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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이언스', 고속 모션 캡쳐 外

스포츠 영웅의 탄생을 위한 총성 없는 첨단 과학기술 전쟁

  • 기자명 이고운 기자
  • 입력 2017.09.06 09:35
  • 수정 2017.11.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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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급 운동선수들의 실력 차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100분의 1, 손톱만큼의 길이 때문에 국민 영웅이 되기도, 통한의 눈물을 삼키기도 한다. 이에 세계 각국은 첨단 과학기술을 무기로 찰나의 기록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계올림픽 역대 최다 우승국인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기 위해 과학기술과 동고동락하는 미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현장을 찾아갔다.

▲ ‘네이슨 아드리안’ 2012년 런던올림픽 2관왕.

■■■ 수영고속 모션 캡처

수영선수들에게 있어 자세는 힘만큼 중요하다. 엘리트급 선수들의 경우 지극히 사소한 부분, 예컨대 발목의 각도 하나로도 승패가 갈릴 수 있다. 때문에 수영하는 모습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해 정밀 분석하는 과정은 전 세계 국가대표 수영선수들에게 필수불가결한 훈련도구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껏 3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네이선 아드리안 선수는 과거의 경우 코치진의 눈에 의존해 자세를 교정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금은 몸에 LED 센서를 부착하고 수영을 하기만 하면 소프트웨어가 자세와 동작을 정밀 분석해줍니다. 게다가 장비의 크기도 수트케이스 하나 정도에 불과해요.”

모션 트래킹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BMW가 미국 국가대표 수영팀을 위해 개발했다. 운전 중 사각지대에서 접근해오는 차량을 감지해 충돌을 회피하는 기술을 개량, 수영선수의 움직임을 정확히 추적하도록 프로그래밍 한 것. 실제로 선수의 몸 주요 부위에 LED 센서를 부착한 뒤 수중 고속카메라로 촬영하면 특수 알고리즘이 LED의 위치를 기반으로 모든 스트로크와 킥, 심지어 발의 각도까지 유용한 데이터로 변환해준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BMW 디자인웍스의 창의컨설팅 책임자인 피터 팔트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개발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들에게 있어 움직임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수중이라는 가혹한 조건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물체의 추적과 분석에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리우 올림픽을 포함해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아드리안 선수는 수중 비디오 분석 등 대다수 수영선수들이 활용 중인 기술의 정확성도 비약적 발전을 이뤘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모션 트래킹 시스템만큼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데이터를 2D로 렌더링해주기 때문에 발가락의 구부림 정도도 알 수 있어요. 덕분에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세밀한 개선을 이룰 수 있죠.”

미국 수영 국가대표팀의 실력 향상 컨설턴트인 러셀 마크는 현재 이 기술을 이용해 수영에서 가장 중요한 동작의 하나인 돌핀 킥의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효율적인 돌핀 킥을 통해 최대의 수중가속도를 내는 것이 승리의 첩경이라는 판단에서다.

돌핀 킥의 분석에 이 기술을 접목한 것은 이정표적인 사건입니다. 누구나 한두 번의 돌핀 킥은 가능해요. 하지만 7, 8, 심지어 9번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경쟁자를 압도할 엄청난 무기를 가지게 됩니다. 머지않아 아드리안 선수가 완벽한 돌핀 킥을 구사하게 되면 그 데이터를 기본값 삼아 다른 선수들의 지도에도 적용할 계획입니다.”

지난 3월 아드리안 선수는 LED 센서를 부착한 채 입수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표면상 마크의 베타 테스트를 도와주는 것이었지만 이날의 연습으로 그 역시 실력 향상을 꾀할 유용한 데이터를 다수 확보했다.

개중에는 척추 라인의 각도, 가슴 윗부분의 움직임 정도를 라이벌들과 비교한 것도 있었어요. 이를 미미한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추가적인 에너지 사용 없이 최대 가속도를 유지하는 목표로 가기 위한 커다란 진보입니다.”

마크의 궁극적 꿈은 수영장 옆에 태블릿 PC를 가져다놓고 영상을 분석, 코치에게 실시간 피드백을 보내는 것이다. 선수가 수영을 하는 동안 즉시 동작을 교정할 수 있도록 말이다.기술

50m100m 자유형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아드리안 선수는 BMW가 자동차 엔지니어링 기술과 수중카메라를 결합해 개발한 비디오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는다.

이 소프트웨어는 선수의 목과 어깨, 허리, 무릎, 발목, 발가락 등 6개 부위에 부착된 LED 신호를 실시간 추적해 모든 사소한 신체 움직임까지 2D 이미지로 렌더링 해준다.

기대효과

코치들이 이 이미지를 통해 자세를 정밀 분석함으로써 미세한 문제점을 발견·개선할 수 있다. 또한 각 선수의 신체 특성에 맞는 최적의 자세를 조언할 수도 있어 기록단축에 도움이 된다.

