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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막내, 미지의 ‘행성 X’를 찾아라

  • 기자명 이고운 기자
  • 입력 2017.09.12 09:50
  • 수정 2017.11.2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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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해고자 - 2003년 태양계 외곽에서 새로 발견된 행성을 그린 NASA의 상상도. 당초 ‘2003UB313’으로 명명됐던 이 천체가 바로 명왕성의 행성 퇴출 빌미를 제공한 왜소행성 ‘에리스(Eris)’다.
▲행성 해고자 - 2003년 태양계 외곽에서 새로 발견된 행성을 그린 NASA의 상상도. 당초 ‘2003UB313’으로 명명됐던 이 천체가 바로 명왕성의 행성 퇴출 빌미를 제공한 왜소행성 ‘에리스(Eris)’다.

■■■  PLANET X

질량: 지구의 10

거리: 명왕성의 10~20

태양 공전주기: 1~2만 년

근일점: 200 AU

지난 100여 년간 전 세계의 많은 천문학자들이 태양계 끝자락에서 새로운 행성의 존재 증거를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아직 직접적인 관측이 아닌 간접 증거들만 제시되고 있어 미지의 행성이라는 뜻의 행성 X(Planet X)’, 혹은 명왕성을 대신할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라는 의미의 행성 나인(Planet 9)’이라 불리는 이 행성이 최근 또 다시 천문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 단초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마이크 브라운 박사팀이 제공했다. 올해 초 연구팀이 명왕성 너머의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 지구보다 질량이 10배나 큰 행성이 존재한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천문학 저널에 발표한 것. 카이퍼 벨트의 왜소행성 6개가 한쪽으로 치우친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는데, 이는 반대쪽에 거대한 행성이 없다면 불가능한 현상이라는 게 논거의 핵심이다.

이 논문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브라운 박사가 명왕성 행성 지위 박탈의 단초를 제공한 왜소행성 에리스(Eris)’를 발견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브라운 박사는 에리스 이후에도 태양계 내에서만 무려 16개의 왜소행성을 추가 발견했다. 그러나 태양을 공전하며, 충분한 자체 중력을 가져 모양이 동그랗고, 궤도 주변의 천체들을 끌어들이거나 튕겨낼 만큼 강한 중력에 의해 궤도가 깨끗한 천체라는 국제천문연맹(IAU)의 태양계 행성 분류 기준을 충족시킬 후보자는 현재 행성 X가 유일하다.

주지하다시피 행성 X의 존재 가능성은 브라운 박사팀이 처음 주장한 게 아니다. 가장 근래에만 201512월 과학논문 사이트 아카이브(arXiv.org)’에 관련논문 두 편이 등재된 바 있다. 그럼에도 브라운 박사는 이번 발견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성 X의 강력한 실존 증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왜소행성 6개의 궤도를 연결해 만든 자신의 우주지도야 말로 행성 X의 위치를 알아낼 보물지도라 확신한다. 이 지도를 논문과 함께 공개한 것도 행성 X 탐사에 더 많은 전문가들의 참여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 모든 의문의 시작점

브라운 박사와 행성 X와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브라운 박사팀은 세드나(Sedna)’라는 이름의 왜소행성을 발견했다. 그때까지 발견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태양계 내 천체였다. 편심 궤도(eccentric orbit), 즉 길쭉한 타원형 궤도를 지녀 태양에 가장 근접하는 근일점이 76AU, 가장 멀어지는 원일점은 937AU나 됐다. 때문에 태양 공전주기가 무려 1만년에 달했다. 참고로 명왕성의 경우 근일점이 29.5AU, 원일점이 49.2AU 정도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2014년 과학자들은 세드나와 유사한 또 하나의 천체 ‘2012VP113’을 찾아냈다. 이 녀석 역시 근일점이 80AU나 되는 편심 궤도를 갖고 있었다. 이외에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발견된 ‘2004VN112’, ‘2007TG422’, ‘2012GB174’, ‘2013RF98’을 포함해 총 6개의 편심 궤도 천체가 확인됐다. 이들 모두는 동일한 방향으로 태양을 공전했다. 하지만 브라운 박사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천체들의 공전 방향이 아니었다. 6개 천체가 유사한 시기에 태양과의 근일점에 도달한다는 것이었다.

천체들을 시계의 시침과 분침, 초침이라고 해보죠. 각 침들은 동일 방향으로 회전하지만 회전 속도는 서로 다릅니다. 그런데 시계를 쳐다볼 때마다 각 침들이 매번 동일한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비유컨대 6개의 천체가 그런 상황입니다.”

브라운 박사에 의하면 이 같은 우연의 일치가 나타날 확률은 1%보다 적다. 대략 15,000분의 1(0.007%)에 불과하다. 그래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자 동료인 콘스탄틴 바티긴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론 천체물리학자이자 태양계 역학 전문가인 바티긴 박사는 브라운 박사의 관측 결과와 자신의 수학적 이론을 슈퍼컴퓨터 시테라(CITerra)’에 데이터로 입력했다. 그리고 무려 1년여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한편 복잡한 고전역학 이론인 해밀턴 역학 관련 수식까지 동원해 이런 천체 배열을 설명할 수 있는 모든 이론들을 검증해 나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뭔가 거대한 물체가 6개의 천체를 줄 세워 놓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서 말하는 뭔가가 바로 행성 X의 유력 후보인 것이다.

