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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창고형 매장의 철거, 재사용, 재활용 방법

창고형 매장이 죽어가고 있다. 그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 기자명 정승호 기자
  • 입력 2018.04.25 13:24
  • 수정 2018.05.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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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정승호 기자]

 

<토이저러스>에 대한 기억들 대부분은 빈 큰 상자들에 관한 것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던 장난감들 중 상당수는 이미 잊었다. 그러나 구겨진 포장지 뭉치와 버려진 카드보드지 상자의 모습들은 내 뇌리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토이저러스는 우리에게 더욱 큰 빈 상자를 남겨줬다. 너무 커서 버리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자, 지난 3월 15일 토이저러스는 폐업을 선언했다. 이 회사의 미 전국 800여 점포는 빈 상자 꼴이 되었다.

창고형 매장의 탄생
1948년 찰스 라자러스가 창립한 토이저러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업 모델이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아동용 완구 산업을 계절 장터 수준에서 상설 고가품 산업으로 변모시켰다는 것이다. 토이저러스는 1990년대 중반 그 위세를 최고로 드높이면서 <카테고리 킬러>의 명성을 굳혔다. <카테고리 킬러>란 특정 시장에서 다른 모든 경쟁자들을 맥을 못 추게 할 만큼 높은 지배력을 지닌 브랜드다. 그러나 토이저러스의 성공은 상당 부분 그 소매공간인 창고형 매장에 기인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토이저러스의 몰락 역시 창고형 매장 때문인지도 모른다.

밀레니얼 세대 및 그 이후 세대는 창고형 매장을 태어나서부터 보고 살았다. 그러나 한 때 창고형 매장은 혁신적인 발명품이었다. 창고형 매장은 대부분의 재고를 창고에 포장해 넣어두는 대신 가진 모든 재고를 다 전시했다.

창고형 매장이 언제 생겼는지 정확히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962년을 그 분수령으로 본다. 이 해 월마트, 타깃, K마트 등이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첫 개점을 한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판촉하기 위해 넓고 내부 구획이 별로 없는 소매점을 원했다. 이런 소매점은 천정도 높아야 했다. 상품을 위로 잔뜩 쌓아올려 많은 재고를 쉽게 저장하기 위해서였다. 소매점 외부에는 많은 고객들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주차장도 필요했다. 입지도 고속도로로 쉽게 접근이 가능해 자동차를 타고 오기 쉬운 곳이 선정되었다.

이들 창고형 소매점들은 수십년 동안 번창하면서 상품의 다양성과 풍부성 면에서 상대가 안되는 군소 상점들을 없애 버렸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가 모든 상황을 바꿔 놓았다. 온라인 판매는 구태여 상점까지 가지 않아도 집까지 물건을 배달해 준다. 그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6,700개의 상점이 폐업했다. 연간 최대 기록이었다. 폐점한 상점 중에는 K마트 등의 창고형 매장과 티바나 등의 전문점도 포함되어 있었다. 토이저러스의 폐업은 상황이 창고형 매장에 갈수록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건축가, 도시계획자, 사회운동가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업에서 폐쇄하거나 포기한 이 거대한 쇼핑몰과 주차장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쓸모를 찾아라
메릴랜드대 건축대학의 명예교수 로저 루이스는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한다. 옛 주인들보다는 크기가 작은 새로운 기업들이 이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다. 토이저러스가 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지 <블룸버그>에 최근 실린 기사에 따르면 카테고리 킬러를 박살낸 장본인인 아마존이 토이저러스의 잔여 시설을 매입해 자사의 벽돌과 모르타르 판매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마존 같은 기업도 폐쇄된 모든 창고형 매장을 구입할 수는 없다.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소매점 면적은 964,306,989m2. 미국인 1인당 3m2 꼴이다. 그리고 이 소매점들에 딸린 주차장 면적은 이보다도 더욱 넓다. 소매점과 부속 주차장을 모두 합친 면적은 델라웨어 주의 1/3이나 된다. 이 때문에 빈 창고형 매장의 재활용 계획에는 좀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루이스는 이렇게 말한다. “매장을 철거하고 그 땅에 다른 것을 짓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매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반드시 철거를 선호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상황상 철거가 가장 실용적인 경우도 있다. 루이스는 “창고형 매장 건물 중에는 매우 값싸게 지어진 것이 많다. 시판되는 자재와 구조재, 기계 장치 등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건물의 수명은 25~30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미국 전역에서 월마트 건물이 해체되고 있다. 철거된 빈 자리에는 더 크고 새로운 월마트 건물이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땅이 다른 사람에게 팔려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건축 폐자재는 재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레디 메이툼 스테이시 건축사의 윌리엄 레디는 다른 용도로의 전환 방식을 지지한다. 물론 그도 기존 창고형 매장 건물의 한계를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용도로 충분히 쓸모가 있다고 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건물들의 엄청난 부피는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생기 넘치는 새로운 준도심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주택으로 재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충분한 채광과 환기를 시키려면 천정에 구멍을 내야 한다. 그러나 건물이 워낙 커서 2~3층 높이의 주택을 만들고, 그 한복판에는 마당을 만들 수도 있다.” 그는 심지어 창고형 매장을 개조해 만든 이런 공동주택들을 연결하는 경전철이나 무인 카풀, 전기 버스망까지 구상하고 그 구현방식을

미술가 줄리아 크리스텐슨은 서적 <Big Box Reuse(창고형 매장의 재사용)>의 저자다. 지난 2008년에 출간된 이 책은 10가지 낡은 창고형 매장 재사용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구 월마트 건물은 교회나 마을 회관이 되었다. 구 K마트 건물은 법원과 박물관이 되었다. 이 책에는 없지만, 맥칼렌 메인 도서관이야말로 가장 유명한 재사용 사례다. 텍사스에 있던 면적 11,566m2의 이 구 월마트 건물은 현재 단층 도서관 겸 마을 회관, 교육 장소로 쓰이고 있다. 스트롱 타운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런 개장 작업에는 2,4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그 중 건물 매입 비용은 500만 달러였다.

레디는 창고형 매장이 미국인들의 도시 생활에 갈수록 쓸모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텐슨은 이것들이 부도심 및 시골 생활에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파퓰러사이언스에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내가 기록한 지역들에서 매장 재사용을 실시하는 사람들은 주민들이 교회, 학교, 박물관 등에 걸어서 가는 것보다는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물론 구 창고형 매장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싶은 지역 공동체에게도 건물의 매입과 개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오래된 토지사용제한법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물론 법은 개정될 수 있지만 개정까지 가는 길은 힘들다고 루이스는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과 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거의 예외 없이 공존한다. 이런 프로젝트는 정치적 지원이 없으면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용도로의 재사용은 갈수록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은 건축에서 나오는 탄소 발자국의 크기를 알고 이를 가급적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레디는 이렇게 말한다. “기존 건물을 재사용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다. 건물의 건축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건축은 기존 건물의 이점을 매의 눈으로 파악해 가급적 철저히 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가르친다. “빈 땅을 확보하거나 건물을 새로 신축할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크리스텐슨은 미래에는 건물을 처음 지을 때부터 재사용 가능성을 고려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녀는 이런 글을 썼다. “나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사용을 고려하는 것이 최적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장래 다른 용도로의 전용을 고려하지 않은 단일목적 건물 건축 추세로 인해 이런 큰 문제가 발생했다.” By Eleanor Cumm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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