▲ ‘베키 사우어브런’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 축구위성 유도 슈퍼트래킹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에게 더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1992년의 마이클 조던에게 점프 슛을 연습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과 같다. 이들은 올림픽 금메달 4개와 3회의 월드컵 우승을 자랑하는 명실공이 세계 최강의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추가적인 경기력 향상과 리우 올림픽 우승을 위해 GPS 트래킹 시스템의 도입을 결정했다. 사실 센서의 소형화와 고성능화에 힘입어 이제는 전 세계 모든 팀이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속도와 측면 움직임 등을 측정·분석해 개인 맞춤형 훈련 및 회복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때문에 상위권 팀들 사이의 격차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게 대표팀 중앙 수비수 베키 사우어브런 선수의 설명이다. “미국 대표팀은 항상 뛰어난 선수를 발굴·육성해 왔어요. 그렇지만 외국 팀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추가적인 경기력 제고가 필요하게 됐죠. 그래서 첨단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대표팀의 도우미는 바로 운동선수 센싱 전문기업 캐터펄트 USA가 개발한 여자 축구 2.0’이다. 대표팀의 피트니스 및 스포츠 과학 담당 돈 스코트 코치에 의하면 이 시스템의 기본 메커니즘은 일반 소비자용 버전처럼 센서를 이용해 운동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이다. 다만 여자 축구 2.0은 소수의 정상급 육상선수와 미국프로농구(NBA), 미식축구리그(NFL) 선수들이 사용하는 고성능 트래킹 모니터 옵팀아이 S5(OptimEye S5)’를 사용한다. 그만큼 연산속도가 훨씬 빨라서 다른 선수와 충돌했을 때의 충격량, 신체의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을 자주 사용하는지 등 기존에는 계량화가 불가능했던 부분까지 측정 가능하다.

이전 버전은 데이터 샘플링 주기가 1초였습니다. 하지만 축구에선 1초 만에 3~4회나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어요. 이제 옵팀아이 S5를 이용해 선수의 모든 동작을 인식, 계량화할 수 있습니다. 공격수라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 수비수라면 패스를 할 때 땅을 얼마나 세게 차는지와 몇 차례나 태클을 당하는 지까지 파악됩니다.”

이런 데이터는 심박 모니터만으로는 운동 강도의 계량화가 어려운 선수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실제로 베키 선수 같은 수비수의 경우 상대팀 공격수의 움직임에 의해 수비범위가 결정된다. 또한 공격수보다 이동범위가 많지 않을 때는 심박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수비수는 자주 태클을 하거나 당한다. 이로 인한 피로감은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공격수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유용하다. 실제로 베키 선수 같은 수비수의 경우 상대팀 공격수의 움직임에 의해 수비범위가 결정된다. 또한 공격수보다 이동범위가 많지 않을 때는 심박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수비수는 자주 태클을 하거나 당한다. 이로 인한 피로감은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공격수에 뒤지지 않는다.

옥팀아이 S5는 제가 몇 번이나 점프해 공중볼 싸움을 벌였는지도 알려줘요. 이 모든 추가 데이터에 의해 코치들은 각 선수의 플레이를 정확히 이해하게 되죠.”

이뿐만이 아니다. 여자 축구 2.0은 각 선수의 체력 소모량, 즉 운동부하 분석 데이터도 제공한다. 엘리트급 선수들을 논할 때 자주 간과되고 있지만 운동부하는 경기 후 회복속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스코트 코치는 훈련 중 각 선수의 수치를 실시간 관찰해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 여부를 확인한다. 피로물질인 젖산이 체내에 축적되는 젖산 역치가 일어나면 회복이 더뎌져 다음 경기의 경기력이 저하되고, 근육 피로도의 상승으로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 탓이다.

그때는 해당 선수의 운동강도를 낮추거나 훈련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조치합니다. 저는 향후 관련기술의 발전에 의해 피부 온도와 심부 체온, 젖산 농도, 수면 주기 등 한층 다양한 데이터의 모니터링이 추가로 가능해질 날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날이 오면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정말 대단할 거예요.”

기술

베키를 포함한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팀 스포츠를 위한 최초의 글로벌 위성측위(GNSS) 모니터인 캐터펄트의 옵팀아이 S5(OptimEye S5)’를 착용한 채 연습경기를 뛴다. 5세대 10GPS 엔진을 채용한 이 장치는 선수 11명 전원의 속도와 측면 움직임, 충격량 등의 데이터를 측정해 코치의 노트북으로 전송한다.

기대효과

측정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치들이 개별 선수에 최적화된 훈련 프로그램과 경기 후 회복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중 공을 세게 차야하는 일이 많은 수비수와 전력질주가 잦은 공격수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훈련 받으며 올림픽에 대비하게 된다.

주석

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by WILL COCKR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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