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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없는 미래…암의 변천史

  • 기자명 이고운 기자
  • 입력 2017.09.15 16:35
  • 수정 2017.11.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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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50/50>에서 아담 레너역을 맡은 배우는 신경섬유육종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병은 척추의 신경 조직에 발생하는 암이다 .아담은 의사의 진료실에서 의사가 말하는 신경섬유육종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지만 ,그게 대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심지어는 그게 자신에게 해가 되는지도 알지 못했다. 결국 의사는 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아담의 시야는 흐려졌다. 때마침 걸려온 높은 전화벨 소리가 의사의 목소리를 삼켜 버렸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여전히 암은 진료실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무서운 말 중 하나다. 그리고 암에 걸릴 확률은 성인의 경우 약 40%나 된다. 환자들의 사정은 모두 다르고, 모두가 다 완치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수십 년간의 암 연구 덕택에, 오늘날 암 환자의 생존율은 크게 증대되었다.

현재 종양학계에서는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요법이나 발견을 다룬 논문이 거의 매일 나오고 있으며 새로운 문서나 특집기사도 매주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의사 및 환자들 사이에서 <>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가 최근 변하고 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의 암에 대한 이해도, 암의 진단 및 치료 기법은 최근 수년간 크게 발전했다. 그리고 과거에 알려졌던 암에 대한 지식 중 일부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됐다.

미국 암 학회의 의학 담당관 렌 리첸펠드는 지난 1970년대에는 암을 빨리 발견하면 그만큼 완치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암에 대한 지식은 크게 발전했습니다. 발전된 기술에 힘입어 과거보다 더 많은 암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암의 실체와 특징에 대한 지식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암이란 하나의 질병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수백 종류의 질병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질병들 간에는 공통점이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이 세포의 정상적인 성장 및 사멸을 방해하는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영화 <50/50>에서 아담 레너(조셉 고든 레비트 분)가 암 진단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암이라고 하면, 앞서 말했던 영화 <50/50>의 무서운 진단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최근 종양학자들은 암은 인간의 몸 안에 항상 있음을 알아냈다. 다만 인간의 면역 체계가 암이 너무 과도하게 번지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을 뿐이다.

리첸펠드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 동료들이 암 진단을 받는 상황에 익숙해요. 그러나 모든 암 세포가 생명을 위협하는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예요.”

특정한 암은 매우 느리게 성장하며,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더 왕성하게 성장해 즉시 치료가 필요한 암도 있기는 있다.

리첸펠드는 이렇게 덧붙인다. ”암의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암 진단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발암률이 크게 상승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사실이 아니다.

리첸펠드는 과거에 비해 발암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노인들에게서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었다. 즉 암과 같은 노화 관련 질병의 발병률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노화야 말로 가장 큰 발암 요인 중 하나인데 리첸펠드에 의하면 요즘 사람들은 80~90세까지 살며, 따라서 암 환자의 수가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암 발병률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암 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1975년부터 2011년 사이의 기간 동안 암 발병률은 하락했으며, 암 환자의 사망률은 더욱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암과의 전투를 그만두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암의 발전은 더 도전적이지 않다고 리첸펠드는 지적한다.

또한 암 환자의 사망률이 줄어든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암의 발병 원인에 대해 종양학자들이 더 잘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암의 예방과 치료 효율이 크게 높아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담배 관련 암의 발병률이 줄어든 것도 큰 이유다. 1950년대부터 연구자들은 담배를 피우면 암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에게 금연을 권고했다. 물론 대규모 금연 운동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지만, 이는 암 예방을 위한 중요한 활동이었다.

암 예방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도 많다(커피를 많이 마시면 췌장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거나 낮아진다거나 하는 식의 주장들). 그러나 의사들은 암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리첸펠드는 말한다.

기적 같은 방법은 없습니다. 금연하고, 체중을 감량하고, 활동을 늘리면 됩니다. 물론이것조차 힘들다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요.”

▲현미경으로 본 헬라 암세포

암 예방 방법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던1960~1970년대의 의사들은 많은 시간을 암 치료에 쏟았다. 상당수의 암 치료는 성공을 운에 맏겨야 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몸속 암 세포를 전멸시키기 위해 화학 요법과방사선 요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연구자들은 암 유전자를 발견한다. 암유전자는 원래 세포의 성장과 사멸을 제어하는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길경우 암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발견은 종양학계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이로서 암유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데 더 크게 작용하는 환경 및 생활 습관적 요인(흡연 등)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그리고 암의 발병과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많은 유전자(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확률을 높이는 BRCA-1 유전자 등)들도 발견되었다.

