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8일, 바로 오늘, 이번에 놓치면 앞으로 200년간 관측할 수 없는 두 가지 천문 현상이 나타난다. 개기월식(Lunar Eclipse)과 천왕성 엄폐(Occultation of Uranus)가 그것.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지나가며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개기월식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 표현하면 지구가 달을 천천하고 완전하게 삼키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일부 동아시아 지역, 호주, 태평양, 북아메리카, 중앙 아메리카 전역에서 개기월식을 볼 수 있다.
이번 월식은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에 부분적으로 가려지는 부분식부터 관측 가능하다. 부분식은 8일 오후 6시8분48초에 시작된다. 쉽게 묘사하면 검은 그림자가 달을 한 입 베어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때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식은 오후 7시16분12초에 시작되며 7시59분6초에 최대식분에 도달하고 8시41분54초에 끝난다. 이후 부분식이 다시 진행돼 밤 10시57분48초에 전 과정이 종료된다. (☞ NASA의 개기월식 설명)
개기월식 때에 달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붉게 보인다. 그래서 블러드문(Blood Moon)으로도 불린다. 그건 달빛이 반사된 햇빛이기 떄문이다.
햇빛의 대부분은 월식 동안 차단되지만, 그 중 일부는 지구의 가장자리를 감싸고 있다. 태양빛이 지구 대기를 지날 때 산란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더 짧고 더 푸른 파장을 걸러내고 더 붉고 더 긴 파장만이 달에 닿게 된다.
천문연은 또 "월식이 일어날 때마다 달의 붉은 색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데, 이를 통해 지구 대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출과 일몰의 강도가 날마다 다를 수 있는 원리와 같다.
산불 연기나 화산 먼지는 일몰의 붉은 색을 더 깊게 만들 수 있고 일식된 달의 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화산 폭발 직후에 일식이 일어난다면 달은 평소보다 더 어둡게 보인다. 하지만 월식이 일어나는 동안 대기가 맑다면 더 많은 빛이 통과해 더 밝은 붉은 달이 된다.
개기월식은 사실 특별한 천문학적 의미는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보통 히끄무레했던 달이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두드러지는 모습 자체는 특별하다.
많은 문화권에서 월식, 즉 달의 소멸은 위험과 혼돈의 시간으로 여겨 왔다. 예를 들어 잉카인들은 월식이 일어나는 동안 재규어가 달을 공격한다고 믿었고,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일식을 왕에 대한 공격으로 봤다. 그런가 하면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월식을 관측하다가 달에 드리운 그림자가 지구의 그림자이며, 그림자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날 밤에는 지난 2015년 1월25일 이후 약 7년 반만에 천왕성 엄폐 현상도 벌어진다.
달과 같이 가까이 있는 천체의 뒷면에 멀리 있는 천체가 위치해 가려지는 현상을 '엄폐'라 한다. 이번 개기월식에는 천왕성이 오후 8시23분 달 뒤로 숨었다가 9시26분 다시 나타난다. 최대식에 이르렀을 때 맨눈으로 관측 가능한 개기월식과 달리 천왕성 엄폐 현상은 쌍안경·망원경 등을 이용해야만 볼 수 있다.
이처럼 월식과 행성 엄폐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은 100년에 한두번 일어날 정도로 드물다. 국립과천과학관에 따르면, 1850~2050년 사이 지구에서 관측된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 현상이 같이 일어났을 때는 ▲1930년 10월8일 ▲1938년 11월8일 ▲2014년 10월8일 ▲2022년 11월8일 등 단 4번뿐이었다.
이 같은 두 천문 현상이 다시 함께 일어나는 건 76년 후인 2098년 10월10일(개기월식)과 114년 뒤인 2136년 3월18일(부분월식)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 학계에서는 향후 200년 안에 한국에서 두 천문 현상을 동시에 관측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개기월식은 오는 2025년 9월8일, 다음 천왕성 엄폐는 2068년 2월27일 한국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