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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전송과 그 철학적 함의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9.06.07 17:24
  • 수정 2019.06.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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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움직이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

지난 2017년 물리학자들은 티벳에서 광자를 발사해 480km 상공의 인공위성에 쏘아 맞혔다.  이 실험은 공상과학 팬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스타 트렉>에 나오는 물질전송장치가 과연 곧 실현될 것인가?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인간을 다른 장소로 순식간에 움직이는 양자 순간 이동은 실현되기 어렵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보안성이 높은 데이터 이동이며 인간을 만드는 지극히 복잡한 코드를 실행하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빛에 실어 보낸 가장 복잡한 물체는 양자와 작은 원자 조각 정도다. 광자, 중성자, 전자 같은 유형의 각 입자는 자신이 속한 아원자종의 다른 멤버들과 대체로 비슷하다.  이들의 차이점은 양자 상태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두 개의 광자가 시계방향으로 돈다면 양자 상태가 같다. 이런 것들이라도 시간을 전혀 소모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쏘아 보내는 건 마술이 아니면 안 된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복제품을 만들 수는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별 쓸모없는 기술이지만 지연이 없고 보안성이 높은 통신을 하는 데는 매우 유익한 기술이다.

지구에 있는 필자가 우주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비밀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필자는 열쇠가 없으면 풀리지 않는 암호문을 만들었다. 이 암호문을 이메일을 통해 상대에게 발송하고자 한다. 그러나 도감청의 위험 없이 열쇠를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면 양자 무리의 상태를 이용한 이진수를 만들어 열쇠를 암호화하면 된다.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면 1을 놓고 반시계 방향이면 0으로 놓는다. 그리고 두 입자가 얽힐 때 생기는 트릭을 통해 이 이진수를 안전하게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 얽힘이란 양자 1이 시계 방향으로 돌 때 양자 2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현상이다. 그리고 한 양자가 방향을 바꾸면 다른 양자도 방향을 바꾼다. 두 양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똑같다.

한 쌍을 갈라서 하나는 지구에 다른 하나는 빛에 실어 우주의 수신인에게 쏘아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상태가 언제나 상보적인 것을 알고 있다. 즉 우주의 수신인은 자신의 입자를 측정하여 지구의 입자에 저장된 정보를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쌍 중 지구에 있는 것이 제3의 양자(이진수를 암호화한)와 동일한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수신인에게 수신인이 받은 양자의 상태를 확인해 보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양자는 순식간에 유용한 열쇠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 비밀의 입자를 보지 않고도 거기 숨겨진 숫자를 알 수 있다. 수신인에게 발신한 양자는 얽힌 짝이 올바른 상태로 전환될 때까지 사실상 암호를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도감청을 당해도 비밀이 누설되지 않는다. 


이러한 메시지 전송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더욱 대중화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런 식으로 전송하기 어렵다. 사람 하나를 이루는 원자의 수는 1028 개나 된다. 이 모든 데이터를 복제하려면 인체를 원자 단위로 분해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설령 살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분해 전송된 인체를 수신지에서 다시 완벽히 재조립해야 한다. 그리고 전송된 사람을 과연 원래의 사람과 동일한 존재로 볼 수 있을까?

인체 전송과 그 철학적 함의는 공상과학속의 이야기로 남겨 두는 게 가장 좋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덜 위험하면서도 미래적인 여행 방식을 연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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