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보통 쇠로 이루어진 몸체를 떠올리실 겁니다. 구동기가 단단한 부품들 사이에 동력을 전달해 움직이는 방식이죠. 그런데 다른 구조를 가진 로봇도 있습니다. 딱딱한 부품이 아니라 부드러운 신체를 가졌습니다. 유연한 재료로 이완하고 수축하며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소프트 로봇이라고 불리는 종류입니다.

소프트 로봇을 개발할 때 흔히 동물의 생물학적 기제를 복사합니다. 동물과 유사한 로봇 시제품만으로 동물원을 전부 채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상용화까지 도달하려면 앞으로도 긴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그런 연구진에게 도움을 줄 목적으로 가상 동물원이 탄생했습니다. 제품을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시간을 줄여줄  디지털 소프트 로봇으로 가득한 사이버 공간입니다.

MIT 연구진은 최근 개방형 프레임워크 플랫폼 소프트주(SOFT ZOO)를 공개했습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3D 모델 동물들로 가득한 시스템입니다. 왕쥔쉔 MIT 책임 연구원은 "우리 프레임워크는 이용자가 적절한 로봇 형태를 찾도록 도와준다"며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알고리즘을 제작할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로봇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할 제일 좋은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사한 기능을 가진 플랫폼이 이미 있다고 MIT도 인정합니다. 예로 들자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물 모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프트주는 기존에 비해 발전한 성능을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알고리즘을 시험할 사막, 습지, 눈, 수중 같은 생물군계를 재현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중 물리 엔진도 장착했습니다. 갖가지 환경을 구성할 수 있어 더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 환경에 적응하는 기능은 소프트 로봇이 가진 대표적인 장점입니다. 통제된 실험실과 달리 복잡한 바깥 세계는 로봇이 활동하기 쉽지 않은 곳입니다. 소프트 로봇은 유연성과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무너진 건물이나 빠르게 흐르는 물살 같은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알맞은 기계입니다. 그동안 제작한 소프트 로봇이 잘 작동할지 알아보기 위해 값비싸고 어려운 여러 시스템에 의존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럴 필요 없이 소프트주로 창작물의 몸과 뇌를 조율할 수 있습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다니엘라 루스 MIT 컴퓨터 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소 책임자는 "소프트 로봇의 몸과 이를 제어하는 두뇌를 설계하기 위한 우리의 컴퓨터 공학적 접근 방식은 특정 과업에 맞게 설계된 기계들을 빠르게 최적화하며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밝혔습니다.

가상 환경에서 가동하는 것과 실제 세상에 내놓는 행위에는 큰 간격이 있습니다. 왕쥔쉔은 "근육 모델, 변화하는 강성, 고도화된 센서 등은 현재 기술로 소프트주에 구현하기 어렵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족한 점은 있지만 장점을 가릴 정도는 아닙니다. 소프트주 덕분에 기술자들은 로봇 아이디어를 수월하게 시험할 수 있습니다. 유망한 후보들을 추려 현실에 맞게 개발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Andrew Paul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