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건물 잔해에 갇혀 있다면 구조가 어렵다. 게다가 재난 상황에서 수색 및 구조 작업에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구조 수단을 찾고 있다. 뇌를 기계와 연결한 사이보그 바퀴벌레가 후보 중 하나다.
일본 오사카 대학 기계공학과 연구진은 바퀴벌레가 재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여긴다. 연구진이 최근 사이보그 및 바이오닉 시스템 저널에 발표한 논문은 일부분 제어 가능한 사이보그 마다가스카르 휘파람 바퀴벌레를 소개한다. 연구 성과를 통해 자연재해나 극한 환경 탐사 같은 환경에 사이버네틱스로 증강한 벌레를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보그 벌레 상용화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학자들이 재난 구조용 벌레 구조로 완전한 로봇이 아닌 사이보그 형태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로봇 개발에서 곤충 구조를 모방하는 방법은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연구할수록 생체 모방은 엄청나게 복잡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다리가 여섯 개인 생물을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섰다. 실제 생물을 개조해 증강하는 방식이 더 간단하고 비용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오사카 대학 기계공학 연구진은 바퀴벌레 뇌에 작은 전극을 이식했다. 말초 신경계에 전기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벌레에게 최소한 자극만 주도록 전류를 미세하게 조정했다. 이후 인공지능 머신러닝 프로그램을 사용해 벌레 뇌와 상호작용을 시도했다.
AI로 벌레의 행동 패턴을 파악해 조작하는 방식이다. 예로 들면 바퀴벌레는 본능적으로 장애물 앞에서 멈추거나 어둡고 추운 환경에서 몸을 움츠리기도 했다. 이때 전극으로 벌레가 움직이도록 훈련했다.
바퀴벌레가 실험과정에서 좀비처럼 수동적이지 않았다. 자극은 단지 이동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모리시마 케이스케 오사카대학 기계공학부 연구원은 "로봇을 조종하는 것처럼 사이보그를 제어할 필요는 없다"며 "사이보그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며 이로인해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조작 예시를 들며 "바퀴벌레가 잘못된 방향으로 걷고 있을 때 방향을 바꾸거나, 예기치 않게 멈췄을 때 움직이도록 자극할 뿐이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전류로 자극한다고 바퀴벌레가 정확한 방향을 향하도록 제어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논문은 "평균 탐색률과 이동 거리를 각각 68%와 70%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정지 시간은 78%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로 이동 정확도를 개선하고 벌레 행동을 유도하는 다른 방식을 개발할 계획이다. 미래에는 재난지역에서 컴퓨터 칩을 달고 움직이는 벌레 무리를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Andrew Paul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