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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꾼 최초의 천연두 백신 '바이러스 이야기'
세계를 바꾼 최초의 천연두 백신 '바이러스 이야기'
  • 이고운 기자
  • 승인 2018.05.14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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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발견 후 181년 천연두는 멸종되었다

 [파퓰러사이언스 이고운 기자]

 

인간이 천연두 백신을 만든 지 불과 181년만에 천연두는 멸종되고 말았다. 천연두 백신은 최초의 성공적인 백신이다. 그리고 향후 백신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성분이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다.

에드워드 제너는 영국 소 농장에서 18세기에 자라났다. 그는 소젖 짜는 여자들은 천연두에 걸리지도 천연두로 죽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항상 이를 이상하게 여겼다. 특히 당시에는 천연두로 꽤 많은 사람들이 죽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성장한 그는 의사 비슷한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의사와 약제상 도제 교육을 받았으며, 면허 받은 의사 또는 약사에 상당하는 실력을 지닌 인물로 여겨졌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는 다른 고향 사람들도 소젖 짜는 여자들의 신비를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설을 실험하기 위해 우두에 걸린 소에게서 고름을 채취한 다음 이를 정원사의 아들에게 접종해 보았다. 정원사가 이 예방접종에 전적으로 동의했으리라고는 보기 어렵다. 제너는 아랑곳없이 6주 후에는 정원사의 아들을 천연두에 감염시켜 보았다. 그는 이 아이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을 의도적으로 감염시킨 것이다. 의학의 역사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실험들로 가득차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돈과 권력이 많은 백인들이 하층민에 대해 실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이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 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그 아들은 천연두에 감염되지 않았다. 천연두 바이러스에 면역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로서 백신이 태어났다. 물론 당시의 백신은 요즘의 것에 비하면 쇠고름에 더 가까운 형태였지만 말이다.

듣기 좋은 이야기다. 심지어 ‘백신’이라는 용어도 제너가 사용한 예방약의 이름에서 따 왔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한 가지 중요한 진실이 빠져 있다. 제너가 백신을 만드는 데 사용한 바이러스는 소에게서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물론 제너는 소의 고름을 채취했다. 따라서 우두 바이러스가 천연두의 초기 면역을 제공했으리라고 보는 것도 틀리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의 유전자 서열 판독 기술로 초기 백신을 검사해 보자, 그 속의 바이러스는 우두 바이러스와 근친 관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마두와 더 가까운 관계였다. 안 그래도 초기의 천연두 백신이 마두 바이러스였다는 설은 한동안 학계에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 또다른 서열 분석을 통해 이 설은 설득력을 더했다. 조사 결과 1902년에 생산된 어느 백신에 들어 있던 바이러스는 현대 마두 바이러스와 99.7% 유사했다. 바이러스학자들은 이 발견 내 용을 지난 10월 11일자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기고했다. 

이는 제너 본인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그는 백신 제조에 가장 적합한 고름은 말에게서 마두를 옮은 소에게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심지어 말에게서 마두 고름을 직접 얻으려고 여러 차례 시도하기도 했다. 

천연두 백신 속 바이러스가 자연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오해가 빚어졌다. 천연두 백신에 쓰이는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만 볼 수 있으며, 생물학적 숙주가 없다. 엄밀히 말해 이것은 마두 바이러스와 똑같지는 않으며, 우두 바이러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고 인간에게 천연두를 일으키는 천연두 바이러스도 아니다.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인간을 죽이지 않고 면역력만 갖게 할 정도로만 천연두 바이러스와 유사하다. 그러나 모든 백신들이 동일한 종류의 백시니아를 보유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백신은 가급적 개체 차이가 적도록 세심히 조정된다. 그러나 제너 시대는 물론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바이러스들은 숙주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지점에서 백신을 만들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진화적 선택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만들었다. 따라서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엄청나게 많이 변이를 일으켰고, 의사들도 매우 다양한 종류의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사용했다.

지난 1902년 멀포드 사에서 제조한 백신은 마두 바이러스로 제조되었음이 밝혀졌다. 그 샘플의 출처가 어디인지, 그리고 말에게서 원료를 얻은 백신이 몇 가지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러한 지식의 공백을 메우려면 더 많은 서열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최초의 백신 샘플을 구할 수 없다면, 이 이야기 중 일부는 진위가 불분명한 역사책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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