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UPDATED. 2024-04-26 00:45 (금)

본문영역

지진 피해도 인간의 책임인가?

지진은 산맥을 만들고 비는 산맥을 없앤다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8.12.13 15:50
글씨크기

 

캘리포니아 주 파사데나, 지질학자 루시 존스는 LA를 굽어보는 말라붙은 가파른 하상 위에 서 있었다. 남서쪽에는 LA 헐리우드 힐스까지 뻗어 있었다. 그 풍경은 그 날의 하늘만큼이나 맑았다. 그러나 존스는 그 모습 속에서 엄청난 재해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녀는 아래쪽의 채석장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여기에 남 캘리포니아의 문제가 숨어 있다. 지진으로 인해 산맥이 생기지만 산맥이 내리는 빗물을 머금으면서 풍화작용을 일으켜 또 깎여나간다.”고 말했다. , 지진은 산맥을 만들고 비는 산맥을 없앤다는 것이다. 존스는 계곡 속 건강한 수풀 같은 것을 가리켰다. 그것은 사실 버드나무였다. 무려 1.8m 두께로 쌓인 흙 위로 임관을 간신히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09년의 산불은 무려 647km2를 불태워 200채 이상의 건물을 파괴하고, 10,000명의 이재민을 냈다. 그리고 계곡 사면을 초토화시켜 계곡으로 흙과 돌멩이를 밀어 넣었다. 흙을 붙들어줄 것이 없자 폭풍이 올 때마다 아래로 돌과 진흙이 쓸려 내려가고, 자연 환경의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화재, 지진, 산사태가 상호 연결되어 이런 지형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LA군 지하에 거미줄처럼 뻗은 지질 단층들과 얽혀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다. 존스가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는 단층이다. 누구도 이 단층이 언제 움직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단 움직였다 하면 남 캘리포니아 전역이 흔들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그런 지진이 일어날 경우 1,800명이 사망하고 도로 966개소, 철도 21개소, 수도관 32개소, 전력선 141개소가 파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30만 채의 건물이 손상될 것이며 수백만 명이 생필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인간과 기반시설에 대지진 대비를 촉구하는 지진학자 루시 존스

 

존스는 사람들이 자신과 지진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이런 재난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루시 존스 박스 과학 사회 센터를 통해, 관과 민에 최악의 사태를 대비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그녀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벽에 가구를 딱 붙이라는 간단한 것에서부터, 집에 벽기둥을 설치하거나, 사무용 건물을 토대에 볼트로 결합하고, 일종의 쇼크 업소버인 면전 장치를 설치하여 지진 시 건물의 진동을 줄이는 어려운 것에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대응책 중 일부는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으나, 지역 사회의 회복력을 높여 줄 것이다. 존스는 공익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비용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존스는 예전에도 이런 일을 해 왔다. 그녀는 30년 동안 LA에 거주하면서 미국 지질조사국의 지진학자로 일했다. 거기서 그녀는 다른 시민들을 진정시켰다. 지진이 올 때마다 TV 방송국 직원들이 그녀의 사무실에 와서 상황 설명을 들었다. 그녀가 잡화점에 가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질문을 해댔다. 에어컨디셔너를 수리하러 그녀의 사무실에 왔던 어느 기술자는 그녀를 만났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콜로라도 대학 보울더 캠퍼스의 토목과 교수인 키스 포터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가 다른 과학자와 다른 점은 자기 연구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이 알아야 하는 것을 바로바로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그녀만큼 지식을 압축적으로 잘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5명이 채 안 된다. 스티븐 제이 굴드, 닐 디그래스 타이슨과도 같은 수준의 인물이다.”

 

존스는 일찍부터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돕는 기술을 증진시켜 왔다. 그녀는 1970년대 중국의 지진을 연구하러 최초로 현지에 간 미국 지질학자들 중 하나다. 이후 연방 재해관리청, 캘리포니아 주의 여러 시청들에 지진 대비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정치와 과학 사이의 비무장 지대에 머물러야 했다. 정치가들에게 사실을 전달해 주어야 하지만, 그녀 본인의 의견은 전달하지 않아야 정책 결정이 수월하다. “그 선을 명확히 지켜야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는 정보를 접하고, 선출된 공무원들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시민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공무원은 아니다.”

