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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특수작전칼 논란에 대하여

아세아 항공전문학교 정진만 교수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8.03.22 10:22
  • 수정 2018.03.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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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특수부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했던 특수작전칼인 페어번 사이크스 대검. 대검격투에 최적화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 1월 말, 인터넷 상에 게시된 한 장의 칼 사진이 밀리터리 마니아들을 뜨겁게 달구었다. 특전사가 시험운용 중이라는 특수작전칼 사진이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여론이 들끓었는데... 언제나 노이즈가 많기 마련인 인터넷 여론. 칼을 많이 사용해 본 사람의 정론은 과연 어떨까?

칼은 명실공히 인류 최초의 도구이자, 가장 기본적인 도구 중 하나다. 인간은 돌칼(석기)을 만들면서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우리 모두는 오늘도 칼로 조리한 음식을 먹고 있다. 이 점은 전투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집단인 군대에서도 다르지 않다. “총칼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칼은 군대의 무력 그 자체를 상징하기까지 한다. 물론 오늘날의 군대에서 칼은 총, , 미사일 등에 주무장의 지위를 내주었지만, 그래도 주무장을 사용할 수 없을 때를 위한 보조 무장, 야전 생활을 위한 도구로서의 지위는 잃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군의 경우 특전사를 위시한 특수부대 장병들은 좋은 칼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체감하고 있다. 징집병이 주류를 이루는 타군과는 달리, 특수부대는 대부분이 간부고 지원자인데다가 훈련량과 강도도 높다. 당연히 훈련에서 칼을 사용하는 빈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특수전에서는 칼을 사용한 전투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특수부대는 우수한 칼을 좋아한다.

그러나, 지난 1월말 우리 특전사에서 시험운용 중인 특수작전칼이라며 인터넷과 언론에 공개된 이탈리아 폭스 사의 칼은 많은 이들의 빈축을 샀다. 도저히 특수작전에 알맞지 않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이에 군은 특수작전칼에 대한 재입찰을 진행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기존 계획을 취소하고, 특전사 예하 6개 여단과 2개 단에서 복무하는 특전사 요원들의 전수조사를 통한 수의계약방식으로 특수작전칼을 도입할 방침을 지난 315일 밝혔다.

기자는 좀 더 자세하고 책임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직 특수부대 대원인 아세아 항공전문학교 정진만 교수를 만나보았다. 그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특전사에서 복무했고(예비역 상사),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이라크 파병. 이후 용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경호학 석사 학위를 취득. 현재는 항공대학교 우주항공법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전역 후 국방관련 NGO 활동은 물론 크라브 마가(이스라엘 근접 격투술) 교관, 경찰 무도교관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재난정보학회 부설 재난기술연구소에서 테러대응을 연구하고 있다.

 

특수작전칼인데 특수하지 않은 게 문제

우선 특수부대에서는 어떤 칼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정 교수에 따르면 의외로 다양한 칼을 쓴다고 한다. 물론 특전부사관 후보생 양성과정의 무성무기(無聲武器) 교육 때는 보급품인 특전대검을 사용하지만, 그 외에도 범용으로 쓰이는 멀티툴, 작업용으로 쓰이는 폴딩 나이프 등을 별도로 구비해서 사용한다. 특전사 대원이라면 누구나 개인 구매한 칼 1자루 이상씩은 소지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칼이 필요한 이유는 우선 하나의 칼로 다양한 용도에 모두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원 개개인의 신체적 조건이나 취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적합한 칼도 모두 다르다. 따라서 적과의 전투에 사용되는 대검은 일괄적으로 보급하되, 전투용 대검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고 나머지 기능적인 부분은 전투원 개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좋다. 특히 군에서 집착하는 와이어 커팅 기능은 휴대용 절단기에 맡기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보급 대검, 즉 이번 특수작전칼 이전에 보급되던 특전대검은 어땠을까? 정 교수에 따르면 별로였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내구성이 너무 좋지 않아 손잡이와 칼날의 이음매 부분이 쉽게 부러져 버리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그리고 부가장비라고 달려 있는 와이어 커터, 숫돌, 드라이버 등도 막상 써 보면 기존의 공구에 비해 너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었다. 또한 날의 디자인도 다목적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대검격투와 살상에 부적합했다. 쉽게 말해 적의 몸에 칼날을 쉽게 찔렀다가 쉽게 빼낼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특수작전칼은 그 디자인만 놓고 봐도 기존의 특전대검에 비해 더욱 실망스러웠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칼날에 방광(防光)처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야간에 총기에서 나오는 반사광도 차단하기 위해 그을음으로 코팅하는 마당에 그런 대검을 특수부대원의 무기로 지급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칼날의 디자인도 볼수록 의구심을 자아낸다. 앞서도 말했듯이 특수부대의 대검은 다용도성이 그리 크게 필요치 않다. 이미 다른 도구들이 얼마든지 있고, 너무 많은 기능에 집착하다 보면 대검 본연의 용도인 전투에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칼에는 굳이 와이어 커팅 기능이 달려 있고, 칼날의 콧등 부분에도 그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톱날이 붙어 있다. 이러면 적을 찌를 때 칼날이 제대로 박히지도 빠지지도 않는다. 육군 측에서는 해명자료를 통해 이 칼의 재질이 우수하다고 한 바 있지만 재질이 아무리 좋아도 칼날 디자인이 이 모양이면 소용이 없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손잡이의 디자인에도 문제가 있다. 이 특수작전칼의 손잡이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고 그 위에 여러 개의 고무링이 덮여져 있다. 금속으로 된 손잡이가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사용자의 손을 얼마나 괴롭힐지는 안 봐도 뻔하다. 게다가 다른 대검의 손잡이와는 달리, 손잡이가 사람 손의 굴곡을 고려하지 않은 원통형이다. 칼을 쓰다가 자칫하면 손에서 놓쳐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칼을 휘두를 때 힘을 주기도 어렵다. 손잡이 속에는 비상시에 쓰라고 나일론 낚시줄, 성냥, 바늘, 나침반 등의 생존 도구가 들어 있었다. 정 교수의 첫 반응은 이게 여기에 들어가야 할 물건인가?”였다. 그런 물건은 다른 곳에 넣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며, 굳이 칼 속에 넣어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수한 특수작전칼의 조건

