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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에게 화성 탐사의 어려움과 가능성을 알려주는 우주비행사들의 일기
NASA에게 화성 탐사의 어려움과 가능성을 알려주는 우주비행사들의 일기
  • 이동훈 기자
  • 승인 2019.09.03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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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월은 국제 우주 정거장의 특별한 시기였다. 신선한 보급품과 함께 새 승무원이 왔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사 클레이튼 앤더슨은 그 해 6월 이후 국제우주정거장의 유일한 미국인이었다. 그는 새 승무원과 함께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다.

그러나 우선 임무 통제실과 얘기가 되어야 했다. 앤더슨이 국제우주정거장에 탑승한 목적은 미래 우주비행사들의 업무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지상에서 하던 일 중에는 우주비행사 지원 및 통신도 있었다. 그러니 휴스턴에서 지루한 절차를 지키라고 요구할 때마다 늘상 짜증이 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예를 들어 우주왕복선 도착을 준비할 때면 휴스턴에서는 특수 우주유영 가방(장갑과 안경 등의 장비가 들어 있다)을 에어락에서 제거하여 다른 가방에 넣고, 신임 승무원에게서 새 우주유영 가방을 수령한 다음, 기존의 우주유영 가방을 다시 꺼내서 신임 승무원에게 넘겨 우주왕복선 실내에 갖다놓으라고 지시했다.

이런 종류의 지시가 쓸데없이 길고 반복적으로 느껴지는가? 앤더슨 역시 그렇다. 그는 좀 더 간결한 업무 절차를 제안했다. 그러나 지상 요원들은 관심 없었다. 비행 감독관이 보내준 이메일을 열어보니 지상 요원들끼리 나눈 짜증 섞인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그 친구,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하면 안 돼? 빨리 지구에 돌아왔으면 좋겠어.”

앤더슨은 자신의 고민은 물론, 즐거웠던 일들도 계속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이 기록들을 지난 2015<평범한 우주비행사(The Ordinary Spaceman)>라는 회고록으로 출간했다. 그러나 NASA는 그의 일기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화성과 그 이외의 천체를 탐험하는 장기간 우주 비행 임무 시 어떤 것이 가장 큰 난점이 될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앤더슨은 다른 19명의 국제 우주 정거장 승무원들과 함께 익명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인류학자 잭 스투스터와 함께 나눴다. 스투스터는 행동 연구 특화 컨설팅 기업의 대표이다. 우주비행사들의 하루치 일기 내용은 쓰자마자 바로 비밀번호와 암호로 보호되어 지상 관제소로 전송된다. 이 내용은 NASA의 서버에 저장되는데, 스투스터가 이 일기 내용을 다운받으면 NASA에서는 바로 삭제한다. 스투스터는 2003년부터 2016년 사이에 이 일기들을 가지고 2건의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 사용된 일기를 쓴 사람의 신원은 오직 스투스터만이 알고 있다.

앤더슨은 152일간 국제 우주 정거장에 머무르면서, 스투스터에게 자신의 짜증을 계속 써 보냈다. 하루는 앤더슨과 다른 두 승무원이 1인당 한 번씩 같은 문을 떼어냈다가 그 날이 지나가기 전에 다시 달았다. 44개의 조임쇠를 풀었다가 맞춰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 날 여러 가지 잡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왜 임무 통제실은 문을 처음에 떼어냈을 때 모든 일을 다 처리하지 않았던 것일까? 우주 가방 사건 이후 불과 며칠이 지난 후, 그는 필수 교신을 제외한 지상과의 모든 통신을 차단해 버렸다. 그가 지구에 돌아왔을 때 우주비행사 평가 위원회는 이렇게 지적했다. “클레이튼이 다시 우주 비행을 하려면 임무 통제실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겠다.”

그러나 앤더슨은 지상 요원들이 우주 비행사들의 처지를 더욱 잘 이해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우주 비행사직을 은퇴한 그는 현직이던 때를 회상하며 집에서 160km나 떨어진 사람이 전화를 걸어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스투스터는 앤더슨을 너무 자율성이 강한 아랫사람이 아니라, ‘찬양 인플레전통에 반발하는 우주 비행사로 보았다. 우주 비행사와 그 관리자들은 서로를 상대할 때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보다 더욱 세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축하 인사, 칭찬, 공손한 표현, 감사 표현을 쓸 데 없으리만치 남발하는 것이다. 언제나 우주 비행사들의 복종에 익숙하던 임무 통제실에서는 앤더슨의 의견을 견딜 수 없었다. 스투스터는 그들은 클레이를 불평분자로 낙인찍고 안 좋게 취급했다. 불공평하고 편협한 처사였다.”

스투스터는 1980년대부터 인간 역학을 연구해 왔다. 그는 앤더슨과 같이 꼬인 우주 비행사와 지상 요원 간의 관계를 꽤 많이 보아 왔다. 그러나 우주 비행사들은 장차 지구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야 한다. 이는 새로운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스투스터는 얼마 전 NASA의 가상 화성 탐사 계획을 분석했다. 화성 탐사 시 우주 비행사들은 갑자기 치통이 오는 것에서부터 행동 붕괴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었다. 스투스터는 현재의 화성 탐사 전략을 생각할 때마다 끔찍하다고 말한다. 화성까지는 편도 6개월로도 충분하지만, NASA는 이 기간을 1년으로 늘리고 싶어 한다. 이렇게 느리게 가면 연료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느리지만 비용이 저렴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스투스터는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더 위험해진다.”고 말한다. 방사능에 노출되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진다. 그리고 폐쇄 공간 내에 오래 있을수록 행동 및 심리적 문제를 일으킬 위험성도 폭증한다. 스투스터는 “NASA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임무 기획자들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 내 임무다라고 말한다.

 

이동훈 기자 leedonghoon@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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