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과 식물을 좋아하시나요? 단순히 가지만 보고 싫어한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많은 요리 필수재료들이 가지과에 속하고 있습니다. 토마토, 감자, 고추, 가지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이 맛있는 식물 중 하나인 고추에 대한 놀라운 사실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된 식물이었던 것입니다. 이야기는 한 과학자가 식물 화석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뉴 파이톨로지스트(New Phytologist) 저널에 최근 실린 논문에 따르면 고추는 최소 5천만 년 전 미국에서 뿌리내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고추가 1500만 년 전 남아메리카에서 유래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논문의 저자 스테이시 스미스 콜로라도 대학교 식물 연구원은 화석을 증거로 제시합니다. 화석에 드러난 식물은 꽃받침에서 뾰족한 끝 모양이 드러납니다. 고추 식물이 가진 특징입니다.

그는 "전 세계에는 식물이 약 30만 종 있다"며 "이런 꽃받침을 가진 식물은 약 80에서 90종으로 구성된 고추식물군 뿐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추와 흡사한 화석은 최근에 발굴된 화석이 아닙니다. 연구진은 콜로라도 볼더 대학교에서 과거에 발굴되었던 화석을 연구하는 도중 고추 식물과 유사한 형태를 발견했습니다. 이어 보관된 다른 화석들을 조사하면서 덴버 자연과학 박물관에서 또다른 흔적을 찾았습니다. 화석들은 1990년대 발굴되었지만, 고추와 관련한 심도있는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시간의 풍화를 이기고 잘 보존된 이 표본은 미국 와이오밍주 그린리버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약 3400만 년에서 5600만 년 전 신생대 에오세 시기 화석이 주로 발견되는 곳입니다. 이 시기에는 대기 중 탄소량이 현재에 비해 2배에 달했습니다. 알래스카에서 야자수가 자랄 수도 있었고 해수면이 현재보다 500피트 더 높았습니다.

콜로라도에서 고추가 진화했다면 어떻게 남미로 전파되었을까요? 논문 저자들은 새들을 지목합니다. 약 6천만 년 전 장거리 비행이 가능했던 고대 새들이 이동시켰다는 겁니다. 식물을 먹은 새가 장거리 비행 후 배설하며 씨앗을 뿌리거나 몸에 씨앗이 묻은 채로 움직였을 수 있습니다.

기존 연구는 고추가 곤드와나 시기 대륙이 찢어지면서 퍼졌다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곤드와나는 대륙들이 아직 현대 대륙들처럼 나눠지지 않고 서로 연결되었던 시기입니다. 이후 대륙들이 이동하면서 고추도 자연히 퍼지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새들이 식물을 옮겨다 준다면 대륙의 이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논문은 새들은 섬과 섬 사이를 자주 왕래했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발굴로 인해 고추는 갑작스레 가지과 식물 중 연장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스미스는 "우리가 진화 체계에서 짧은 시간 안에 태어났다고 여긴 고추 종이 사실 아주 오랫동안 존재해 왔을 수 있다"며 "새로운 역사를 아직 파악하는 중이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니 다음번에 음식에서 고추를 발견하면 그 속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오랜 역사가 담겨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SARA KILEY WATSON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