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삼림 지도 제작자...나무를 살려 자연을 살려라

2019-07-29     김성진 기자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세계 발견 보전 과학 센터의 소장 '애스너'

하와이에서 시들음병이라는 질병 때문에 지난 8년간 오히아 나무가 100만 그루 이상 죽었다. 현지 삼림 전문가들은 나무를 놀랍게 빨리 죽이는 이 병의 병원균을 저지할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생태학자 그레그 애스너의 항공 정찰을 통해서 비로소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와이 화산 국립 공원 주변에 죽은 나무와 건강한 나무를 확실히 가르는 울타리가 쳐졌다. 이 울타리는 현지의 멧돼지의 출입을 통제하는데, 멧돼지가 나무를 물어뜯으면서 병균을 옮기는 것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멧돼지 출입 통제에 성공한다면 오히아 나무들을 살릴 수 있다. 올해 51세인 애스너는 이러한 시각을 통해 수목 관리자들이 숲의 건강을 10년 가까이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애스너는 자연을 잘 보전하려면 무엇이 어디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연구실은 쌍발 프로펠러 항공기인 <도르니어 228> 속에 있다. 이 곳에서는 임관의 구조를 밝히는 지도를 만들어낸다. 이 지도를 통해 나무가 붙잡아두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알 수 있고, 또 수화 작용 예측을 통해 나무들이 가뭄에 대응하는 방식을 알 수 있다. 애스너는 항법 콘솔 근처의 좌석에서 승무원들을 지휘, 지상에서 관찰하기에는 너무 넓은 범위의 땅을 인공위성보다 훨씬 정확하게 관찰한다.

그가 비행을 하게 된 것은 바다에서부터였다. 그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 걸쳐 미 해군에서 심해 잠수사로 6년간 복무하면서 생태학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아름다운 자연을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하와이 자연보호협회에서 현장 기술자로 첫 지상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1997년 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카네기 과학 대학의 교수로 취임하고, 비행기도 한 대 얻게 되었다. 현재 그는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세계 발견 보전 과학 센터의 소장으로 있다.

그의 개조 항공기는 2.27톤 이상의 장비를 싣는다. 이 장비에는 카메라와 컴퓨터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애스너의 독창적인 분석은 두 개의 주요 센서 체계에 주로 의존한다. 그 중 첫 번째는 반사파를 이용해 나무의 3D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18와트 레이저 센서 2대다. 두 번째는 고충실도 분광계 세트다.

이 장비는 자외선에서 적외선에 이르는 나무의 모든 반사광을 측정한다. 엽록소나 탄수화물 등 나뭇잎 속의 화학 물질은 특유의 분광 신호를 낸다. 이를 관찰하면 나무의 수화 작용, 건강 상태, 종을 알 수 있다. 데이터 해석에는 인공지능도 사용된다.

지난 10년 동안 그는 10여 곳의 삼림을 관찰했다. 그 중에는 보르네오의 오랑우탄 서식지도 있었고, 남아프리카의 사자 사냥터도 있었다. 2013년 페루 상공을 비행하면서 만든 지도에는 그 나라의 나무들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의 양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 연구를 통해 보호 구역을 설정할 수 있었고, 나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동식물들이 기후 변화에 맞서 살아갈 쉼터를 제공할 수 있다. 그는 생물학적 다양성이 뛰어난 생태계는 한 종류의 생물만으로 구성된 생태계에 비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높다고 말한다.

애스너의 고향 근처인 미국 서부의 경우 가뭄과 산불이 잦기 때문에 수화 작용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 2015년부터 캘리포니아 상공에서 관찰한 결과 심각하게 마른 나무 12천만 그루가 집계되었고, 이 중 최소 1억 그루는 이미 죽은 것으로 판정되었다. 세쿼이아 나무, 폰데로사 소나무, 화이트 퍼 나무 등이 풍부한 세쿼이아 앤 킹스 캐년 국립공원 같은 곳의 관리자들은 그의 데이터를 사용해, 죽은 나무들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살아있는 나무 관리에만 힘을 투자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 때문에 가뭄 등의 극한 기후는 더욱 빈번하게 찾아올 것이다. 따라서 토지 관리인들은 힘든 결정을 내릴 때 애스너의 데이터에 더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것을 살리고 어떤 것을 죽이느냐 하는 결정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자연을 잘 보전하려면 무엇이 어디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