그렇다면 과연 어떤 물건이 우수한 특수작전칼일까? 정 교수는 우수한 특수작전칼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기본에 충실할 것을 지적했다. 앞서도 말했듯이 특수작전칼은 대검격투가 주목적이다. 따라서 적을 잘 찌르고 벨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방청, 무광택, 방염, 고강도성은 물론 인체공학적 손잡이를 갖추어야 한다. 부가 기능으로는 로프를 많이 사용하는 특수부대의 실정 상 로프절단 기능 정도만이 필요하다. 그 외에 기능은 사용자의 취향이나 임무에 따라 다르고, 다른 칼이나 도구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소총에 착검할 수 있는 착검 기능 여부에 대해서는 없어도 상관없다는 의견이었다. 우선 특수부대는 정규군과는 달리 총검술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사용하는 총기도 정규군의 것보다는 액세서리가 많이 달려 있어 총검술에 불리하다. 게다가 특수부대는 돌발적인 근접전투를 많이 겪게 되므로 착검할 시간도 없이 적과 격투를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칼에 착검장치가 달리게 되면 그만큼 더 무거워지고 무게중심이 망가져 파지감이 나빠지게 된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특수부대의 이야기이고, 총검술을 중시하는 정규군의 대검이라면 당연히 착검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차피 칼은 소모품이기 때문에 이번에 언급된 특수작전칼처럼 너무 비싼(18만원) 것은 필요 없다. 그는 이상적인 특수작전칼의 모델로 SOG 사의 SEAL 시리즈, 그 외 거버, 콜드스틸, 벤치 사의 나이프 등을 거론했다.

기자의 궁금증은 왜 이런 문제 많은 칼이 특전사에 보급되었을까로 옮겨갔다. 정 교수는 이를 군용품 채택 과정 전반의 문제점에서 찾았다. ROC(required operational characteristics, 요구 운용 특성)를 정할 때부터 그 장비를 일선에서 사용하는 현장 인원들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비전문적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군용품을 만들 때 전용품을 새로 만드는 방식만을 너무 고집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 소요제기부터 시험평가 그리고 전력화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불필요하게 소요된다. 이번의 특수작전칼도 육군의 발표대로라면 무려 2022년이 되어서야 전력화가 완료될 예정이었다. 이게 차세대 전투기도 아니고 고작해야 칼 한 자루인데 말이다. 그런식으로 하면 아무리 신제품이라 하더라도 완전히 전력화되었을 때 시대에 뒤쳐진 무기체계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그는 우수한 상용품을 선정해 구매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미 성능이 검증되었고 생산 및 후속 군수지원체계가 갖춰진 물건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빨리 안정적으로 보급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급품 문제에 대해 대충대충, 복지부동 자세로 일관하면서 변화를 방해하는 일부 군 간부들의 태도도 그는 문제로 지적했다.

재난 대비도 평소에 잘 해야

재난기술연구소에서 테러 대응을 연구하고 있는 그는 일반인들의 재난 대응에도 매우 관심이 많았다. 재난 발생 시 일반인들을 위한 날붙이를 추천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쉽사리 답을 주지 않았다. 시중에 좋은 제품이 워낙 많고, 각 개인의 사정이나 취향도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굳이 고르라면 클레커 클랙스 럼버잭(Klecker Klax Lumberjack) 같은 서바이벌 멀티툴 모델이 좋다고 했다. 도끼, , 드라이버 등 다양한 공구가 들어 있으면서도 튼튼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아울러 안전은 공짜가 아니며, 투자할 때 투자해야 유사 시 살아남는다는 점, “나는 재난을 당하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보다는 나도 재난을 당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올바른 재난 대비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스스로도 공부하는 입장인 그는 제자들에게 늘 “10년 후 후회할 일만 아니라면 하고 싶은 것 뭐든 다 해보라.”고 주문한다. 그러한 진취적인 태도야말로 과학을 탐구하는 태도와도 정확히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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