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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쥐를 깨우는 것은 ‘아아’가 아니다

술 취한 생쥐에 FGF21 주사하자 빠르게 각성
급성 알코올 중독 치료에 활용 가능성

  • 기자명 LAURA BAISAS & 신희승 기자
  • 입력 2023.03.10 11:20
  • 수정 2024.04.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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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GF21을 주사한 생쥐는 알코올로 인한 해로운 효과로부터 더 빨리 각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FGF21을 주사한 생쥐는 알코올로 인한 해로운 효과로부터 더 빨리 각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기름진 음식, 찬물 샤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모두 과음한 사람들이 단번에 술을 깨기 위해 시도하는 것들이다. 사실은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술 깨는 방법은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견디면서 그다음 찾아올 숙취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발견은 술에 취한 사람을 바로 깨울 수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현재까지 생쥐에게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섬유아세포 성장인자(FGF21)에 달려 있다. 섬유아세포 성장인자는 세포의 분열과 성장, 신체 발달, 혈관 형성 및 재생 등에 관여한다.

7일(현지시간)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호르몬을 주사하면 에탄올로 인한 균형 감각 상실 및 바로잡기 반사(동물이 항상 머리를 위로 하여 올바른 상태로 유지하려는 자세 반사) 능력 저하로부터 쥐를 보호하며 술이 깨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FGF21은 인간, 생쥐, 젖소, 다람쥐 및 기타 포유류의 체내에 이미 존재하는 물질이다. 단당류가 발효되어 만들어진 에탄올을 섭취하면 (술에) 취하기 때문에 발효 과일이나 과즙을 섭취하는 동물은 에탄올을 분해할 수 있는 간 효소가 진화하여 FGF21을 생성한다.

굶주림, 단백질 결핍, 과도한 에탄올 섭취와 같은 신체 대사에 대한 스트레스는 생쥐의 간에서 이 호르몬 생성을 유도할 수 있다. 인간에게 술은 가장 강력한 FGF21 유도제이다. FGF21은 알코올 섭취를 조절하고 물 섭취를 유도하여 음주로 인한 탈수 및 간 손상을 예방하도록 한다.

연구팀은 FGF21이 에탄올로 인한 유해한 결과로부터 생쥐를 보호하기 위해 실제로 더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체내 에탄올 분해에 변화를 주지 않고 생쥐가 술 취한 상태에서 각성하도록 자극했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생화학자인 스티븐 클리워는 “우리는 간이 알코올 대사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의식 상실과 조정력 상실을 포함한 술 취한 상태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뇌에 호르몬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주사를 통해 FGF21 농도를 더 높임으로써 술에서 깨는 것을 더 극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보여주었다. FGF21은 각성을 조절하는 뇌의 특정 부위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FGF21은 노르에피네프린성 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알코올 중독에 대응한다. [이미지 출처=최미화 외]
FGF21은 노르에피네프린성 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알코올 중독에 대응한다. [이미지 출처=최미화 외]

연구팀은 간에서 정상적인 양의 FGF21을 생성하는 생쥐에게 중독될 만한 용량의 에탄올을 투여한 다음 FGF21을 주입했다. 추가된 호르몬은 쥐가 협응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FGF21을 주사하지 않은 쥐에 비해 술에서 깨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유전자 변형을 통해 FGF21이 결핍된 생쥐는 에탄올에 노출된 후 바로잡기 반사와 균형 감각을 회복하는 데 다른 쥐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클리워와 연구팀은 또한 FGF21이 생쥐의 청반(locus coeruleus)이라는 뇌 영역의 뉴런에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영역은 각성을 조절하고 신체를 수면에서 깨우는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생성한다.

사람은 알코올을 섭취하면 뇌에서 생성되는 노르에피네프린 양이 증가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FGF21이 이러한 노르에피네프린 증가의 배후에 있을 수 있으며 추가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FGF21을 투여하면 술에 취한 사람이 술에서 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FGF21이 마취제인 케타민, 진정제인 디아제팜 또는 펜토르바르비탈 약물로 인한 진정 작용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이 호르몬이 에탄올만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약물을 주입한 생쥐에게 FGF21을 주사해도 깨어나는 시간에는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FGF21 ‘간-뇌 경로’는 에탄올로 인한 중독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다른 정서적 및 인지적 기능을 조절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은 추가 연구를 통해 이 호르몬이 언젠가 급성 알코올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생화학자인 데이비드 망겔스도르프는 “우리 연구에 의하면 뇌가 FGF21의 주요 작용 부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면서 “이제 우리는 FGF21이 진정효과를 발휘하는 신경 경로를 더 깊이 탐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논문명: FGF21 counteracts alcohol intoxication by activating the noradrenergic nervous system)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글 LAURA BAISAS & 신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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