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서 따스한 햇볕 사이로 펼쳐진 풀밭에 나비가 날아다닌다. 낮에 보는 나비는 상상하기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그런데 1억 년 전만 해도 나비는 야행성이었다. 대다수 나비과 곤충들은 밤에 활동할 때 소수의 돌연변이가 낮 세계에 진출했다. 꽃에서 더 많은 꿀을 먹을 수 있었다. 식물들이 낮에 움직이는 벌에 맞춰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 1만 9000종의 나비가 탄생했다.
과학자들은 나비의 진화 과정은 알았지만 정확한 시점과 위치에 대해서는 몰랐다. 그래서 대규모 DNA 조사를 2019년에 진행했다. 네이처 에콜로지&에볼루션(Nature Ecology and Evolution) 저널에 15일(현지시간) 발표된 논문은 나비들이 북미와 중앙아메리카에서 진화했으며 전 세계로 퍼지면서 공생하는 식물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했다고 밝힌다.
과학자들은 나비 수수께끼를 풀어내기 위해 복잡한 3차원 퍼즐을 해결해야 했다. 다국적 연구진은 나비가 식물과 협력하며 진화한 1억 년의 역사와 2000종 이상의 나비 DNA를 토대로 나비의 진화계통 분류표 분석에 들어갔다.
나비 화석 11개가 연구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나비는 약한 날개를 지녀 화석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희귀한 표본 덕분에 유전자를 비교하는 기준점을 찾아 주요 진화 시점을 추정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나비들은 북아메리카 중부와 서부 사이에서 처음 생겨났다고 밝힌다. 1억 년 전 북아메리카는 서부 내륙 항로(Western Interior Seaway)가 반으로 나누었다. 현재 멕시코 대륙은 북미, 캐나다, 러시아 대륙과 붙어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북측과 남측은 물길로 분리되었다. 하지만 나비들이 건널 수 있는 너비의 수로였다.
나비는 한때 아시아와 북아메리카를 연결했던 베링 육교를 따라 아시아로 흘러 들어갔다고 추측한다. 이후 나비들은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로 퍼져나간다. 당시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된 인도 지역까지 도달한 종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남극에도 나비가 있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따듯했던 시기였다. 고대 호주 나비들은 남극과 닿아있던 호주 대륙이 서로 분리되기 전 건너온 종들이다.
나비가 유럽에 진출한 시기는 다른 대륙보다 늦었다. 아시아 서쪽에서 4500만 년 머무른 나비 중 일부가 유럽으로 건너갔다. 소극적인 이동은 현재 유럽 나비 생태계에도 영향이 보인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아키토 가와하라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 큐레이터는 "유럽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나비 종이 적고 고유종이 드물다"며 "유럽 나비 종은 시베리아와 아시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비는 전 세계로 나간 후 다양하게 발전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거의 모든 현생 나비는 6600만 년 전 공룡들이 멸종했던 과거에도 존재한 종이다. 각 나비는 특정한 식물군과 협력관계를 맺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했다.
가와하라는 "진화 분류표의 시점에서 나비와 식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며 "대부분 나비 과 곤충은 과거 콩 종류 식물과 협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비 조상들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지나며 콩 식물들은 나비 외에도 벌, 파리, 벌새, 포유류와 공생하는 관계를 발전시켰다. 나비도 더 다양한 생물체와 도움을 주고받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식물과 협력하는 방식은 나비가 전 세계적인 규모의 곤충 집단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파멜라 솔티스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 큐레이터는 "나비와 식물의 진화는 나비의 기원 시절부터 깊게 엮였다"며 "둘 사이의 관계는 두 계통 모두에서 놀라운 다양성을 이루었다"고 평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