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UPDATED. 2024-04-21 01:15 (일)

본문영역

비밀 스파이 위성을 쫓는 천문학자들

'주마' 가 있는 곳에 그것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8.01.26 09:23
  • 수정 2018.01.26 09:47
글씨크기
스페이스 X의 <주마> 발사 모습 및 제1단 로켓의 하강 모습

<주마>가 대체 뭔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주마>는 노스롭 그루먼 사가 어느 미국 정부 기관을 위해 만든 극비의 위성으로, 스페이스 X 사에 의해 지난 17일 일요일에 발사되었다.

그러나 주마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보다 안 알려진 것이 더욱 많다. 주마를 주문한 정부 기관이 어디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스페이스 X사는 팰콘 9 로켓이 일요일 밤에 모두 성공적으로 동작했다고 발표했지만, 위성도 성공적으로 전개되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또한 이 위성의 너무 비밀스러운 속성 때문에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위성은 팰콘 9 로켓의 제2단이 궤도를 이탈하기 전에 제대로 분리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궤도에 오르긴 했으나 고장이 났을 수도 있다. 또는 아무 이상 없이 궤도에 올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떻게 되었는지는 누구도 말하지 않고 있다.

주마가 아직도 우주에 있다면, 주마를 발견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119일까지는 관측에 성공할 것이다. 예상 궤도에 따르면 그 때까지는 지구의 그림자 면에서 주마가 나와서 밝은 면에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빛의 반사로 인해 주마가 유럽과 북미의 일부에서 관측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전 세계에 있는 위성 추적자들이 이 반사광을 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여러 나라 정부에서 비밀로 하고자 하는 것을 보고자 여유 시간을 투자하는 일반인들이다.

하늘을 살펴라

마르코 랑브뢱은 6살 때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활동해 온 아마추어 천문학자다. 그는 유성과 불덩어리에 매료되어 그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의 본업은 우주보다는 지구 쪽에 더 가까운 일인 고고학이다. 그러나 그는 아마추어 천문학 연구도 계속 하고 있다.

유성에 대해 가졌던 관심이 낙하하는 인공위성으로 향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랑브뢱도 마찬가지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지구 주위를 도는 수백 대의 비밀 인공위성들을 추적하는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느슨한 네트워크가 생겨났다.

네덜란드에 사는 랑브뢱은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들은 비밀 위성을 찾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내 상상력을 자극했다. 비밀이니까 흥미롭다.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보면 언제나 흥분된다.”

우주개발 초기 각국 정부들은 자국인들에게 인공위성을 추적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스푸트니크 위성이 발사되기도 전에, 프로젝트 문와치를 통해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에게 장차 발사할 위성을 관측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관측팀들은 특수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사용해 위성의 예상진로를 관측하면서, 스톱워치를 사용해 위성의 속도를 재는 법을 배웠다.

랑브뢱은 지구에도 좌표격자와 경도, 위도가 있는 것처럼 하늘에도 좌표격자가 있다. 모든 별들은 그 속에서 좌표를 지닌다. 따라서 별을 참조점으로 삼으면 위성의 좌표도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관측자들이 스파이 위성만 관측하는 것은 아니다. 그 궤도가 이미 알려진 위성을 관측하거나 비행 사진을 찍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스파이 위성 관측은 좀 더 도전의식을 자극하기 때문에, 매우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캐나다에 사는 관측자인 테드 몰산은 어떤 관측단의 일원이다. 이 관측단은 이름도 리더도 없으며, 1994년에 만들어진 메일 목록인 시샛L을 통해 서로 통신한다. 몰산의 말에 따르면 1년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 각지에 사는 21명의 관측자들이 관측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유럽과 북미에 거주했으나,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자도 1명씩 있었다. “이렇게 작고 조직력이 떨어지는 단체에서도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 그는 이 21명이 21,000건 이상의 관측을 실시하고, 그 중 18,000건은 200대의 비밀 위성에 대한 것이었다고 추산했다.

이것도 불과 1년만에 거둔 성과다. 이 관측단이 찾아낸 비밀 위성의 수는 총 약 400개에 달한다. 이들은 이 위성들의 궤도 및 상태를 파악했다. 궤도 유지에 필요한 기동을 하지 않는 위성이 있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빛나는 위성이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사람들은 관측단을 들락날락거리며, 한가할 때는 활발해지고, 일이나 생활 때문에 시간이 없을 때는 활동을 쉰다. 몰산도 쉽게 인정하듯이,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취미는 아니다.

몰산은 말한다. “힘든 일이다. 때문에 누구나 이걸 취미로 여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하다 보면 곧 피곤해지고 힘들어한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잖아.’하는 소리가 나오고 만다. 그런 사람들을 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취미다. 그리고 이게 맞지 않는 사람은 다른 걸 하면 된다. 인생은 짧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몰산의 어린 시절에는 우주개발 경쟁이 있었다. 그는 새 인공위성이 날고 있다는 뉴스에 매료되었다. 성인이 된 그는 과학자들이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위성을 추적하여 과학 관측을 하고자 함을 알게 되었다. 그는 <지구 위성 관측(Observing Earth’s Satellites)> 이라는 책을 가지고 위성 추적 방법을 독학했다. 그리고 토론토의 아파트에 튼튼한 삼각대와 쌍안경을 설치했다. 그는 위성 궤도의 자세한 정보가 실린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이메일을 수신했다. 그리고 공개된 기록에 맞춰 관측을 실시했다. 그러나 모든 기록이 다 공개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파이 위성 발견하는 법

