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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학] 과학이 내게 알려주는 삶의 가치

-과학저술가 정인경이 쓴 '내 생의 중력에 맞서'

  • 기자명 파퓰러사이언스
  • 입력 2022.03.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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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간이 통과할 생로병사의 관문이 ‘중력’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고통”이라고 하지요. 우리 삶은 죽음이나 질병, 노화, 망각, 사랑, 이별처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우리 인생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초월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해요. 평범한 삶을 사는 누구나 거대한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이럴 때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를 이해하는 데 과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과학이 행복, 사랑, 성격, 감정, 기억, 질병, 노화, 죽음 등 인간과 삶에 대해 말하는 것들을 살펴보고, 과학이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과학은 지배나 힘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무지와 편견을 깨고 세상을 바꾸는 해방의 언어가 되어야 하니까요. 저는 과학책 읽기의 출발점에 ‘우리의 경험’을 세워놓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앎을 통해 자기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 나은 과학기술, 사람을 위한 과학기술을 만들 거라고 믿습니다.”
_ 작가의 말

 

《내 생의 중력에 맞서》는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에서 시작해 ‘죽음과 고통’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색적인 책들로 마무리된다. 총 5부에 걸친 이 긴 이야기의 중요한 전제는 ‘너’와 함께하는 ‘나’이다. 즉, 탄생부터 죽음까지 정인경 작가는 ‘우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존엄함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확인하며, 우리의 신경계, 뇌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끔 진화했다. 우리의 감정 또한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니며 사회적 실재이자 문화적 공유물이다. 기쁨과 만족, 불안감과 모멸감 등을 느끼는 배경에는 외부의 영향(일의 결과나 타인의 반응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개인에게 들이닥치는 죽음에 ‘우리’가 갖는 가치는 무엇일까? 저자는 ‘사람다운 죽음’ ‘뜻깊은 죽음’이란, 자신의 고통을 타인과 나눔으로써 ‘우연과 마주침, 받아들임’의 연속인 삶을 함께 철학하는 계기로 만드는 것, 내 곁의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것, 나의 고통과 죽음이 의료 현실을 깨우치는 시작이 되어 새롭게 도전하게끔 만드는 것, 그렇게 타인의 생명에 기여하는 죽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궁극적으로 “우리는 서로의 삶과 죽음을 목격하는 증인이 되어야 한다”. 생의 모든 순간에, 죽음의 순간에 나 혼자 있지 않고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그것만큼 인간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편안하게 해소해주는 진실도 없을 것이다.

우리에 대한 이해가 ‘사람을 위한 과학기술’을 만든다

여전히 우리는 과학기술을 어려워한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관계를 바꿔놓고, 우리는 거기에 적응해야만 하며, 인공지능이 우리를 잠식할 것이니 우리는 생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염려 섞인 조언이 담긴 서적도 숱하다. 과학에 대한 이러한 열등감, 과학을 우월하게 보는 패배자, 후발주자의 심리는 오랫동안 과학을 소수의 백인 과학자, 엘리트나 전문가가 독점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과학은 “지배나 힘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무지와 편견을 깨고 세상을 바꾸는 해방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정인경 작가는 그렇게 되기 위해선 과학보다 “우리의 경험”을 앞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기술을 ‘결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과학기술을 탄생시킨 ‘인간’과 ‘배경(스토리)’에 주목한다. 모든 과학적 발견과 기술개발에는 ‘인간의 이야기’가 있었다. 즉, 과학기술의 능동적, 창조적 주체는 인간이다. ‘사람을 위한 과학기술’은 바로 이렇게 인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과학보다 우선에 두고, 과학의 시작이 ‘우리’임을 인정할 때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심리학책 같은 이 과학책으로 '가치지향적 책읽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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