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오해...몬데그린 현상을 느껴라

2020-01-20     임현재 기자

2019년 초 릴 나스 X의 노래 <Old Town Road>가 인기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당시 5분에 한 번씩 이 노래의 가사인 말을 타고 오래된 마을의 거리로 가네(I’m gonna take my horse to the old town road).”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 가사를 말을 타고 호텔방으로 가네(I’m gonna take my horse to the hotel room).”로 알아들었다. 물론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수 십 년 전부터 대중들은 가사를 잘못 알아들어왔다. 엘튼 존의 더 꼭 안아 주세요, 작은 댄서(hold me closer, tiny dancer).”더 꼭 안아 주세요, 토니 댄자(Tony Danza).”로 잘못 들렸다. 이렇게 가사가 엉뚱한 말로 들리는 현상을 가리켜 몬데그린이라고 한다.

지미 헨드릭스의 노래 가사 하늘에 키스하라(kiss the sky).”이 남자에게 키스하라(kiss this guy).”로 들리게 하는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걸까? 소리가 인간의 고막에 닿으면 작은 모세포가 이를 전기 신호로 바꾼다. 이 전기 신호는 청신경을 통해 측두엽으로 간다. 측두엽에서 전기 신호는 다시 의미를 갖춘 소리로 복원된다. 만약 소리가 뚜렷하고 용어가 익숙한 것이라면 듣는 사람은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아듣는다.

그러나 소리가 뚜렷하지 못할 경우 인간의 두뇌는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노래에서는 연주가 가사를 압도하거나, 가수가 너무 기교를 부려 발성할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독일 튀빙겐 대학의 신경정신과 교수인 토마스 에토퍼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 인간의 두뇌는 발음이 비슷하고 더욱 익숙한 다른 단어나 어구를 대신 떠올린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말을 타고 오래된 마을의 거리로 가네.”라는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할 경우, 그 비슷한 말을 떠올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나름의 해석은 올바른 가사를 접한 후에도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에토퍼에 따르면, 실제로 사람은 몬데그린으로 얻은 해석 쪽을 더욱 듣기 좋아한다고 한다. 인간의 두뇌가 그 쪽으로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러한 혼란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인간이 애매모호함을 해결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