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이름 없는 수퍼 영웅들이다. 이들은 인간의 언어와 감정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말라리아도 탐지한다.
영국의 연구자들은 아직 고열 등 증상이 없는 말라리아 환자를 탐지할 수 있도록 개를 훈련시켰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지난 10월 뉴 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 열대 의학 및 위생학회의 연례 모임에서 발표되었다.
말라리아는 세계적인 문제다. 말라리아 퇴치 연구에 27억 달러가 쓰였음에도, WHO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2억 1600만 명을 감염시키고 445,000명을 죽였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다. 같은 해 스리랑카는 말라리아 청정국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같은 나라들은 WHO의 말라리아 퇴치 목표 시점인 2020년이 되어도 말라리아를 퇴치 못할 것이다.
말라리아 탐지견을 훈련시키자는 발상은 올 초에 나온 어느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두 연구에 모두 참여한 런던 위생 및 열대 의학 대학 질병 통제학과의 학과장 제임스 로건에 따르면, 말라리아에도 냄새가 있다. 로건과 동료들은 말라리아에 감염된 사람은 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알데히드 화합물 특유의 냄새를 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모기들은 이 냄새를 좋아하고, 이런 냄새가 나는 사람들을 통해 말라리아를 퍼뜨리려 한다. 모기가 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개도 가능하지 않을까?
개는 후각이 매우 뛰어나다. 특수 훈련을 받은 개는 암 냄새도 맡을 수 있다. 로건에 따르면 혈액 채취와 분석 장비가 필요한 현대의 진단도구들보다 더욱 빠르다. 그리고 증상 없는 사람들의 감염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면, 이들이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개념 실증 연구를 위해, 영국 더럼 대학, 영국과 갬비아의 런던 위생 및 열대 의학 대학, 자선단체 의학 탐지견이 연합,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연구 보조비를 받아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로건의 팀은 감비아에서 12~24시간 동안 착용한 양말을 모았다. 어떤 양말 주인은 말라리아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어떤 양말 주인은 말라리아에 감염되었으되 증상이 없었다. 과학자들은 이 양말들을 영국으로 보내 냉동시킨 다음, 개들에게 말라리아의 냄새를 맡게 하는 교재로 사용했다. 몇 달 간의 훈련 끝에 개들은 양말 냄새만 맡고도 말라리아 감염자는 70%, 비감염자는 90%의 확률로 맞추었다.
로건은 이렇게 말했다. “개들의 실력이 매우 뛰어난 데 놀랐다. 암 냄새도 맡을 수 있으니까 이것도 가능하리라 여겼지만... 사실 매우 힘든 과제였다.”
로건도 인정하다시피, 개가 2마리만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를 성급히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음 에는 살아 있는 사람을 교재로 사용하여 더 많은 개들을 훈련시키고 싶어 한다. 또한 세계 각지에 있는 다양한 유형의 말라리아를 개들이 구분할 수 있는지를 알려는 연구 계획, 개들을 말라리아 감지용 전자 코의 가이드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는 연구 계획도 있다는 것이 로건의 말이다.
미 국립보건원을 위해 전 세계의 모기와 기생충을 연구한 토비 리먼은 모기의 휴면 장소를 찾기 위해 훈련된 개를 사용했다. 그의 경험으로 볼 때 개의 실력은 업무 중에 더욱 높이 나타난다. 따라서 말라리아 탐지를 오래 시킬수록 개의 실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개와 조련사 간의 팀웍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탐지견 훈련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으로서, 탐지견의 효용을 제약할 수 있음도 그는 지적했다.
이런 탐지견은 공항, 국경, 기타 주요 관문에 배치해 말라리아 검역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로건의 말이다. 이 탐지견들은 말라리아의 창궐을 막을 수 있으며, 말라리아 박멸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탐지견들은 멋진 활동을 통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