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보지 않은 여행기]
인문학적 사색 여행기
역사 여행에 질문하고 인문학으로 답하다
『가보지 않은 여행기』는 제목이 ‘여행기’일 뿐 사실은 ‘인문학 도서’이다. 아래와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책이 어떻게 여행기일 수 있는가?
다만 저자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과거와 현재의 위대한 저자들이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한 곳,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을 ‘오감의 촉수’로 눈앞에 끌어당겨 그곳의 역사와 전설과 사람과 마을을 상상으로 만지고 냄새 맡고 소리를 들으며 써내려갔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기의 탈을 쓴 독후감’이다. 인문학 서적의 홍수 속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인문학 서적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고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왜 괴테는 200년 전 어느 교교한 달밤에 두 명의 사공이 노를 젓는 곤돌라를 타고 베니스 운하 건너 주데카로 갔는가?
-왜 프랑스 국민 작가 위고는 조국 프랑스가 아닌 영국 왕실령 건지 섬에서 필생의 작품인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와 같은 대작을 썼는가?
-왜 『전쟁과 평화』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안드레이 공작의 눈에 비친 아우스터리츠의 하늘과 -1980년 5월 서울의 봄 시위를 취재하다 경찰의 곤봉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한국의 젊은 기자 눈에 들어온 서울 하늘은 같은가?
-왜 오웰은 제국주의 영국의 하수인으로 식민지 미얀마에서 경찰로 봉사하다가 반 제국주의적, 반 전체주의적 작가로 변신하게 됐는가?
-왜 카잔차키스는 자신의 세 줄짜리 묘비명에 ‘자유’를 세 번이나 썼는가? 왜 1830년 12월, 그리스 여인 57명은 이피루스의 절벽에서 아기들을 절벽 아래로 던지고 뒤이어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가?
-왜 ‘망명작가’ 나보코프는 조국 러시아와 고향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글을 그토록 많이 쓰면서도 “그곳에는 돌아가지 않겠노라”라고 다짐했는가?
-왜 쿤데라는 1960년대 공산화된 체코를 떠나 프랑스 렌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했으며, 왜 자신의 대표작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아니라 『불멸』이라고 주장했는가?
-왜 마르케스는 “카리브 해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곳, 현실과 마술이 섞여 있는 곳”이라고 주장했는가?
-왜 톨킨은 옥스퍼드대학에서 누구보다 긴 시간을 가르치고 쓰면서 하찮은 부업까지 해야 했는가? 부업까지 마친 늦은 시간, 가족이 다 잠든 시간에 홀로 책상머리에 앉아 『반지의 제왕』을 ‘피를 찍어’ 써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왜 파묵의 작품에서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비애’가 스며 나오는가? 심지어 보스포루스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섹스 묘사에서도 열락보다는 비애가 더 먼저 느껴지는가?
-왜 ‘불멸의 40인’으로도 불리는 프랑스 한림원 최초의 여성 회원이었던 유르스나르는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일생을 남자보다 더 남자 같은 목소리로 되살려 놓았는가? 그는 또 왜 20대 초반에 구상한 이 작품을 위고처럼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미국 마운트 데저트 섬)에서 30여 년 만에 마쳤는가?
-왜 1955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이슬란드의 락스네스의 소설을 20세기 미국 지성을 대표한 평론가 수잔 손택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극찬했는가?
-왜 50대의 빌 브라이슨은 감자자루처럼 푸석푸석하고 뚱뚱한 몸매로 애팔래치아 산맥 3,515킬로미터를 종주했는가? 걷는 내내 찾아온 ‘포기의 유혹’을 그는 어떻게 견뎌냈는가?
목차
1.괴테, 달빛 속에서 노래에 젖다
주데카, 이탈리아 베니스
요한 볼프강 괴테, 『이탈리아 여행』
2.보스포루스에서의 슬픈 섹스
아나돌루히사르, 터키 이스탄불
오르한 파묵, 『순수 박물관』
3.급류에 떠내려 간 노인들의 체념
바주프트(Bazuft)강, 이란 자그로스
제이콥 브르노우스키, 『인간 등정의 발자취』
4.‘보트 자폼니!’, 기억 속의 기억
비라,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말하라, 기억이여!』
5.코끼리를 쏘다! 제국주의를 쏘다!
물메인(몰라미엉), 버마(미얀마)
조지 오웰, 「교수형」 및 「코끼리를 쏘다」
6.거기가 무덤은 아니었다
건지 섬, 채널해협 영국 왕실령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7.내가 망자(亡者)가 되어, 남자가 되어 … …
마운트 데저트, 미국 메인 주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8.잘롱고의 춤에서 강강수월래가…
크레타와 잘롱고, 그리스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9.모든 것이 현실인 곳
카리브 해, 콜롬비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10.눈물 렌즈
렌, 프랑스
밀란 쿤데라, 『웃음과 망각의 책』
11.다쳐야 보이고 죽어야 보이는 하늘
아우스터리츠와 보로디노
레프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12.비극적이면서 낭만적인 젊은 악인(惡人)의 무대
캅카스 산맥
미하일 레르몬토프, 『우리 시대의 영웅』
13.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소설’의 탄생지
스내펠스 화산, 아이슬란드,
할도넬 락스네스, 『빙하 아래』
14. 아버지의 이름으로, 피를 찍어 쓰다
옥스퍼드 노스무어 20번지, 영국
J.R.R.톨킨 『반지의 제왕』
15. Solvitur Ambulando!(걸으면 풀린다!)
미국 애팔래치안 트레일과 태평양 산맥 트레일
B.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C. 스트레이드 『와일드』
정 숭 호
휘문고와 서강대를 졸업했다.
한국일보사에서 24년간 사회부와 경제부 기자로 일하면서 글쓰기를 배웠다. 그때 배운 걸로 이투데이, 내일신문, 뉴시스, 자유칼럼그룹 같은 곳에 칼럼을 썼다. 한국 풍자칼럼의 대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60이 넘도록 ‘소가’도 못 이뤄 꿈을 내려놓으려 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독자불만처리 담당)이다.
책은 두 권을 냈다. 2002년 폴리미디어에서 나온 『목사가 미웠다』와 2015년 인간사랑에서 나온 『진실한 인간 진정한 지도자 트루먼』이다.
저자 : 정숭호 발행: HMGP 가격: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