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음식, 찬물 샤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모두 과음한 사람들이 단번에 술을 깨기 위해 시도하는 것들이다. 사실은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술 깨는 방법은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견디면서 그다음 찾아올 숙취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발견은 술에 취한 사람을 바로 깨울 수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현재까지 생쥐에게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섬유아세포 성장인자(FGF21)에 달려 있다. 섬유아세포 성장인자는 세포의 분열과 성장, 신체 발달, 혈관 형성 및 재생 등에 관여한다.
7일(현지시간)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호르몬을 주사하면 에탄올로 인한 균형 감각 상실 및 바로잡기 반사(동물이 항상 머리를 위로 하여 올바른 상태로 유지하려는 자세 반사) 능력 저하로부터 쥐를 보호하며 술이 깨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FGF21은 인간, 생쥐, 젖소, 다람쥐 및 기타 포유류의 체내에 이미 존재하는 물질이다. 단당류가 발효되어 만들어진 에탄올을 섭취하면 (술에) 취하기 때문에 발효 과일이나 과즙을 섭취하는 동물은 에탄올을 분해할 수 있는 간 효소가 진화하여 FGF21을 생성한다.
굶주림, 단백질 결핍, 과도한 에탄올 섭취와 같은 신체 대사에 대한 스트레스는 생쥐의 간에서 이 호르몬 생성을 유도할 수 있다. 인간에게 술은 가장 강력한 FGF21 유도제이다. FGF21은 알코올 섭취를 조절하고 물 섭취를 유도하여 음주로 인한 탈수 및 간 손상을 예방하도록 한다.
연구팀은 FGF21이 에탄올로 인한 유해한 결과로부터 생쥐를 보호하기 위해 실제로 더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체내 에탄올 분해에 변화를 주지 않고 생쥐가 술 취한 상태에서 각성하도록 자극했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생화학자인 스티븐 클리워는 “우리는 간이 알코올 대사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의식 상실과 조정력 상실을 포함한 술 취한 상태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뇌에 호르몬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주사를 통해 FGF21 농도를 더 높임으로써 술에서 깨는 것을 더 극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보여주었다. FGF21은 각성을 조절하는 뇌의 특정 부위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간에서 정상적인 양의 FGF21을 생성하는 생쥐에게 중독될 만한 용량의 에탄올을 투여한 다음 FGF21을 주입했다. 추가된 호르몬은 쥐가 협응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FGF21을 주사하지 않은 쥐에 비해 술에서 깨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유전자 변형을 통해 FGF21이 결핍된 생쥐는 에탄올에 노출된 후 바로잡기 반사와 균형 감각을 회복하는 데 다른 쥐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클리워와 연구팀은 또한 FGF21이 생쥐의 청반(locus coeruleus)이라는 뇌 영역의 뉴런에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영역은 각성을 조절하고 신체를 수면에서 깨우는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생성한다.
사람은 알코올을 섭취하면 뇌에서 생성되는 노르에피네프린 양이 증가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FGF21이 이러한 노르에피네프린 증가의 배후에 있을 수 있으며 추가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FGF21을 투여하면 술에 취한 사람이 술에서 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FGF21이 마취제인 케타민, 진정제인 디아제팜 또는 펜토르바르비탈 약물로 인한 진정 작용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이 호르몬이 에탄올만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약물을 주입한 생쥐에게 FGF21을 주사해도 깨어나는 시간에는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FGF21 ‘간-뇌 경로’는 에탄올로 인한 중독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다른 정서적 및 인지적 기능을 조절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은 추가 연구를 통해 이 호르몬이 언젠가 급성 알코올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생화학자인 데이비드 망겔스도르프는 “우리 연구에 의하면 뇌가 FGF21의 주요 작용 부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면서 “이제 우리는 FGF21이 진정효과를 발휘하는 신경 경로를 더 깊이 탐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논문명: FGF21 counteracts alcohol intoxication by activating the noradrenergic nervous system)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글 LAURA BAISAS & 신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