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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대 핵폐기물 청소하는 미세 진균

산과 방사능 속에서도 생존하고 번식하는 강력한 효모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8.02.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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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도토룰라 타이와넨시스 효모는 언젠가 핵폐기물을 청소할 수 있을 것이다.

냉전 기간 동안 미국은 엄청나게 많은 핵페기물들을 만들어냈다. 이 폐기물 중 대부분은 아직도 안전하게 처리되지 못했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하 저장 탱크에서는 핵폐기물이 새고 있다. 핵폐기물들은 오랜 시간 동안 5663m3 이상의 토양과 약 30m3의 지하수를 오염시켜 왔다.

이 오염된 흙과 물을 정화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도와줄 새로운 지원군이 생겼다. 막대 효모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18일 학회지 <프론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올로지(Frontiers in Microbiology)> 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 작은 진균은 방사능과 산성이 매우 높은 곳에서도 살 수 있다. 더구나 이들은 핵폐기물을 가두는 바이오필름을 생산할 수 있다.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의 제복근무자 보건과학 대학(Uniformed Services University of the Health Sciences, USU)의 병리학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마이클 데일리는 이렇게 말한다. “효모의 잠재력은 대단하다. 효모는 자연 속에 풍부하게 존재하며, 이를 획득해 핵 폐기물 정화 작업에 쓸 수 있다.”

데일리에 따르면 효모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규모는 엄청나게 크다. 1945년부터 1986년 사이 46,000발의 핵병기에서 나온 핵폐기물들은 현재 미 전국 120개소의 처리장에 보관되어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워싱턴 주 남동부에 있는 <핸포드 사이트>. 맨하탄 프로젝트 당시 최초의 원자 폭탄이 조립되었던 <핸포드 사이트>의 저장용량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189m3 이상의 핵폐기물을 저장하고 있다.

핸포드 사이트의 핵폐기물 누출로 인해 오염된 흙과 퇴적물의 부피는, 풋볼 구장 10,000개를 30cm 두께로 포장할 정도다. 오염된 물의 부피는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한 달 동안 흘려보내는 물의 부피와 같다. 데일리에 따르면 오염도가 가장 심한 곳은 핸포드의 토양과 대수층이지만, 약간의 오염 물질이 천천히 인근 콜럼비아 강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한다.

냉전 시대 핵폐기물들은 스트론튬, 우라늄, 플루토늄 등의 방사능 원소들의 집합체다. 과거에는 우라늄 원석에서 수은, , 기타 유독 화학 물질을 추출하기 위해 산을 사용했다. 과학자들은 이들 오염 물질을 무력화하거나 포집하는 생물학적 환경 정화를 실시할 미생물들을 오랫동안 찾아 헤매 왔다. 박테리아와 여러 미생물들은 키우는 비용이 저렴하고, 몇 가지 트릭을 가하면 유해물질을 무력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특정 미생물들은 핵폐기물들을 포집해 비에 씻겨가지 않게 할 수 있다. 또 유독 화학물질을 식량으로 섭취해 생존하며, 중금속과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데일리와 그의 동료들은 수 십 년 동안 어느 매우 강한 미생물을 붙잡으려 노력해 왔다. 그 미생물은 너무나도 강한 탓에 <박테리아 코난>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그 정식 명칭은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다. 이 미생물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 중 방사능에 대한 내성이 가장 생명체다. 또한 수분 및 식량 부족, 극한 기온, 진공 상태에서도 견딜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박테리아에 유독 화학물질과 중금속의 독성을 낮추는 능력을 부여하고자 여러 차례 유전자 조작 시도를 했다. 그러나 이 생물도 산도가 높은 환경에서만큼은 버티지 못한다. 데일리의 말에 따르면, 레몬 주스 수준의 pH 농도에서조차도 자랄 수 없다고 한다.

그와 동료들은 더 좋은 후보자를 찾아보기로 하고, 세계 각지의 사막, 광산, , 온천 등에 사는 미생물들을 포획했다. 그 중 가장 가능성 있어 보였던 것은 메릴랜드 주의 폐광의 산성 배수에서 발견한 붉은색 진균이었다. 로도투롤라 타이와넨시스라는 학명의 이 효모 진균은 산과 방사능에 장기간 노출되어도 끄떡없어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도 이 진균은 중금속 내성이 강하며, 가혹한 환경에서도 바이오필름을 생산한다. 박테리아 코난은 결코 따라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연구자들은 27종의 효모를 가지고 염화수은과 같은 가혹한 물질에도 견질 수 있는지 시험했다. 데일리는 염화수은은 정말로 유독한 중금속이다. 인간은 여기에 약간만 노출되어도 죽고 만다. 그런데 일부 미생물들은 이런 중금속은 물론 방사능과 산에 노출되어도 잘 산다.”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산이나 방사능을 견딜 수 없다. 그러나 효모는 이를 비교적 잘 견딜 수 있다. 데일리에 따르면 효모는 높은 산도를 잘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반면 효모는 박테리아보다 고온에 견디는 능력은 떨어진다. 로도투롤라 타이와넨시스는 상온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붕괴 중인 핵폐기물은 철제 저장 탱크 주변의 흙을 섭씨 48도로까지 가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효모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장 탱크에서 조금만 거리를 두면 온도가 떨어져, 효모가 누출되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포집할 수 있다.

USU의 헨리 잭슨 첨단 군사 의학 재단의 병리학 부교수이자 상근 과학자인 로크 트카브크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여러 종류의 효모와 박테리아를 함께 투입하는 것이다. 최근 그는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와 다른 여러 박테리아를 함께 투입하자,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가 다른 박테리아들을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같은 현상을 보고했다. 이러한 조합은 냉전 시대의 핵폐기물은 물론 원자력 발전소의 노심용융 사태에 대처하는 데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핸포드 사이트의 경우, 이 곳을 성공적으로 정화하면 붕괴 기간이 수천년이나 걸리는 핵 폐기물이 콜럼비아 강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데일리는 우리 뿐 아니라 그 누구도 방사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다만 방사능을 가둬두어 그 누출을 막을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By Kate Bagga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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