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뜨거워진 경험이 있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전자기기를 많이 쓸수록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고성능 전자기기는 방열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기계만 열 배출을 고민하는 게 아닙니다.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집을 키울수록 신체에서 나오는 열을 식혀야 합니다.
프리드리히 실러 대학교 연구진이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는 동물이 근육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식히는 정도에 따라 이동속도가 달라진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체구가 1톤이 넘는 경우에서 추세가 두드러지게 보였습니다. 신체 형태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변화하는 것 입니다.
동물에게 기동력은 중요합니다. 자신의 행동반경에 따라 생활 방식이 달라집니다. 기후변화 등으로 서식지가 많이 파괴되는 오늘날 특히 강조되는 역량입니다. 식량을 얻기 힘들다면 더 멀리까지 찾아다닐 수 있는 종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동물 532종의 데이터로 체급과 이동 속도 간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야생에서 활동하는 개체들의 자료만 사용하고 인간에게 사육 받는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크기가 커질수록 이동 속도도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신체 무게 1톤 이상부터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거대 생물들이 몸이 과열되지 않게 하려고 천천히 움직인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일정부분 방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물속에서도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해양 생물도 몸이 커지면 빠르게 행동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는 건 늑대 같은 중간 정도 크기였습니다.
알렉산더 다이어 독일 통합 생물 다양성 센터 연구원은 "새 연구는 다양한 종에 걸쳐 이동 능력을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한다"며 "크기에 따라서 이동 속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특정 동물의 자세한 생물학적 능력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환경파괴로 파편화된 서식지 사이를 이동할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전 세계 동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집니다. 몇몇은 벌써 뜨거운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시건 대학교 연구진은 2019년 북미에서 철새들이 지속적으로 작아지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은 지구에서 가장 따듯한 8년이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 미리암 하트 프리드리히 실러 대학 연구진은 "우리는 큰 동물들이 예상보다 온난 기후의 서식지 파괴에 더 취약하고 멸종하기 더 쉽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 연구는 추가적인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