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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利手)를 결정하는 유전자형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수(利手)를 결정하는 유전자형이 존재하는 것일까?
  • 정승호 기자
  • 승인 2018.04.10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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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흔한 좌우비대칭

 

유전자는 분명 이수에 영향을 미치지만, 어떤 영향일까? 유전자는 왼손잡이 및 오른손잡이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아니면 좀 더 미묘한 영향을 미치는가?

사람들의 이수를 결정하는 유전자형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수는 이 유전자형의 기능, 그리고 환경 및 우연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 최종 결정될 것이다.

의외로 흔한 좌우비대칭

인간 생물학에서는 그 외에도 많은 좌우비대칭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인간 내장, 즉 심장, , 소화관 등의 비대칭 배치일 것이다.

그러나 가마의 방향이야말로 이수 유전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허리케인이나 사이클론의 회전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머리카락 역시 가마라는 중심점을 두고 특정한 방향으로 나선 회전하고 있다.

 

가마와 그 방향은 이수 유전자에 대한 어느 세미나 자료의 주제가 되었다. 이 자료를 집필한 과학자 아마르 클라르는 어느 쇼핑몰 직원들의 가마 방향을 몰래 조사했다. 그는 쇼핑몰 직원들의 이수까지는 조사하지 않았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수는 어딜 가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구의 90%는 오른손잡이이므로, 클라르는 오른손잡이와 시계 방향 가마는 동일인에게 나타난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나서 반 시계방향 가마를 지닌 더욱 소규모의 피험자를 조사하여, 이들에게서 오른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아닌 사람의 비율은 5050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다.

클라르는 이러한 방식으로, 이수와 가마 방향이 연관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모든 오른손잡이가 시계 방향 가마를 가졌다거나, 모든 왼손잡이가 반시계 방향 가마를 가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수에는 하나의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가?

클라르가 제시한 대체 모델은 가마 방향과 이수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하나뿐이라는 것이었다.

많은 유전자들은 다양한 형태를 지니는데, 이를 대립유전자라고 부른다. 인간의 게놈에는 모든 유전자의 사본이 2개 들어 있다. 하나는 아버지에게서, 또 하나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결코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의 경우 이들 대립유전자들 중 하나가 우성이 될 수 있다.

클라르의 가마 및 이수 모델에서, 이수 유전자는 두 개의 대립유전자를 지닌다. 한 두 개의 우성 대립유전자가 있을 경우 시계 방향 가마를 지닌 오른손잡이가 된다. 그러나 다른 유형의 유전자 사본이 2개 있을 경우 우연이 개입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흥미로워진다.

클라르의 해석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보기 드문 반시계 방향 가마를 가지고 있고, 이들 중 절반은 오른손잡이가 아니다. 즉 이들에게 이수는 동전던지기로 결정되는 확률게임이라는 것이다.

, 체중, 약물 내성, 암 발병률 등 인간 생물학 대부분의 영역은 이러한 유전자와 환경, 우연의 조합이 깔려 있다. 인간 이수 유전을 이해하면, 인간 유전자 전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생물종은?

다른 생물의 비대칭과 이수는 어떨까?

언어나 도구의 사용 등 여러 복잡한 행동과 마찬가지로, 인간들은 이수 역시 인간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관찰을 시작하자, 달팽이에서 캥거루, 심지어는 인간의 진화적 조상에 이르기까지 다른 많은 생물에게서도 이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달팽이는 물론 손이 없으므로 우세수가 없다. 그러나 달팽이의 껍데기는 오른쪽(대부분) 또는 왼쪽(소수)으로 말린다.

 

문어와 오징어 등의 두족류들은 달팽이와 같은 연체동물이다. 이들은 팔이 달려 있고 이수 현상도 보이는 것이 드러났다. 필자는 지난 1980년대 두족류의 행동을 간단히 연구했는데, 당시만 해도 문어나 오징어가 좌우를 구분할 줄 알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좌우를 구분하며, 이수 현상도 보인다고 한다.

시클리드는 물때를 주로 먹지만 다른 물고기를 사냥해서 먹기도 하는데, 다른 물고기의 왼쪽 혹은 오른쪽에서 공격하는 것을 선호한다.

고양이도 음식에 발을 뻗을 때 보면 이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가 오줌을 눌 때 보면 개는 양손잡이인 것을 알 수 있다.

실험해 보자

인간 이수 유전자 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인간을 피험자로 한 실험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완벽히 정당화된다. 필자 역시 필자의 딸에 대한 유전자 조작 실험을 통해 그 아이를 왼손잡이로 만들 생각은 없다. 그러나 달팽이에게 같은 실험을 할 수는 있다.

다른 종의 생물에서도 이수는 있기 때문에, 다른 생물들을 통해 이수의 유전적 기제를 연구할 수 있다. 이러한 비교 방법은 모든 모델 생물에 적용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초파리의 신진대사를 연구함으로서 지하 심층 채굴의 생물학과 염색체 간섭과 암의 유전학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염두에 둘 것은 비슷한 시스템을 제어하는 유전자가 인간의 것과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클라르는 생물의 비대칭을 결정하는 유전적 경로가 가마나 이수를 결정하는 유전자 경로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고양이나 달팽이의 이수는 유전자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지만, 거기에 연관된 유전자는 인간의 것과는 다를 수도 있다.

동물의 이수 현상은 인간의 것과 또다른 부분에서 다르다. 인간의 이수는 극단적인 편향을 보인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비율이 9010이나 된다. 그러나 동물에게서 이러한 편향은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비율이 비슷한 것 같다. 미국 바닷가재도 양쪽 집게발의 크기가 다르다. 더 큰 집게발은 뭔가를 부수는 데 사용하고, 작고 날카로운 집게발은 뭔가를 자르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왼쪽 집게발이 더 큰 바닷가재와 오른쪽 집게발이 더 큰 바닷가재의 비율은 비슷하다. 캥거루는 왼손잡이가 더 많은 것 같다. 침팬지는 오른손잡이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인간만큼 편향이 심하지는 않다.

왜 인간에게만 이런 편향이 일어나는 것인가? 이수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복잡한데다가 뇌와 손 간의 상당한 조화를 필요로 한다. 뇌 자체도 비대칭적이다. 좌뇌와 우뇌는 하는 일이 다르다. 동시에 좌뇌와 우뇌가 조화해 패턴 인식이나 언어 처리 등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뇌 구조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뇌 구조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까? 일부 연구에서는 왼손잡이를 뇌 기능과 행동에 연관시키고 있다.

왼손잡이들 중에는 미술가나 건축가 등이 많다. 이는 어쩌면 왼손잡이의 뇌는 창의성이 뛰어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물론 관찰력이 뛰어나거나 엄격한 독자들은, 방금 필자가 한 말이 서두에 나왔던 미대생 중 10%가 왼손잡이라는 말과 안 맞는다고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표본의 크기에 있었다. 필자는 모델 시절 많은 학생 앞에 서 있었지만 그래봤자 수백 명이었다. 이는 10%20%로 늘릴만한 표본 크기가 아니다. 표본의 한계는 생물학자들의 골칫거리다.)

왼손잡이들이 창의력과 인지 능력이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점은 필자가 이들에게 처음 품었던 동경과 질시를 새삼 느끼게 한다.

가위로 점선을 따라 자르는 일은 어떤 오른손잡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고를 하는 것은 왼손잡이가 더 뛰어나다.

[정승호 기자 - saint0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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