 

지난 2008, 도시 기획관들 및 비상기획관들이 시민들에게 지진 위험을 알리기 위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자, 그녀는 <대 남 캘리포니아> 지진 보고서를 냈다. 공학, 지진, 공공보건, 경제 등의 분야의 300명 이상의 학자들이 컴퓨터 모델을 사용하여 작성한 이 300페이지짜리 보고서는 규모 7.8짜리 지진의 효과를 모의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다이어그램, 그래프 등을 사용한 이 보고서의 내용은 헐리우드 영화의 대본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었다. 건물들은 무너지고, 고속도로와 가스관, 전력선은 모조리 끊긴다. 화재 발생 건수는 1,600, 사망자 수는 1,800, 부상자 수는 5만 여명이다.

 

이 보고서는 대중들을 경악시켰다. 이에 남 캘리포니아 주민 550만 명이 대규모 지진 대비 훈련에 참가하게 된다. 그녀는 시민들에게 지진이 발생하면 자세를 낮추고, 엄폐물 밑에 숨어 견딜 것을 주문했다. 2017년에는 전 세계에서 1800만 명이 참가했다. 그녀가 미국 지질조사국에서 퇴직하던 2016년에는 로스 앤젤레스 시장실에서 일하면서, 지진에 취약한 목제 건물 및 콘크리트 건물 소유자들에게 내진 보수 공사를 강제하는 기념비적인 법안 통과에 참가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10여개 도시가 이와 비슷한 법안을 이미 가지고 있거나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존스에 따르면 살아서 건물에서 탈출한다고 끝이 아니다. 건물이 지진을 견뎠다고 해도, 그 속에는 위험한 균열이 가득해 다시 들어가 살 수 없을 수도 있다. 이는 LA 시민들의 생존과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 존스는 의심스럽게 말한다. “이 정도 대책으로 과연 충분한가?”

 

그래서 존스는 2018년 캘리포니아 주 의사당에서 증언함으로서 신축 건물의 거주성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임명한 위원들이 기준 초안을 짤 것이다. 이들은 2022년까지 주요 기준의 정확한 수치를 알아낼 것이다. 지진을 겪은 건물은 어느 정도까지 망가져도 괜찮고, 어느 정도의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의무 사항이 되어야 하는가? 권고 사항이 되어야 하는가?

 

 

존스는 요즘 그녀가 올해 낸 책 <The Big Ones>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이 책에는 폼페이 화산 폭발에서부터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호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해로부터 얻은 교훈이 나와 있다. 그녀는 LA는 물론 영국과 뉴질랜드에도 가서 허리케인, 쓰나미, 홍수, 지진에 대비하는 방법을 조언한다. 존스는 정치적 움직임이 없이도 바꿀 수 있는 기반 시설, 즉 인간 네트워크를 개량하려 한다.

 

기존의 재해 대비 메시지는 너무나 개인적이다.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과 가족을 보호해야 하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여기에는 이웃이 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숨은 메시지가 있다. 존스는 사실은 그와 반대라고 말한다. 협동해서 재난 대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동료 학부형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신뢰에 기초한 공동체와 사회 조직이 바로 네트워크다. 그동안 지진에 대비하면서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다.”

 

, 우리 모두 단결해서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직 시간이 있을 때 학교, 교회, 시청, 가정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

규모 7.8 지진의 힘은 엄청나다. 건물들은 무너지고, 고속도로와 가스관, 전력선은 모조리 끊긴다. 화재 발생 건수는 1,600, 사망자 수는 1,800, 부상자 수는 5만 여명이다.

저작권자 © 파퓰러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만 안 본 뉴스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8
  • 팩스 : 02-6261-6150
  • 발행·편집인 : 김형섭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파퓰러사이언스
  • 등록번호 : 서울중 라 00673
  • 등록일 : 2000-01-06
  • 발행일 : 2017-11-1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대표 : 이훈,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