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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야생동물 이야기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 생명을 죽이는 길이 아닌 살리는 길로...

현장 과학자, 야생동물 로드킬을 기록하다

2021. 11. 04 by 파퓰러사이언스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우동걸 지음/책공장더불어 펴냄)

 

매년 길에서 로드킬로 죽는 야생동물 약 200만 마리. 어마한 숫자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이라도 직접 가해자가 되거나 도로 위의 주검을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로 밀도는 1제곱킬로미터당 1킬로미터를 넘는다. 1킬로미터를 갈 때마다 하나 이상의 도로를 만나는 셈이니 로드킬은 낯선 일이 아니게 되었다.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생태통로 설치 등 여러 방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다.

길 위의 야생동물 죽음은 헛되다. 상위 포식자의 피와 살이 되지 못하고, 식물을 위한 거름도 되지 못한다. 차에 치이고 바퀴에 눌려서 도로 위에 납작하게 말라붙거나 가루가 되어 날아가 의도치 않은 풍장이 된다. 인간에게 수거되면 폐기물로 처리된다. 이런 허망한 죽음을 줄이기 위해 로드킬 자료를 수집하여 데이터로 만들어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로드킬 저감 방안으로 헛된 죽음을 줄이려는 연구자들이 있고, 그중 한 명이 이 책의 저자다. 아직 연구 기간이 짧아 성과가 크지 않고, 무엇보다 일반인의 로드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랜 기간 로드킬 저감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저자가 쉬운 언어로 대중에게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가 무선 추적을 하며 관찰한 13마리의 동물들이다. 관찰 도중 13마리 중 6마리가 로드킬로 떠났다. 한국의 야생동물이 천수를 누리는 일은 희귀한 일이 되었고, 가장 무서운 적은 자동차인 셈이다.

저자는 생명력 넘치는 야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독자들을 올림픽대로 옆의 강서습지로 데려 갔다가, 지리산 깊은 골짜기로 끌어들인다. 역사, 문학, 철학 등 인문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과학자가 들려주는 생태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가 결국 도달하게 되는 곳은 다시 생명. 야생에서 이토록 찬란하게 뛰어다니던 동물들이 무시무시한 달리기 능력을 지닌 쇳덩어리 신종 동물체에 튕겨 나가 죽음을 맞지 않도록 독자가 응원하게 만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해하기 쉬운 생활 언어로 일반인을 생명의 세계로 초대하는 과학 저자의 탄생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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