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이 서로 DNA를 섞으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물은 독특한 거미 종 실러 콜링우디(Siler collingwoodi) 같을지도 모릅니다. 작고 알록달록한 점을 가진 이 깡충거미는 중국과 일본에서 서식합니다. 굶주린 포식자에게 벗어나기 위해 위장 색과 모방 행동을 지녔습니다. 위기에서 개미가 걷는 모습을 따라 하는 속임수를 사용합니다.

개미는 포식자들에게 인기 없는 식사입니다. 맛이 없고 가시, 화학 기피제, 독 등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격적일 뿐 아니라 폭발하기까지 하는 콜로밥시스 손더시 같은 개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포식자 앞에서 개미를 흉내 내는 행동이 유리합니다.

과학자들은 콜링우디 거미의 모방 기술이 얼마나 정확한지, 그리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17일(현지시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런 방어 전략이 늘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다른 포식 거미는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마귀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 후아 정 북경대학교 생태학자는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개미 색상을 모방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실러 콜링우디는 화려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며 "몸 색깔이 실제로 포식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야생 개미 모방 거미를 중국 하이난 남부 지역 네 곳에서 채집했습니다. 개미 다섯 종과 개미를 따라 하지 않는 깡충거미도 가져왔습니다. 

이후 수집한 곤충과 거미류의 이동 방식을 분석했습니다. 속도, 가속도, 이동 방향, 팔다리를 움직이는 양식 등을 조사했습니다. 

대부분 깡충거미와 달리 콜링우디 거미는 개미처럼 기어 다닙니다. 앞다리를 들어 개미 더듬이를 흉내내고 , 복부를 흔들고 다리를 들어 개미처럼 걷습니다. 개미 다섯 종과 비교한 결과 콜링우디는 자신과 크기가 비슷한 개미 세 종과 보행 방식이 비슷했습니다. 

정은 "콜링우디의 걸음걸이와 궤적은 다양한 개미 종과 유사하므로 완벽한 모방은 아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한 개미 종을 완벽하게 따라 하기 보다 일반적인 개미 움직임을 보이면 이점이 있다"며 "개미 종이 다른 서식지를 차지하면 자신들의 활동 범위도 넓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두 포식자를 투입해 위장술이 효과 있는지 검증에 나섰습니다. 상위 포식자 깡충거미 포티아 라비아타와 사마귀를 데려왔습니다. 두 생물은 색 인지 능력에 차이가 있습니다. 포티아 라비아타는 다양한 색을 인식할 수 있지만 사마귀는 단색 시각 구조를 가졌습니다. 

연구진은 두 포식자가 콜링우디를 다른 먹이와 다르게 인지하는지 실험했습니다. 거미가 주로 서식하는 서인도 재스민과 후키엔 차나무를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개미 모방 거미는 차나무보다 재스민에서 더 잘 위장했습니다. 

포식자들은 개미를 모방하는 거미보다 일반 거미를 더 공격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17번 실험 중 포티아 라비아타가 공격한 5번 모두 일반 거미를 향했습니다. 반면 사마귀는 개미를 모방하든 안 하든 동등한 빈도로 위협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웨이 장 베이징 대학 진화 생태학자는 "처음에는 두 포식자가 실험에서 비슷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실러 콜링우지의 개미 모방은 오직 깡충거미 포식자에게만 효과가 있었다"며 "사마귀는 개미 모방 거미와 일반 거미 둘 다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포식자가 부상 가능성을 다르게 고려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보통 사마귀는 먹이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치명적인 부상 없이 개미를 잡아먹을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포식 거미는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합니다.

장은 "포식자 거미가 개미를 무작위로 공격하면 다칠 수도 있다"며 "따라서 거미는 신중한 포식자가 되어 콜링우디와 개미가 확실하게 구분될 때만 공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