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의식하진 않지만, 토양은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식량과 자원이 나오고 홍수와 가뭄 피해를 줄이며 때론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역할도 한다. 현재 땅은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상승으로 생물 다양성이 줄어드는 등 위기에 처해있다. 그런데도 과학자들은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광범위한 대지 속을 일일히 탐지하려면 한계가 있다. 

이탈리아 공과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저널에서 작은 로봇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투명한 씨앗 형태로 흙에서 오염물질, 이산화탄소 수준, 온도 및 습도를 관찰하는 센서다. 생분해성 소재로 만든 기계가 지반 속으로 파고들어가 측정을 시작한다. 스스로 변형하는 소재를 다루는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다. EU가 지원하는 아이시드(I-Seed)에서 후원받으며 개발했다. 아이시드는 하늘과 땅에서 로봇으로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프로젝트다.

로봇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독특한 구조를 가진 두 식물, 남아프리카 제라늄과 페라고늄 아펜디쿨라텀이 도움을 주었다. 복슬복슬한 털 덩어리 같은 씨앗은 습도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본체에서 떨어져 나갈 때 이점을 이용한다. 식물에서 분리되어 지표면 균열에 침투하는 것이다. 떨어지면 공기 중 수분으로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면서 움직인다. 스스로 번식할 공간을 향해 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연구진은 씨앗을 모방하기로 했다. 습한 환경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팽창하는 소재를 기반으로 개발에 들어갔다. 3D 프린터와 전기방사 기술을 응용했다. 용융 적층 모델링(FDM)으로 폴리카프로락톤 전자 기판을 인쇄할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폴리에틸렌 옥사이드 껍질과 셀룰로스 나노결정 코어로 만들어진 전선을 추가했다.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해 땅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전력 공급원 없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토양에 내려놓자 로봇은 수축하고 팽창하면서 지표면 틈새로 이동했다. 그리고 기능을 복제한 씨앗처럼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자신보다 100배 무거운 무게를 견뎌낼 수 있었다. 루카 체치니 이탈리아 공과대학 연구원은 생분해성 로봇을 "배터리가 없이 표면탐사 및 관찰을 할 수 있는 무선 도구"라고 표현했다.

바바라 마촐라이 이탈리아 공과대학 로봇 공학 부국장은 "이번 연구로 지구의 안녕을 해치지 않으면서 관찰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SARA KILEY WATSON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