냉전 기간 동안 각국 정부는 일부 비밀 위성의 정확한 좌표를 일반에 알려주지 않으면서, 전문 위성 추적망을 개발했다. 그러나 위성 관측자들은 그에 상관없이 위성을 추적할 방법을 알아냈다. 몰산은 내가 1980년대에 알게 된 여러 사람들은 이미 따로 시간을 내어 스파이 위성을 추적하고 있었다. 아마 그들은 이런 생각도 어느 정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정부는 그 위성들을 비밀로 숨겨두고 싶어 해.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을 추적할 기술이 있어. 그 기술을 보여주고야 말겠어.’ 그들은 이를 도전으로 여겼다. 그리고 그 위성들을 찾아내 추적하는 것이야 말로 매우 매혹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위성의 발사는 매우 큰 소리가 나는 장엄한 일이다. 미국의 경우 인구 밀집지역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도 발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설령 비밀 위성의 발사라도 발사시에는 발사 사실을 민간에 미리 통보해 줘야 한다. 이런 모호한 비밀을 알려주는 편이 갑자기 발사장에서 소음과 연기가 나와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편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위성 추적자들은 이를 위성 추적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고 나면 로켓 단은 지구로 떨어진다. 정부는 발사장에서 나는 소음에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기를 바라며, 또한 덜어지는 로켓 단에 사람들이 맞고 다치기도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로켓 단이 떨어질 수 있는 위험 구역(일부분은 바다)을 설정하고, 항공기 조종사와 선박의 선장들에게 이 위험 구역에는 특정 시간 동안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통보한다. 위성 추적자들은 이를 보고 로켓의 방향을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다. 그러면 그 로켓에 실린 위성이 어떤 궤도를 타는지도 예상할 수 있다.

몰산은 암시되거나 좌표에 의해 드러난 궤적을 보면 위성이 진입할 궤도평면의 위치를 매우 근접한 값으로까지 알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위성 발견의 첫 큰 걸음이다. 궤도는 지구를 감싸고 있는 큰 반지다. 그 사실을 안다면, 남은 것은 그 반지 위 어디에 위성이 있냐만 알면 된다.”

비밀을 지켜라

위성이 지구에서 보이는 원리는 달이 보이는 원리와 같다. 태양의 빛을 반사하고, 그 반사광이 지구에서도 보이는 것이다. 위성을 잘 보이지 않게 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알려진 한 성공한 것은 없다.

랑브뢱은 이들 위성의 비밀을 완벽히 지키겠다는 생각은 바보스러운 것이다. 이들 위성 중 일부는 지구의 도시에서 육안으로도 보인다. 금문교 앞에 항공모함을 세워 놓고,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게 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사고방식이다.”

인공위성 관측자들이 위성을 추적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프로젝트 문워치> 참가자들처럼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사용한다. 더욱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랑브뢱은 나는 대개 사진과 매우 민감성이 높은 동영상을 사용해 위성 위치를 측정한다.”고 말한다.

열성 팬들은 위성 궤도를 계산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작성하기도 한다. 또는 기존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알아낸 관측 결과를 전 세계의 동료들에게 전파한다. 몰산은 우리 메일링 리스트를 보면 정말 지루할 것이다. 때때로 활발한 토론이 있기도 하지만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메시지와 숫자들, 그리고 상대방의 행운을 기원하는 인사말 정도만 있다.”고 말한다.

관측단의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삶과 관심분야가 있다. 이들은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도 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언론과 블로그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관측한 비밀 위성 중 어떤 것은 논하고 어떤 것은 논하지 않을지 저마다의 기준이 있다.

몰산은 이 취미를 이용해 과거를 돌아본다. 초기 위성의 드물게 남은 발자취를 정리하고, 이 기술을 사용해 볼티모어 상공을 지나간 스푸트니크 1호 로켓의 항적을 입증하는 것이다.

랑브뢱은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추락한 민항기 MH17의 관련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위치에서 비행하던 비밀 위성의 발견을 돕기도 했다. 그는 해당 사고에 대한 네덜란드 국회 보고서 집필을 의뢰받기도 했다.

주마는?

몰산은 자신의 사업을 하기 위해 위성 관측 현역에서는 잠시 물러났다. 그는 주마를 추적할 게획도 없다. 그러나 랑브뢱과 일부 다른 사람들은 주마를 보고 싶어한다. 아직도 있다면 말이다.

이 위성을 탐내는 이유는 발사가 연기된 내력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정된 궤도도 워낙 기묘하다. 때문에 발사도 궤도 경사가 약 50도가 되도록 이루어졌다. 랑브뢱에 따르면 다른 위성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궤도다. 그러나 이 궤도는 국제우주정거장의 궤도와 비슷하다. 그는 이 위성이 일종의 기술 실증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연 어떤 기술이 실증되었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수수께끼가 없다면 인생은 과연 어떨까? 어떤 증거라도 나온다면, 그것은 스파이 위성들을 감시해 온 몰산과 랑브뢱 같은 사람들이 말할 것과 비슷할 것이다.

몰산은 내게 이건 기분 좋은 취미다. 수학과 물리학, 컴퓨터 공학도 알게 되고, 깊이 빠져들면 역사와 정치도 건드리게 된다. 가끔씩 이 취미가 이상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보틀쉽을 만드는 취미도 내게는 이상해 보인다. 남의 취미를 재단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것만 좋아하면 세상은 재미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By Mary Beth Griggs

저작권자 © 파퓰러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만 안 본 뉴스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8
  • 팩스 : 02-6261-6150
  • 발행·편집인 : 김형섭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파퓰러사이언스
  • 등록번호 : 서울중 라 00673
  • 등록일 : 2000-01-06
  • 발행일 : 2017-11-1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대표 : 이훈,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