리첸펠드는 “70년대의 연구 결과 내부 부호화 체계인 유전자의 이상으로 인해 암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이로서 새로운 치료법이라는 목표가 생겼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연구 끝에 갈수록 더욱 정밀한 치료가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암 치료의 새로운 장이 열리려 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면역계를 사용해 암 세포와 싸우는 법을 연구 중이다. 이를 면역 치료라고 부른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을 발생시키는 유전적 돌연변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면, 의사들은 이러한 돌연변이를 직접 공략하는 요법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요법을 정밀 치료 또는 맞춤형 치료라고 부른다.

이런 지식 덕택에 의사들은 더욱 선택적인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의 암 연구 센터의 임상 부장이자 과 학차장인 윌리엄 데이헛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그만큼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암의 경우 그럴 확률은 낮습니다라고 말한다.

전립선암의 경우를 보자. 전립선암은 미국에서 암으로 인해 죽는 남성의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통계적으로 볼 때 전립선암 판정을 받은 남성은 완치가 되지 못한 채 죽을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에 비해 높다. 이렇게 사망 위험이 큰 암이지만 의사들이 너무 공격적으로 치료할 경우 치료과정에서 또 다른 암, 2차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는 환자의 사망이다. 또한 유방암 등 다른 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너무 자주 검진을 할 경우 역시 방사선 과다 노출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조기 발견은 치료 부작용을 몰고 올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항상 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암을 조기 검진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진 기간 사이에 발생하는 암은 그 파괴력이 가장 강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이 검진으로 발견하는 암은 파괴력이 대단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 의사들과 공공 보건 공무원들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암 검진을 받으라고 독려했지만, 이제는 특정 암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암 검진 간의 간격을 늘릴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러한 종양학의 본질적인 발전으로도 사람들이 가진 의문에 모두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암 유전자 등 특정 부분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가질수록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데이헛은 말한다.

정밀 치료의 발상은 환자들이 특정한 돌연변이 특성을 가지고 있을 때, 이를 이용해서 암 치료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정밀 치료는 어지간한 사람들의 생각보다 더욱 복잡합니다.”

▲분열한 지 얼마 안 되는 헬라 암 세포 인간 결합 조직에서 발견한 암 세포를 확대한 것.

종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는 다양할 수 있다. 설령 종양학자들이 이 돌연변이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집어낼 수 있다고 해도, 이것들을 표적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많지 않으며, 여러 가지 돌연변이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더욱 적다. 현재의 임상실험 체계는 암 발생 부위(, 갑상선 등)에 따른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암을 일으키는 특정 돌연변이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의약품을 승인하는 미국 식품의약국은 현재 이러한 임상실험 체계를 개선함으로서 종양학자들의 암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과 의사들은 다음 연구가 좋은 성과를 가져올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암의 발생과 치료에 대해 잘 알면,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암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주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환자들은 특정 종류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해 의사와 조기에 상담을 받음으로서, 이를 예방할 방법을 알고 실시할 수 있다. 연구자들이 암 환자로부터 많은 데이터를 얻게 되면, 여러 돌연변이들이 상호 작용해 파괴력이 다양한 암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잘 알 수 있게 되고, 이들 여러 돌연변이를 동시에 막을 수 있는 표적 치료 방식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표적 치료를 면역 치료와 연계시킬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종양학의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첸펠드는 이러한 최첨단 치료가 일반적인 환자에게 빨리 적용될 거라고 보기 힘들어한다. 이런 치료 의천문학적인 비용을 생각해 보면 특히나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큰 기술 발전이 환자의 치료 수준은 물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문화적인 변화도 이미 몰고 오고 있다. 암은 이미 더 이상 입에 담기조차 두려운 말이 아니다. 암 진단은 더 이상 사형 선고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아직은 모든 암 환자가 완치되지는 않는다. 미국의 모든 암 환자가 높은 수준의 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회복되면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누리 게해 주어야 한다. 암 치료 비용으로 파산하거나 2차 암이 생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비단 과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돌보는 문제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감안한다면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앞으로 10년 후의 암 환자 생존률은 현재보다는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암 치료 및 예방 기술, 암에 관한 인식은 매일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 매체에서는 암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많이 퍼뜨리고 있다. 그리고 기적적인 치료 사례는 마치 중간부터 본 SF영화 마냥 전문 용어가 잔뜩 섞여 있어 사람들을 혼란시킨다.

BY ALEXANDRA OS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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