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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자동차, 차량범죄의 과학적 접근 1

알 수 없는 미래로 달리는 경찰차와 도주 차량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8.12.18 17:35
  • 수정 2018.12.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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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

 

지난 1934,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가 캔사스 주 토페카의 길거리에서 훔친 차는 포드 디럭스 Fordor 최고급품 이었다. 도색은 코르도바 회색이었고, 큰 그릴은 크롬 처리가 되어 있었다. 내부에는 호화로운 가죽 마감도 되어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를 훔치려는 이 두 은행 강도들의 눈을 제일 잡아 끈 것은 85마력 플랫헤드 V-8 엔진이었다. 이 새로운 엔진은 은행강도 뿐 아니라 모든 미국인들이 더욱 빠른 자동차 여행을 즐기기 위해 설계되었다. 그러나 그 미국인들 중 경찰은 제외되어 있었다. 대공황 시대의 미국 경찰은 줄어든 예산과 낡은 기술로 견뎌야 했다. 많은 경찰관들은 엔진 출력이 Fordor의 반밖에 안 되는 낡은 모델 A 차량을 사용해야 했다. 반면 파커와 배로 같은 범죄자들은 필요한 차량을 현명하게 선택해 훔쳐 타고 다닐 수 있었다. 결국 V-8 엔진 탑재 차량을 지닌 텍사스 레인저, 그리고 승용차, 트럭, 심지어 리무진까지 동원한 지방 경찰이 투입되고서야 이들을 추적해 사살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모두가 지난 과거다. 그러나 파커와 배로가 죽은 지 84년이 지나서도 자동차 추격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 법무부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미국 경찰은 68,000건의 자동차 추격을 벌였다. 이 중 절반이 미등 고장이나 신호 위반 등 사소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나머지는 쫓기는 운전자에게 도망쳐야 할 이유가 있는 경우였다. 그 운전자가 지명 수배범이거나, 마약 또는 불법 무기를 운반하고 있는 경우 등이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오늘날 경찰의 추격 거리는 매우 짧다. 2/35km 이내다. 그러나 고속도로 추격으로 들어가면 위험이 커진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3년 사이 경찰의 자동차 추격으로 인해 죽은 사람의 수는 11,506. 그 중 대다수가 추격과 직접 상관없는 제3자였다.

 

이런 이유로 경찰 고위층은 고속 추격을 적극적으로 막으려고 하고 있다. LAPD의 데이빗 페리 경위는 이렇게 말한다. “교통 단속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실시하고 있다. 신호 위반자를 추격한다면, 추격하지 않을 때에 비해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페리와 동료들은 추격 여부를 결정할 때 매우 신중하다. LAPD의 헬리콥터들이 용의 차량의 도주 방향을 지상의 순찰차들에게 알려주면 더욱 안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용의 차량을 바짝 뒤쫓지 않아도 잡을 수 있다.” 어떤 때는 법규 위반 차량의 번호판만 보고도 기존의 다른 법규 위반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다른 위반 내용이 없다면 출석요구서만 보내고 끝낸다. LAPD는 최선을 다했지만, 2014년에 394건 추격 건수는 2017년에 749건으로 늘었다.

 

오늘날 차도는 무법천지다. 그러나 장차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대가 오면 더욱 안전한 자동차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법을 준수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실수에 의한 것이건 고의에 의한 것이건 교통 법규 위반도 줄어들 것이다. 순찰차도 덜 필요해질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실수 많은 인간의 감각 기관 대신 정밀 레이더를 사용하고, 충동적인 인간 두뇌 대신 사려 깊은 컴퓨터를 사용하므로,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상당부분 없애 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의 높은 신뢰성은 악당들의 새로운 범행 도구로 악용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공학 교수인 토드 험프리스의 견해다. 그는 휴대전화부터 자동차에 이르는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다. “어떤 범죄는 극도로 정밀해질 것이고, 어떤 범죄는 극도로 덜 정밀해질 것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가장 정밀하지 않은 범죄일수록 가장 큰 생명의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은퇴한 주립 경찰관이며 FBI가 후원하는 보안 위험 예측단의 단원이기도 했던 토머스 카우퍼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통해 테러 활동을 놀랄 만큼 쉽게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차량에 폭발물을 장착하고, 관광객들이 많은 곳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폭발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굳이 손 볼 필요도 없이 엄청난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경찰이 이런 종류의 테러를 막으려면 타임즈 스퀘어나 헐리우드 명예의 전당 같은 곳에 폭탄 탐지견이 배치된 검문소를 세우거나, 모든 차량을 초대형 폭탄 검색대로 통과시켜야 한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카우퍼는 마약 카르텔도 자율주행 자동차를 악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경찰은 일반적으로 신호 대기를 통해 마약 밀매꾼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는 절대 두려워하지 않고 멈추지도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 자동차는 신호 대기나 정지를 하지 않는다. 경찰의 법 집행에서 인종 편견도 없어지겠지만, 카우퍼는 마약을 운반하는 카르텔은 인력과 장비의 제약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차량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면 경찰의 단속 능력을 뛰어넘어 마약 운반이 가능하다.

 

악당들이 자동차 자체를 개조하기 시작하면 일은 더 골치 아파진다. 전 미 해군 조종사이며 현재는 듀크 대학교 프래트 공대 교수인 미시 커밍스는 기초 지식만 있어도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조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되는 라이다(레이저 기반 탐지 체계)를 예로 들어 보자. 라이다가 뭔지 몰라도 그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렌즈에 뭍은 먼지 같은 시시한 것으로도 그 탐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물론 경찰도 이런 것들을 이용한 새로운 도구를 갖출 것이다. 유사 시 라이더 모듈의 렌즈를 막는 탄을 쏴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멈추는 등의 도구 말이다. 미래의 경찰은 이런 임무에 총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라이다 말고도 약점은 많다. 일반적인 자율주행 자동차는 라이다 외에도 3개의 센서를 더 가지고 있다. 전방 및 후방 카메라, 위성과 연결된 GPS, 가까운 물체에 전파를 발사하는 레이더가 그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 지능은 이런 센서들이 수집한 데이터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후속 결정을 내린다. 가난한 부랑자라도 소프트웨어 지식이 충분하다면 이런 자동차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리고 그 탑승자는 물론 거리 위의 제3자들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험프리스에 따르면, 범죄자들이 소프트웨어 변조를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의 중앙 컴퓨터를 탈옥, 해커가 자동차를 수동 조종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한 번에 여러 자동차를 해킹해서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보통 차량 대 차량 통신 체계를 탑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통신 체계를 이용해 달리면서 교통 흐름에 무리 없이 끼어들고 빠져나온다. 가짜 메시지를 보내면 도주로를 확보하거나, 자동차 사고를 유발하거나, 심지어는 경찰의 도로차단 장치를 악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험프리의 설명이다

자율자동차, 차량범죄의 과학적 접근2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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