바티긴 박사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양치기 개가 양떼를 이끌고 가듯 행성 X가 왜소행성들을 끌고 가고 있는 겁니다. 6개의 왜소행성에 미치는 행성 X의 영향력은 그들을 하나의 패턴으로 정렬시킬 만큼 강력하고 효과적입니다. 태양이 태양계의 8개 행성을 하나의 패턴으로 묶어 놓고 있듯이 말이죠.”

그에 따르면 행성 X6개의 왜소행성과 근일점을 이루는 것은 평균 5만년마다 한번 꼴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행성 X의 질량이 지구의 10배쯤은 돼야 합니다.”

▲9번째 행성의 존재 증거 - 카이퍼 벨트에서 발견된 6개의 천체는 신기하게도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태양을 공전한다. 게다가 3차원으로 살펴보면 공전궤도의 경사 역시 모두 비슷하다. 이런 형태의 천체 정렬은 오직 외력(外力)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브라운 박사와 바티긴 박사는 논문을 통해 이들과 반대쪽에 위치한 질량이 지구의 10 배에 이르는 편심 궤도 행성이 외력의 근원이라 설명한다.
▲9번째 행성의 존재 증거 - 카이퍼 벨트에서 발견된 6개의 천체는 신기하게도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태양을 공전한다. 게다가 3차원으로 살펴보면 공전궤도의 경사 역시 모두 비슷하다. 이런 형태의 천체 정렬은 오직 외력(外力)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브라운 박사와 바티긴 박사는 논문을 통해 이들과 반대쪽에 위치한 질량이 지구의 10 배에 이르는 편심 궤도 행성이 외력의 근원이라 설명한다.

■■■ 행성 X의 탄생 비화

그렇다면 행성 X는 어떻게 형성된 걸까. 브라운 박사의 추정은 이렇다.태양계 형성 초창기인 약 45억년 전 행성 X를 비롯한 대형 행성들은 여전히 암석으로 이뤄진 핵 상태였다. 이때 행성 X의 핵이 태양계의 안쪽에 계속 머물렀다면 행성 구성물질들을 가져가 성장했을 것이다. 충분한 가스 또는 얼음을 축적해 목성이나 해왕성 같은 거대 행성이 탄생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양계 안쪽에는 커다란 핵들이 워낙 조밀하게 모여 있었기에 모든 핵이 행성으로 성장할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하나가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때 떨어져 나간 핵이 태양계 주변을 감싸고 있던 가스 성운에 의해 속도가 줄면서 편심 궤도를 갖게 됐다는 게 저희 추측입니다.”

브라운 박사와 바티긴 박사의 주장처럼 크고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 X가 실재한다면 그 행성의 암석 핵은 메탄과 질소 얼음으로 뒤덮여 있을 공산이 크다. 또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공전하는 태양계의 8개 행성과 달리 시계방향의 공전 궤도를 지녔을 것이다. 공전주기는 1~2만년으로 추정된다.

태양계가 애초에 보유했던 행성의 핵을 하나도 잃지 않았다고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관점에서 어쩌면 또 다른 행성 X가 어딘가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브라운 박사와 바티긴 박사는 수학적 관점에서의 타당성 검증을 넘어 행성 X의 정확한 위치를 예측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및 추가 데이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에 있는 수바루천문대의 구경 8.2m급 천체망원경 사용권한을 확보, 카이퍼 벨트 너머의 관측에 돌입했다.

만일 연구팀이 세드나 등 6개 왜소행성과 유사한 패턴의 천체를 추가로 발견할 경우 행성 X의 현 위치 파악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바람이 통한 듯 최근 국제 공동연구 프로그램 () 태양계 기원 서베이(OSSOS)’에 의해 카이퍼 벨트에서 두 사람이 찾고 있던 천체 ‘uo3L91’ 이 발견돼 행성 X의 탐색에 한층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과연 언제쯤 행성 X를 발견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행성 X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발견에는 적어도 5~15년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정한 행성 X이자 태양계의 원 멤버를 되찾는데 그 정도면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의 탐지에도 100년이나 걸렸지 않은가.

대담하게 들릴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은 이 프로젝트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언젠가 두 사람이 행성 X의 발견에 성공한다면 브라운 박사는 더 이상 행성 퇴출자가 아닌 행성 구조자로 남을 것이다.

주석

AU (Astronomical Unit) 지구 중심에서 태양까지의 평균거리를 의미하는 천문 단위. 1AU는 약 15,000.

왜소 행성 (dwarf planet) 국제천문연맹의 분류 기준에 따라 다음 4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천체. 1.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2. 원형을 유지하고 자체 중력을 지니기에 충분한 질량을 가진다. 3. 궤도 주변의 다른 천체를 끌어들일 정도의 중력은 갖지 못한다. 4.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니다.

OSSOS Outer Solar System Origins Survey.

by Shannon Stir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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