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UPDATED. 2024-04-20 03:55 (토)

본문영역

빵에 숨겨진 작고 지저분한 비밀(2)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8.09.18 13:13
  • 수정 2018.09.18 13:14
글씨크기

 

과학자들은 산성반죽의 기원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발효종 반죽에서 찾았다. 이 세 나라들은 산성반죽의 역사가 오래되었다. 미생물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제빵사의 손에서 락토바실리가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밀라노 대학의 조교수인 클라우디아 피코치는 다른 가설을 연구하고 있다.

 

피코치는 현재까지 누구도 산성반죽에 쓰이는 곡물이나 밀가루에서 그 미생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고 말한다. 그러다가 그녀의 동료 중 한 명이 곤충이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곤충의 장이다. 피코치는 여러 젖산 박테리아와 효모는 장이 원산지다. 또한 제빵용 곡물과 가루에는 많은 곤충들이 살고 있다. 때문에 이 가설대로라면 그 미생물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곡물과 곡물 가루를 먹는 여러 곤충들의 배설물을 채취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 곤충들 중에는 밀가루갑충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있다. 이 배설물 속의 DNA 서열을 분석한 이들은 응용생물학 학회지(Journal of Applied Microbiology)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산성반죽 생태계 속 락토바실루스 산프란시센시스의 출처일 수 있는 저장된 곡물 제품 속 곤충 배설물>이었다. 실제로 곤충 똥 속에서 그 박테리아가 대량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130종 이상의 미생물을 찾아냈다. 이 중 락토바실루스 계열은 0.36%만을 차지했으나,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산프란시센시스였다.

 

그런데 곤충 배설물 속 미생물 중 소수파라 할 수 있는 이것이 왜 이리 강력한 효과를 낼까? 워싱턴 주 벨뷰에 위치한 요리과학연구소 <모더니스트 퀴진>의 수석 요리사인 프랜시스코 미고야는 생태학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5권짜리 책 <Modernist Bread: The Art and Science>의 공저자인 그는 그 미생물은 독소를 생성해 다른 박테리아를 죽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는 환경을 바꿈으로서 경쟁자들을 이기고, 산성반죽의 맛을 바꾸는 것이다.

 

피코치의 사례와 유사한 연구들은 제빵 마니아들의 자잘한 의문 뿐 아니라, 장인과 공장에서의 제빵 문제도 해결해 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미생물 학자인 앤 매든은 이런 지식을 통해 더욱 맛있고 건강에 더욱 좋은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들 중 일부는 말벌, 뒤영벌 같은 곤충과 미생물 간의 관계를 연구하기도 한다. 그녀와 동료들은 이 곤충들에게서 새로운 효모를 발견했다. 그 효모들이 인간들의 제빵에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라고 있다.

 

매든의 조언자인 롭 던은 같은 대학에서 생태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던에 따르면 곤충에서 얘기가 끝날 것 같지 않다고 한다. 추가 DNA 분석을 통해 미생물을 요리하는 또 다른 작은 요리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빵의 맛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한둘이 아니다. 곤충도 있고, 제빵사의 신체도 있고, 제빵소의 공기도 있고, 제빵에 사용된 작물도 있고, 흙 속 미생물도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수들을 통제할 수 있다면 빵의 품질을 통제할 수 있다. 빵의 성분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새로운 종류의 빵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아주 작은 제빵사인 곤충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곤충 배설물 속 박테리아가 산성반죽 특유의 신맛을 내는 것이 밝혀졌다.

저작권자 © 파퓰러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만 안 본 뉴스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8
  • 팩스 : 02-6261-6150
  • 발행·편집인 : 김형섭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파퓰러사이언스
  • 등록번호 : 서울중 라 00673
  • 등록일 : 2000-01-06
  • 발행일 : 2017-11-1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대표 : 이훈,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