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실업자 정신건강 ‘심각’

지속적인 울분’ 느끼는 사람 45% 건강 상태 ‘나빠졌다’ 42% 달해

2022-04-18     김헌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업을 겪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매우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매우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국내 체감실업자 717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의 경험과 건강 영향'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존 실업자 외에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근로를 하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지만 취업 의지가 있는 경우를 포함하는 '체감실업' 상태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주관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나쁘다'는 응답이 41.7%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15.2%에서 급등했다. 응답자의 주관적 건강 수준 평균은 코로나19 이전 4.48점에서 현재 3.78점으로 0.70점 하락했다.

응답자의 28.4%는 코로나19 유행과 관련 있는 실직을 경험했다.

과거에 비해 주관적 건강 상태가 크게 낮아진 집단에 대한 분석 결과 실직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주관적 건강이 나쁘다는 응답은 종전 4.59에서 3.63으로 0.96점 낮아졌다.

‘체감실업자’들의 정신건강도 우려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울분장애 자가측정도구’(Post 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 PTED)' 19개 문항을 사용해 산출한 체감실업자의 울분 평균 점수는 1.87점으로 전 국민 조사(1.75점)에 비해 높았다.

울분 수준은 '이상 없음(1.6점 미만)', '지속되는 울분(1.6점 이상-2.5점 미만)', '심한 울분’ (2.5점 이상)'으로 구분된다.

체감 실업자 중 '심한 울분' 집단은 전체의 18.6%로 전 국민 조사(2020년 11.90%, 2021년 13.9%)에 비해 크게 높았다. '지속되는 울분' 집단은 44.8%에 달했다.

자가보고형 우울척도(PHQ-9)'로 지난 2주간의 우울수준을 파악한 결과 체감실업자의 평균은 9.14점, '우울증 수준(10점 이상)' 비율은 40.7%였다. 이는 일반인 대상 조사(평균 6.79점, 우울증 수준 비율 25.1%) 결과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극단적 선택'에 대한 조사 결과 전체의 30.5%는 지난 1년 간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의 11.6%는 극단적 선택을 계획했고, 6.3%는 시도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은 ▲여성(0.61점) ▲30대(0.60점) ▲월평균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 저소득자(0.60점) ▲고졸 이하 저학력자(0.70점) ▲이전 직업 전업주부(1.04점) ▲판매·영업·서비스직(0.80점) ▲4번 이상 다빈도 실직(0.58점) ▲실직이 코로나19와 관련 있음(0.63점) ▲직장의 휴업·폐업·파산으로 실직(0.88점) 등의 집단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 국내 체감실업자 성인 남녀 7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 자료의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3.5%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