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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살펴본 롤러코스터의 매력

롤러코스터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8.08.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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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 장순관 기자]

 

롤러코스터는 최첨단 놀이기구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속 커지고 빨라지고 무서워지기는 했다. 그러나 롤러코스터가 처음 나온 것은 무려 1800년대 중반이었다. 중력 추진 철도는 펜실베니아 주의 산 속에서 마을까지 석탄을 나르려고 처음 만들어졌고, 이 철도에 재미삼아 타보고 싶어하는 손님들을 주말마다 유료 탑승시킨 것이 롤러코스터의 효시다.

오늘날의 테마파크는 큰 사업이다. 그러나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심하면 8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실 탑승시간은 2분도 안 되는데 말이다. 게다가 탑승자는 뇌졸중, 뇌 변형, 충돌로 인한 중상 등을 당할 위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걸 왜 타고 싶어하는 걸까? 왜 사람들은 롤러코스터를 좋아하고, 또 나이가 들수록 덜 타고 싶어지는 것일까?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은 것은 감각 추구 성향과 연관이 있다. 감각 추구 성향이란 다양하고 새롭고 강렬한 물리적 경험을 원하는 경향이다. 암벽 등반이나 낙하산 강하를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롤러코스터가 주는 감각은 대체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좋아할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속도감이다. 그러나 속도감 때문에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과속 운전을 하는 것이 꼭 감각 추구 성향 때문인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아마도 롤러코스터의 매력은 공포에 대한 노골적인 감각 추구가 아닐까 싶다. 마치 공포 영화를 볼 때처럼 말이다. 몸은 공포를 느끼면 심장이 강하게 뛰고 숨을 급하게 쉬며 포도당을 내놓아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된다. 이러한 반응들을 통틀어 응전 또는 도피 반응이라 부른다. 1980년대 글래스고의 <코카콜라 롤러>는 이중 코르크스크류 코스를 갖춘 롤러코스터였다. 이 탑승자들의 심박을 측정한 연구자들 덕분에 롤러코스터 탑승도 응전 또는 도피 반응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밝혀졌다. 인간의 평균 심박수는 분당 70회다. 그러나 롤러코스터에 탑승 직후에는 153회까지 높아졌다. 일부 노인 탑승자들은 그 나이 때에는 위험할 수 있는 수준 직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아드레날린을 펑펑 일으키는 또다른 오락인 번지 점프의 경우는 어떤가? 초보자는 첫 점프를 하고 나면 편안함, 각성 효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혈중 엔도르핀 농도도 높아진다. 엔도르핀은 즐거운 감정을 높이는 물질이다. 흥미롭게도 엔도르핀 농도가 높을수록 행복감도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목숨이 위협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응전 또는 도피 반응에 따라붙는 감각을 추구하는 증거다.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

또한 역설적이지만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들은 높은 코르티솔 수치도 보인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스트레스와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는가?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게 그 답이다. 사람은 좋은 스트레스인 유스트레스(Eustress)를 열심히 찾아다닌다.

네덜란드의 두 심리학자가 실시한 흥미로운 연구로 인해 롤러코스터 탑승은 유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천식과 스트레스 간의 연관이었다. 이들은 스트레스가 천식 증상의 체감치를 더욱 높인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주목했다. 따라서 환자에게 유스트레스를 가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궁금해했다.

그래서 천식에 걸린 학생 중 자원자를 모아 테마파크에 보내 롤러코스터를 타게 하고 호흡 기능을 검사했다. 연구 결과는 주목할만했다. 롤러코스터 탑승 중 소리를 지르고 기분이 들떴던 탓에 폐 기능은 예상대로 저하되어 숨차는 느낌을 받았다. , 스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긍정적인 스트레스를 체험한다는 것이다.

도파민의 역할

그러나 누구나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뇌를 화학적으로 분석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번지 점퍼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보면, 엔도르핀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일수록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엔도르핀의 휴지기 수준이 감각 추구를 설명해 준다는 근거는 없다. 그것은 인간이 스릴을 즐기는 정도의 예측보다는, 스릴에 대한 반응에 가깝다.

그래서 최근의 어느 검토에서는 도파민의 역할에 주목했다. 도파민은 뇌의 화학 메시지 전달물질로, 신경 보상 통로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검토에서는 도파민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감각 추구적 행동도 더 잘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물론 이는 인과관계라기 보다는 상관관계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연구에서는 감각 추구 행동을 하면 도파민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할로페리돌이라는 물질의 분비가 줄어드는 것이 나타났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를 보면 각 사람의 뇌 화학적 차이에 따라 강렬한 신체적 체험(롤러코스터 탑승 등)에서 오는 즐거움의 크기도 다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도파민 수치가 높은 사람은 감각 추구 행동을 더 좋아할 것이다. 감각 추구 행동은 롤러코스터 탑승처럼 거의 무해한 행동에서부터, 마약 복용이나 절도 같은 위험한 행동들도 포함한다.

그렇다면 나이를 많이 먹어도 롤러코스터 타기가 여전히 재미있을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암벽 등반 같은 스릴 추구 활동에 대한 열의를 조사한 적은 있다. 이런 활동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것은 성인 초년기이고, 그 이후에는 꾸준히 내리막을 걷는다. 이것은 나이가 많은 성인일수록 롤러코스터 탑승 같은 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적다는 것을 나타낸다. 50대 이후의 사람이라면 본인의 심박수가 위험 수준에 근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속도가 빠르고, 두려움을 정복할 수 있으며, 큰 생리적 각성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롤러코스터 탑승은 합법적이고 위험이 매우 낮으며 비교적 비용도 적게 든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고양감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사람들이 수백년 동안 기꺼이 돈을 내고 이걸 타려고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유스트레스의 가치는 그동안 전혀 홀대받지 않았다.

리처드 스티븐스는 키일 대학의 심리학 부교수다<더 컨버세이션> 지에 실렸던 것을 전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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