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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방식으로 더 나은 현대 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는가?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20.02.28 13:55
  • 수정 2020.03.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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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대학 과학 역사학자 파멜라 스미스/파퓰러사이언스 제공

오늘날 우리는 실험실 실험을 미술 같은 순수 예술이나 목공 같은 기술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예술가나 기술자들은 과학 혁명의 기반을 놓는 데 공헌했다. 뉴욕 주 콜럼비아 대학의 과학 역사학자 파멜라 스미스는 지난 5년 동안 오랫동안 잊혀진 그 예술가 및 기술자들의 기술들을 지난 5년 동안 재현해 왔다. 그녀는 공예의 세계에서도 매우 많은 탐구와 실험, 기술 혁신이 있었다. 과학과 다를 바가 없다. 공예 역시 물질계에 대한 인간의 탐구다라고 말한다.

스미스는 공예를 하려고 학계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그녀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그녀는 손재주가 별로 없다. 그녀가 공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요한 요아힘 베허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였다. 베허는 17세기에 살았던 저술가로, 화학과 공예의 경제학적 측면을 연구한 인물이다. 이후 스미스는 2004년에 <숙련공의 몸(The Body of the Artisan)>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의 연구 및 저술 과정에서 그녀는 야포 주조법에서부터 툴루즈의 가장 좋은 모래 찾기에까지 이르는 약 1,000가지의 지침을 담은 16세기 프랑스 문서를 접하게 된다.

이 문서의 저자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 문서를 집필한 의도 역시 수수께끼였다. 어떤 지침서를 만들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또는 그저 자신들이 한 일을 기록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미스는 저자가 기록한 기술들을 자신이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크게 신경쓰였다기술에 대한 글을 읽기만 한다고 그 기술이 자동으로 습득되는 것은 아니다그래서 2014년 그녀는 그 문서의 비밀을 탐구하고, 디지털로 기록하기 위해 콜럼비아 제작 학습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스미스는 책에 거론된 방식대로 최상의 툴루즈 모래를 직접 골라보기도 했다. 그 책에 나온 옛날 방식대로 따라하는 것은 단순한 흙장난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작업 방식을 재현함으로서 그들의 세계관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집과 공방에서 어떤 물건을 사용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현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5, 과학자들은 10세기 앵글로 색슨 족의 눈 염증 치료법으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음을 알아냈다.

박물관에서도 이 연구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는 것이 스미스의 말이다. 유물을 잘 보존하려면 그 제작방식도 알아야 한다. 또한 유물의 제작방식을 알아야 유물을 새것 상태로 복원할 수 있다. 학자들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조각상 관련 작업에 이러한 시각을 적용했다. 그 조각상들은 흰 대리석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색의 물감도 칠해져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퇴색된 것이었다. 그 원 제작방식을 모르면 그 원 모습을 알 수 없다. 지도를 봐야 가는 길을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녀는 프랑스 문서에 나온 이론대로 실험해 보았다. 석영과 구리 가루로 모조 보석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박제된 쥐에 참새 날개를 붙여보기도 했다. 근대 초기 유럽의 학자와 귀족들은 이렇게 만든 진귀한 물건들을 두는 방이 집에 있었다. 독일어로는 <쿤스트카메른>이라고 한다. 그 방에는 천문학 연구 장비나 기계장치로 작동하는 동물 인형, 기타 진귀한 물건들도 있었다. 공예가들은 인간의 손재주로 자연의 신비를 모방하고, 때에 따라서는 능가할 수도 있다는 점에 열광했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기계와 생물의 작용을 연구해야 그것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가능하며, 그 작용을 모방하면 인간이 신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스미스의 최종 목표는 미술과 과학의 세계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그녀의 학생들 중 다수를 이루고 있는 역사학자들은 이 프랑스 문서를 읽기 전에는 실험실이나 스튜디오에 가본 적도 없는 이들이었다. 스미스는 프랑스 문서의 내용을 구현함으로서 실험정신, 팀웍, 문제해결능력 배양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스미스 외에도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많았다. 과학은 처음에는 <신철학>으로 불렸다. <신철학>의 탄생 과정에서 학자들은 공예가들을 통해 자연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자연을 변화시키는 법을 배웠다. 귀족들의 요구로 더욱 복잡하게 진화된 르네상스기의 시계와, 오늘날의 로봇, 컴퓨터 간에는 분명 통하는 지점이 있다. 현미경과 망원경들도 공예가들이 발명한 것이다. 그들이 빛을 원하는 대로 더 잘 다루기 위해 유리를 가공해 반사경과 렌즈를 만든 것이다.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실험과 공예의 진가를 재발견한다면, 과학계 선배들의 손 기술과 현대적인 시각의 접목이 가능할 거라는 게 스미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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