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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늙은 도마뱀'이 태어난다...멸종 위기 부르나

  • 기자명 김윤경 기자
  • 입력 2022.08.09 11:55
  • 수정 2023.08.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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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 도마뱀(출처=플리커)
태생 도마뱀(출처=플리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80세의 외모를 갖고 태어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지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 

현실에선 기온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나이가 이미 많이 든, 노화된 도마뱀들이 태어나고 있는데, 결코 젊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빨리 죽어서 개체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9일 과학저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에 사는 도마뱀의 경우 빠르게 상승하는 기온으로 인해 이미 손상되고 노화된 DNA를 가지고 태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존 가능성은 낮아진다. 또한 '늙은 상태로 태어난' 도마뱀들 중 생식 연령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마뱀이 적어진다. 결국 개체수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PNAS에 실린 연구 보고서 공동 저자인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IFREMER)의 앙드레 뒤파즈 뒤푸에(Andre dupaz Dupoue)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일단 이런 순환에 빠지면 (원래대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꽤 어렵다"면서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10년 이상 일반 혹은 태생 도마뱀(Common or viviparous lizard)을 연구했는데, 이 종류의 도마뱀은 알을 낳거나 혹은 살아있는 새끼를 낳을 수도 있다. 난생과 태생이 가능한 흔치 않은 종류다. 연구팀은 이 도마뱀의 유전 물질을 목록화하기 위해 피를 채취하거나 꼬리의 작은 조각을 잘라내거나 했다. 

연구실에선 텔로미어(telomere)를 측정했다. 텔로미어는 진핵생물 염색체의 말단부에 있는 특수한 입자로 염색체 말단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도마뱀이 잘린 꼬리를 재생시킬 수 있는 것도 이 텔로미어를 통해서다. 

세포 분열이 계속될 수록 텔로미어는 짧아지고 소실되는데 이것은 노화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연구팀은 기온 상승 등의 스트레스가 텔로미어를 빠르게 없앨 수 있다고 봤다. 기온 상승 스트레스를 받아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도마뱀들은 비정상적으로 뭉툭한 텔로미어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더 더운 곳에 사는 암컷 도마뱀은 짧은 텔로미어를 자손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손상된 염색체가 세대에 걸쳐 축적되면서 개체수의 회복 능력을 떨어뜨려 개체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프랑스는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곳 중 하나. 올 여름 프랑스 정부는 '지금까지 기록된 가운데 가장 심한 가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스페인 오비에도 대학의 진화생태학자 게르만 오리자올라(Germán Orizaola) 등이 국제 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한 것이었다. 기후변화가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 변온동물의 조기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 

게르만 오리자올라는 WP에 "이번 논문은 태생 도마뱀이란 종이 더 까다로운 기후 조건에서 더 빠르게 노화하는 경향을 발견했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개체군이 멸종할 위험이 더 높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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