인 어린이의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그의 로봇 작명 센스는 범상치 않다. 발음은 영어식 인명처럼 나오면서도, 동시에 로봇의 특징을 모두 살린 이름의 약자가 되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의 작명 센스와도 통하는 면이 있다. 데니스 홍은 그것도 연구비를 얻어내기 위한 팁이라고 설명한다. 로봇의 이름이 멋있고 기억에 쉽게 남아야 기억에 잘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봇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를 일단 모두 나열한 다음, 그 머리글자를 조합해 멋진 이름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러한 작명을 통해 로봇에 갖는 애착도 더욱 커진다고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싯구도 있지 않은가.

 

그동안 만들었던 로봇들과 함께. 왼쪽부터 '토르-RD', '토르', '찰리', '사파이어' (사진-Elena Zhukova, University of California)
그동안 만들었던 로봇들과 함께. 왼쪽부터 '토르-RD', '토르', '찰리', '사파이어' (사진-Elena Zhukova, University of California)

■ 호기심과 창의력이야말로 미래를 열어가는 힘

지금 세상은 제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얻어맞고 있다. 그 파도 중에는 로봇도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로봇이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킬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데니스 홍은 그런 걱정을 기우라고 일축한다. 일선에서 연구하는 입장에서 볼 때, 앞으로 20년 지나도 2족 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실용화조차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로봇의 발전으로 실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 마차 시대가 문을 닫고 자동차 시대가 열리자 자동차에 관련된 수많은 직업들이 새로 생기지 않았는가 말이다. 마차 시대에 자동차 보험 영업 같은 직종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는가?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로봇 관련 직종이 얼마나 생길지는 지금으로서는 쉽게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교육, 특히 과학 교육의 문제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우리나라의 교육 풍토가 싫어 미국행을 택한 인물이다. 그는 한국 교육이 질문을 못하게 하고,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한다며 비판했다. 과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의 근본은 “왜?”라는 질문이요 호기심이다. 그런 것을 막아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왜?”라고 질문하는 것을 결코 막지 않는다. 오히려 아들이 답을 알아낼 수 있도록 함께 간단한 실험도 하면서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르친다.

그는 초등학교까지의 어린아이는 공부보다는 뛰어 놀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놀이를 해야 사회성이 길러지고 창의력이 생긴다. 창의력이라고 하면 흔히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힘”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무에서 유는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창의력은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합해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분야나 안 그런 곳이 없겠지만, 특히 창의력은 로봇 공학 등 공학 연구 개발에서 매우 중요하다. 창의력이 있어야 제한된 여건 하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공지능이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창의력이다. 따라서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은 창의력을 증진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자유스럽고 편안한 학습 및 연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의 연구실은 마치 놀이터 처럼 재미있게 만들어져 있다. 로봇을 좋아 하는 사람이라면 디즈니랜드보다 더 재미있는 곳이 그의 연구실이다. 또한 '로멜라 브레인 스토밍 세션'에서는 타인의 아이디어에 처음부터 반박하지 못한다.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다음에, 나중에 가서야 그것들을 분류하고 걸러내는 것이다.

 

(왼) 2009년 본지 선정 10대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뽑힌 적이 있다. 당시의 기사를 펼쳐 들고 한 컷. (오) 당시 기사에 실린 그의 사진
(왼) 2009년 본지 선정 10대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뽑힌 적이 있다. 당시의 기사를 펼쳐 들고 한 컷. (오) 당시 기사에 실린 그의 사진

■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 더 나은 미래를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묻자 그는 “나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는 여태까지 매우 다양한 로봇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자신의 최종목표는 인류를 이롭게 하는 로봇 제작이고, 그 목표에 이르는 데는 정해진 지름길도 없고, 매우 많은 길들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새로운 상황과 기회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열어줄 수 있다.

다만 단기적인 연구과제로서 그는 '베어'를 거론했다. Back-drivable Electromechanical Actuator for Robots(로봇용 역구동 전기기계 액츄에이터)의 약자인 '베어'는 간단히 말해 인공 근육 기반의 로봇용 액츄에이터다. 현존하는 로봇 99%는 감속기를 거쳐 모터로 움직인다. 따라서 동작 시힘을 상황에 맞게 제어하기 어렵다. 로봇 팔이 작동하다가 뜻하지 않은 장애물을 건드려도 그냥 치고 나간다. 높이뛰기를 하고 착지할 때에도 착지의 충격을 따로 흡수할 수 없다. 따라서 주변의 사람이나 사물에도 위험하고, 더 나아가서는 로봇 자체에도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베어'는 인공근육 기반이기 때문에 동작 시 힘을 제어할 수 있다. 충격도 흡수 가능하다. 따라서 이것이 실용화된다면 인간과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고, 로봇 자체의 피해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후배 이공학도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주고, 과학과 공학의 대중화에 힘쓰는 것도 학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SNS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여러 대중매체에서 이공계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분야에만 미친 너드(nerd)로 묘사되기 일쑤다. 특히 우리나라는 돈이 안 되고 어렵기만 하다며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하다. 그러나 이공계 공부가 알고 보면 엄청나게 재미있으며, 공학자는 수학과 과학으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슈퍼히어로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이다. 아울러 그런 취지를 공유하는 본지에 그는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이번에 출간한 그의 새 책 '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역시 우리나라의 이공계 꿈나무들을 격려하기 위한 책이다. 그가 5년 전에 냈던 다른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그의 그동안의 연구 업적과 연구 철학이 담긴 이 책은 그의 자서전 격이며, 이공계 진학 뿐 아니라 과학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는 좋아하는 로봇 관련 영화로 '스타 워즈'와 '월 E'를 꼽았다. 어렸을 적 로봇에 심취하게 했던 '스타 워즈'는 아직까지도 그의 이정표 노릇을 하고 있다.

그가 만든 모든 로봇들에는 '스타 워즈' 속 R2D2와 C3PO의 이미지가 배어 있다는 것이 자평이다. '월 E'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영화 속 청소 로봇 '월 E'야말로 공학자적 시각에서 보았을 때 가장 현실적이고 타당한 디자인이라는 게 그 첫째 이유고, 월' E'가 다른 로봇 이' 브'와 함께 사랑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감동받은 것이 그 둘째 이유다. 물론 과학 공학적으로 보면 비현실적이기 그지없다. 그러나 인간성을 상실한 영화 속 인간들과 분명한 대비를 이루는 이 로봇들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않기도 어렵다.

과학 및 공학으로 대표되는 냉철한 이성. 그리고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 그 두 가지를 조화시키며 나아갈 때에만 우리 인류의 미래에는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그런 미래를 열어가는 데니스 홍 교수의 건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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