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몰입도가 높은 가상현실이라도 냄새마저 구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냄새를 재현하려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VR기기에 향을 더하기 위해 에어로졸과 분무기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계 부피가 커져 불편했고 복잡한 청소작업까지 따라왔습니다.

베이항 대학교와 홍콩 시립대학교 연구진이 9일(현지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은 VR 기술에 냄새를 더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논문에서 두 가지 냄새 VR 장치를 소개합니다. 하나는 코 바로 아래에 착용하는 일종의 패치입니다. 두 번째 장치는 부드러운 마스크 모습입니다. 기능은 유사합니다. 발열체가 파라핀 왁스를 데워 냄새를 내는 구조입니다. 온도를 감지하는 전기저항 부품이 열을 제어하며 다양한 향을 창조합니다. 코 패치는 2가지, 마스크는 9가지 냄새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냄새를 지울 때는 자기유도 코일이 얼굴에서 열을 쓸어내며 냄새나는 왁스를 날려버립니다.

화학으로 냄새를 연구한 자스 브룩스 시카고 대학 연구원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흥미로운 발전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는 논문이 "어떻게 더럽지 않고 액체를 쓰지 않으면서 소형화할 수 있을까 하는 VR 냄새와 연관된 핵심 문제를 다뤘다"고 분석했습니다.

논문에서 기계를 통해 구현한 향기의 종류는 30가지라고 밝혔습니다. 향은 허브 로즈메리부터 파인애플, 팬케이크까지 다양했습니다. 심지어 두리안 열매 같은 다소 불쾌한 향기도 가능했습니다. 11명에게 실험한 결과 93% 확률로 냄새를 감지했습니다.

연구진은 새 기술이 VR을 더 현실감 있게 만들 거라고 기대합니다. 또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같은 냄새를 공유하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문 저자인 싱 유 홍콩시립대학교 연구원은 9일 뉴사이언티스트에 가족과 연인이 냄새를 공유해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는 "엔터테인먼트적 측면에서 보면 VR 사용자는 집에서 다양한 자연환경의 냄새로 야외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9일 후각을 자극하는 도구로 인지 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의 기억력을 회복하거나 일시적으로 후각 능력에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실용화되기 위해서 연구진은 기계의 크기를 줄이려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한 후일 미각을 구현하는 기능도 개발할지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SARA KILEY WATSON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