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놈의 자식아!"라는 말은 듣기만 하면 욕설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게놈(genome)은 우리(생명)을 만든 설계도. 유전자(gene)과 염색체(chromosome)를 합한 말로 한 생명체의 특징을 결정하는 모든 정보다. 게놈에 따라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질환의 치료에도 게놈의 도움을 받으니 그야말로 정말 우리는 '게놈의 자식'인 셈.
이런 발랄한 전개로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한껏 불러 일으키는 책 <컵라면이 익을 동안 읽는 과학>은 제목 또한 경쾌하다. 요즘 학생들, 청소년들에게 맞춤하게 쉽고 재밌게 쓰였다.
저자들은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과학 아이디어 공동체 '꿈꾸는 과학' 소속 청년들이다. 이들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읽기 시작하다보면 어느새 과학이 일상으로 다가오는, 친근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느낄 수 있음을 글을 통해 증명하려 한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은 접근하기 어려운, 혹은 꺼려지는 대상이기 쉽다. 과학 수업은 지식을 꾸역꾸역 집어 넣는 시간으로 여겨지곤 하니 말이다. '꿈꾸는 과학'은 그런 과학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기 위해 2003년 출발했고 <일본 과학 대탐험> <있다면? 없다면!> 등의 책을 출간했다.
정재승 교수는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고 강조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고, 아는 것은 증거를 들어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는 것이 과학적 태도이며, 이 태도는 과학이란 학문 전체를 이루고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라고. 그러니 과학은 암기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태도를 익히고 싶어지는데 도움이 되는 어쩌면 별거 아닌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슬쩍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