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선 프로메테우스가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줬다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불은 인류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다.
이경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가 쓴 <불, 에너지, 재료의 역사>는 불을 통해 인류 문명과 역사의 발전을 보는 책이다.
저자는 '야생 상태'였던 불을 길들이고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인류 문명은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점차 불의 온도를 높여나갔고, 이를 통해 새로운 재료와 도구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를테면 청동기 시대가 가능했던 건 '재료'인 청동도 중요했겠지만 그 재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특정 '온도'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산업혁명기를 지나 불은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고 인류는 그 다양한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살고 있다. 지금은 100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앞으로는? 저자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핵융합 발전을 예로 든다. 실용화될 가능성은 아직 진단하기 어렵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는 상당한 수준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봤다. 현재 진행되는 연구 수준은 강력한 자기장으로 통제되는 플라즈마로 1억도(수소의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온도)를 만들어 짧은 시간 동안 구현하는 정도다.
또한 현재 에너지 공급원의 85%가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방향을 틀어 친환경적 에너지를 주된 발전의 수단으로 바꾸는데엔 여러 숙제가 있다.
특히 시간 등에 따라 생산되는 편차가 큰 재생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에너지 저장장치가 발전되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선 대량의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방법은 양수 발전소와 배터리 정도. 그리고 재생에너지가 발전의 주요 수단이 됐을 때 사회 전체가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미리 얼마큼의 전기를 저장해야 할지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는 조건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