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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메신저로 소설을 읽는 시대가 온다

페이스북, 후크드 등의 플랫폼이 독서 방식을 바꾸고 있다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8.12.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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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소설의 시대가 왔다

 

오늘날의 미국은 분명 독서인의 나라가 아니다.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은 남성 중 15%, 여성 중 22%에 불과하다. 작년 한 해 동안 모든 형태(종이책, 오디오북 등)를 불문하고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미국인의 비율은 무러 1/4이나 된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 앱 기업들이 이러한 독서 기피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대기업에서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신생기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업들은 스마트폰으로 소설을 읽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스냅챗의 <챗 픽션>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멍청하고 따분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 기술들은 이미 독서 문화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작년, 사상 최고로 돈을 많이 벌어들인(포브스에 따르면 그가 2016년 한 해 동안 번 돈은 9500만 달러라고 한다) 작가인 제임스 패터슨과 그의 팀은 페이스북과 만나, 그의 신작 소설을 페이스북 메시징 앱에 이식해 달라고 했다. 패터슨은 미국인들에게 공유형 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 메신저 측에 앞으로 내놓을 책 2권을 골라 메신저를 통해 내도록 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 중 뉴 올리언즈를 배경으로 한 탐정이 나오는 작품을 골랐다. 이 탐정은 전부인과 함께 유명한 푸드 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몇 개월 간의 성급한 개발 작업 끝에, 이 소설 <The Chef>는 지난 1030일 메신저에 깔렸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The Chef by James Patterson”으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앱에는 별도의 도서 포탈이 없다(어느 디자이너에 따르면 현재 만들고 있다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패터슨 소설의 모든 부분은 메신저 앱의 기존 설계 매개변수에 맞춰져야 했다. 보통 책은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 메신저로 보는 책은 칼 모양의 이모티콘을 누르면 페이지가 넘어간다. 책의 내용은 일반적인 메시지 말풍선 속에 나온다. 모든 문장은 스마트폰 화면 한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으므로, 스크롤을 내릴 필요가 없다.

 

<The Chef>의 모바일판은 20192월에 나올 종이책 판과 기본 줄거리는 같다. 그러나 종이책 판은 더욱 장황하다. 모바일판에는 가장 화끈하고 중요한 부분만 들어간다. 그래야 독자들의 독서 의욕을 유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책 판은 읽는 데 6시간이 걸리는데, 모바일 판은 3시간이면 된다. 또한 모바일 판은 줄어든 볼륨을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보완할 수 있다. 광고 템플레이트를 이용해 디지털 이스터 에그를 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리에이티브 랩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소설 속 푸드 트럭의 사진을 띄운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뉴 올리언즈 지도, 현지 음식 만드는 법, 소설 속 범행 장면 동영상(물론 이런 걸 만들려면 대본, 배우, 감독이 필요하다) 같은 것도 첨가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소셜 플랫폼의 첫 소설 진출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사업 모델이라기보다는 과학 실험에 더 가깝다. 이 소설에는 광고나 판촉 활동이 전혀 없다. 따라서 전혀 수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시작했다는 데 의의를 둔 것이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메신저와 크리에이티브 랩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있다. 지난 1029일에 있었던 기자 회견에서 설계 팀은 이미 다음 책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개량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번째 책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기자 회견장의 분위기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들떠 있었다.

 

더욱 체계를 갖춘 독서용 앱을 보면 앞으로 페이스북에서 무엇을 내놓을지 예상 할 수 있다. 지난 2015년에 출시된 후크드는 페이스북보다 더 먼저 소셜 특화적 소설을 받아들였다. 후크드는 이런 작품들을 <챗 픽션>이라고 부른다. 문자 메시지의 형태로 집필되어 스크린에 순서대로 뜨는 소설이다.

 

패러그 초디아와 프레르나 굽타 부부가 만든 신생기업인 후크드는 출시 전에 모든 것을 다 시도해 보았다. 이들 부부는 만화책에 영향을 받은 이미지 위주 미디어와 베스트셀러 소설 요약본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표적으로 삼고 있던 13~24세 연령층의 완독률은 낮았다. 굽타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소설 요약본의 경우 완독률은 35%였다고 한다. 그러나 챗 픽션은 큰 인기를 끌었다. 분량은 1,000단어에 불과하며, 두어 명 정도의 주인공이 문자 메시지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완독률은 80~90%에 달한다.

 

후크는 스냅챗의 전용 채널을 통해 가장 긴 챗 픽션을 선보였다. 30,000단어 분량의 <Dark Matter>. 이 소설은 5,000~8,000단어 분량의 <에피소드>(기존 소설의 <>에 해당)들로 나뉘어져 있다. 후크드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도 독자들이 문자 메시지들을 계속 읽을 수 있도록 엄청난 스릴에 의존하고 있다. 생략이 많이 사용되고, 긴장감을 자아내는 수수께끼들도 많이 나온다. 굽타는모바일 이용자는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기가 힘들다. 사용자들은 에피소드 하나를 넘길 때마다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읽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냅챗 기반 책이라는 말은 마치 탈 근대적 언어유희처럼 들린다. 그러나 후크드의 연재 전략은 무려 수 백 년 전부터 존재하던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 대부분의 작가들은 소설을 신문에 나눠서 연재했다. 한 편의 소설을 다 보려면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렸다. 찰스 디킨스의 <피크윅 문서>,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 크리스토 백작>, 캐릭터 <셜록 홈즈> 등이 다 이런 식으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아마도 오래된 문학 매체들도 이런 소셜 소설 공간에 발을 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례로 지난 2012, 잡지 <뉴 요커>는 제니퍼 에간의 소설 <Black Box>를 트위터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터넷은 물론 종이 잡지에도 연재되었으나, 트위터의 매개 변수에 맞춰 집필되었다. 때문에 기존의 문단 형식 대신 한 줄이 140자 정도가 되는 형식으로 집필되었다. 더욱 최근에는 뉴욕 공공 도서관이 저작권 소멸 도서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의 @NYPL 계정을 보면 애니메이션이 가미되어 클릭을 통해 볼 수 있는 <누런 벽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상하권)>이 나왔고, 111일 아침에는 <갈가마귀>도 나왔다.

 

또한 다른 것도 연구 중이다. 출판의 역사는 늘 변화의 역사였다. 수도원 기록실의 승려들이 책을 일일이 필사하고, 그렇게 만든 책들은 아무도 읽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거쳐 인쇄술이 등장하고, 전자책이 나오기까지 인간의 독서 방식은 늘 바뀌어 왔다. 그 와중에 변하지 않은 것은 가장 중요한 문자 뿐이다.

 

양장본 책을 좋아하던 사람들에게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 소설을 판매하는 것은 어렵다. 마찬가지로 스냅챗을 좋아하는 10대들에게 도서관의 종이 책을 읽게 하는 일은 더 어렵다. 문학 소설을 좋아하던 사람들에게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을 읽게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게 종이책이건, 전자책이건, 메신저 말풍선이든 상관없다. 매체와 메시지는 갈수록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메시지가 더욱 중요하다.

 

결국 메신저의 <The Chef>도 후크드의 <Dark Matter>도 모두를 위한 소설은 아니다. 본인들 역시 그렇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패터슨은 물론 굽타까지도 더 많은 미국인들이 원하는 형식의 독서를 하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목표라고 주장해 오고 있다. 다양한 독서 플랫폼의 융성을 지원한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종이책을 계속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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