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이미지는 차갑고 도도하다. 과하다싶을 만큼 애정과 충성을 드러내는 개와는 달리 대부분의 고양이는 도통 사람에 관심이 없다. 아무리 사랑을 쏟아도 키우는 사람을 시중드는 ‘집사’ 쯤으로 여기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고양이의 속마음은 다를 수도 있다. 주인이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건다고 여겨지는 상황과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것 같은 상황, 주인이 이름을 부를 때와 낯선 사람이 이름을 부를 때 고양이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표본이 작긴 하지만 고양이들이 겉으로 보이는 새침한 반응과는 달리 주인에게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 흥미롭다. 프랑스 파리낭테르대학교의 샤를로트 드 무종(Charlotte de Mouzon)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는 25일(현지시간) <동물 인지( Animal Cognition)>에 실렸다.      

실험 대상인 고양이는 16마리(수컷 9, 암컷 7). 연구진은 미리 녹음한 사람의 음성에 고양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고양이 귀의 움직임, 동공 확장, 꼬리 움직임 등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상황1. 낯선 사람과 주인이 이름을 부를 때 (일상대화 톤)

낯선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부를 때 고양이들은 무심하게 넘겼다. 그러다 주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16마리 중 10마리가 확연히 집중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주인의 음성이 나오는 스피커 쪽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동공도 커졌다. 연구진은 “고양이들이 갑작스런 행동 변화를 나타내는 건 주인과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2. 주인이 말투를 바꿨을 때 

같은 주인의 음성이라도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말투와 고양이에게 직접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말투일 때 반응이 달랐다. 후자일 때 고양이들은 분명한 행동변화를 나타냈다. 

◇상황3. 낯선 사람이 말투를 바꿨을 때

낯선 사람의 음성에는 반응이 한결같았다.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말투든 직접적으로 정답게 이야기를 거는 말투든 차이가 없었다. 그냥 무시했다.  

실험 규모가 작아서 고양이가 정말 주인을 알아보고 애착을 느끼는지 속단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고양이와의 의사소통은 주인의 목소리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일대일 친숙한 관계를 맺으면서 고양이와 깊은 유대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