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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살리는 ‘내방사선’ 기술

ETRI, 고방사선 견디는 온도·압력 측정 복합센서 개발

  • 기자명 전승민 기자
  • 입력 2021.06.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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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은 ‘로봇의 무덤’으로 불린다. 복구작업 과정에서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우니 우선 로봇을 투입하자는 이야기가 많은데,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각종 센서 등이 오작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2011년 사고 당시부터 여러차례 로봇 투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매번 방사선을 견디지 못하고 작동 불능에 빠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미국 국방성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로봇 재난현장에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는지, 그 기술을 겨루는 ‘다파로보틱스챌린지(DARPA Robotics Challenge)’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원전 등 사고현장에서 활약할 로봇을 개발하자’는 것이 대회의 취지다. 3년에 걸쳐 기술검증, 예선, 본선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 대회에서 미국항공우주국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한국 KAIST 연구진이 2015년 최종 우승했다. 그러나 이는 험지 보행, 로봇의 자동차 운전 등의 대회 등 로봇의 운동성능을 겨루는 대회로, 방사선 대비는 크게 고려치 않았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의 현 상황은 어떨까. 꾸준히 로봇을 투입하고 있지만, 방사선의 벽 앞에 힘을 펴지 못하고 있다. 2015년에 수소 폭발을 일으켰던 후쿠시마 원전 1호기 격납용기 내부에 녹아버린 핵연료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뱀처럼 생긴 로봇을 투입했는데 3시간 만에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2017년엔 원전 2호기에 다른 로봇이 지나갈 길을 만들기 위한 청소 로봇을 투입했지만, 이 역시 2시간 만에 손상됐다. 일본 도쿄전력은 결국 로봇 회수를 포기하고 원격 조작 케이블을 절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를 이어 피해 상황을 조사할 전갈형 로봇을 투입하려 했지만 이 역시 포기해야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확한 내부상황을 파악이 어려운 상태이며, 여전히 로봇 이외엔 대안이 없는 상태다.

방사선에 대비하는 ‘내방사선(內放射線)’ 센서 개발은 필수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복구는 물론, 앞으로 일어날지 모를 다양한 사고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데다, 향후 우주 진출 과정에서도 필수적이다. 우주에선 태양에서 쏟아져 나온 우주방사선이 적지 않으며, 지구 외 행성에 착륙할 경우 탐사 장비들이 강한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 반도체, 센서 전문 연구기관 및 기업에서 다양한 내방사선 기술을 개발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다.

기존 내방사선 센서는 방사선 차폐기능을 가진 납 등의 금속으로 주요 부위를 뒤덮는 식으로 만들었다. 어느 정도 보호는 가능하지만, 설비 무게와 부피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최근엔 높은 에너지를 지닌 방사선에 노출돼도 물리적, 화학적으로 변화가 없는 복합신소재 센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해 12월 각종 반도체 센서 전문 기업 ‘마이크로칩스’는 현재까지 가장 성능이 뛰어난 내방사선 기능을 갖춘 우주산업 인증부품용 부품 공급을 시작했다. 내방사선을 갖춘 플래시 메모리를 출시했다. 마이크로칩스는 이 기술을 적용해 우주산업 인증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마이크로프로세서(MPU) 등 다양한 장치를 개발,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 2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산하 첨단방사선연구소는 납을 이용한 방사선 차폐가 필요가 필요 없는 압력 및 온도 측정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 센서. 얇고 유연해 고무와 스폰지의 중간 형태를 띄고 있다. 높은 내방사선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 온도와 압력을 모두 측정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 센서. 얇고 유연해 로봇팔 등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높은 내방사선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 온도와 압력을 모두 측정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그래핀(Graphene), 맥신(MXene), 고분자수지(Ecoflex)를 조합한 복합소재를 이용해 내방사선 기능을 갖춘 얇은 얇고 유연한 필름 형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새롭게 개발한 센서에 코발트-60 동위원소를 이용한 감마선 20kGy(킬로그레이)를 24시간 동안 조사했다. 사람이 맞으면 치명적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선량이지만 일체 소재에 변화나 이상이 없었다. 로봇팔 등에 적용할 경우 무게에 따라 드는 힘의 차이, 딱딱한 정도에 따라 움켜쥐는 압력 차이, 액체의 온도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센서 민감도가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센서가 원전 및 병원, 연구기관 등의 방사선 노출 기기, 우주장비 등의 분야에서 가볍고 신뢰성 높은 제품개발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TRI는 이 기술의 국내 및 미국 특허 등록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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