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철새들은 서식지가 기후변화로 망가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여행 다닐 수 없다. 새들은 이동 시기를 변경하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생태학 저널에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새들은 환경에 맞서 전략을 짜고 있다. 점차 봄철 이동기에 늦게 출발하기 시작한다. 대신 더 빨리 비행해서 제시간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 전략은 전반적인 생존율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있다.
브라이언트 도스만 조지타운 대학 생물학 연구원은 "아메리칸 레드스타트 새가 자메이카 월동지에서 출발을 10일 정도 늦춘 후 최대 43% 더 빨리 이동해 번식지에 도달했다"며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체 생존율도 6% 이상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새들은 속도를 높이기 위해 먹고 쉬는 시간도 줄이면서 비행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시간에 번식지에 도착하기 힘들다. 연구진은 늦게 출발한 새들은 지연 시간의 60%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아메리칸 레드스타트가 번식기가 아닐 때 지내는 자메이카는 기후가 바뀌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점점 더 건조해졌다. 새 먹이인 곤충들이 적어지고 있다. 또 식물들이 더 일찍 개화하고 곤충이 나타나는 시점도 바뀌고 있다. 새들은 식량 환경 때문에 체력을 기를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
도스만은 "철새는 보통 1~2년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엄격한 일정에 따라 행동한다"며 "번식할 기회는 일생에 한두 번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명이 긴 새는 일생 동안 번식하고 유전자를 전달할 기회가 더 많으므로 이동 속도를 높이는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이 작다"고 덧붙였다.
코넬대학교, 메릴랜드대학교, 조지타운대학교 연구팀은 아메리칸 레드스타트의 33년간 이주 데이터를 분석했다. 새에게 추적기를 부착해 자료를 모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예상 출발 날짜와 실제 출발 날짜를 비교하며 시간에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를 확인했다.
페터 마라 조지타운 대학 생물학 연구원은 "동물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과정이다"며 "이번 연구 대상인 새가 기후 변화 때문에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일부 개체군은 국지적으로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드스타트가 월동지에서 겪는 어려움은 번식기까지 이어진다. 레드스타트 개체수는 번식 지역 대부분에서 안정적이고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버드트렌드(ebird trend)에 따르면 캐나다 퀘벡 남부와 미국 북동부에서는 감소하는 추세가 감지된다.
도스만은 "좋은 소식은 새들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며 "그러나 처음에는 대응할 유연성과 전략이 있었을지 몰라도, 점차 대처하는 데 한계가 다가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