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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고 유전자 바꾸는 동물? 문어의 놀라운 변신 기술

두 점 문어, 수온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유전물질 RNA 재코딩
온도 변화에 따라 1일 내로 RNA 편집해 1달 이상 변한 신체 유지

  • 기자명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
  • 입력 2023.06.09 18:52
  • 수정 2024.04.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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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서식하는 두점문어. 온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전자 RNA를 조작하는 반응을 보인다. [사진=Roger T. Hanlon]
캘리포니아에서 서식하는 두 점 문어. 온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전자 RNA를 조작하는 반응을 보인다. [사진=Roger T. Hanlon]

문어는 다재다능합니다. 독특한 위장술을 펼치고 조개껍데기를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체에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수온 변화는 두뇌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문어도 손을 놓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발한 대책이 있습니다.

셀(Cell) 저널에 8일(현지시간) 발표한 논문은 두 점 문어(two-spot octopuse)가 계절별 온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소개합니다. 자신의 유전물질인 RNA를 조작해 뇌에서 다양한 신경 단백질을 생산하는 방법입니다. 연구진은 뇌 보호 체계를 재구축하는 전략이 다른 문어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엘리 아이젠버그 텔아미브 대학교 통계 수학자는 "10년 전에 뭔가 특이한 일이 일어난다는 흔적이 보였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가 없었다.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유전자가 편집되는 부위를 세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RNA 편집이 발생했을 수 있는 신경 조직 부위를 수만 개 발견했습니다. 아이젠버그와 논문의 공동 저자인 로젠탈은 문어와 그들의 신경망 전체로 연구를 확장했습니다. 문어가 온도 변화에서 잘 발달한 뇌를 어떻게 지킬지 알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기체는 돌연변이 DNA가 생기며 오랜 시간 여러 세대에 걸쳐 환경에 적응합니다. RNA 변화는 계절에 따른 온도 차이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방법입니다. 

조슈아 로젠탈 시카고 대학부속 해양생물학 연구소 생물학자는 파퓰러사이언스에 "종종 이런 현상과 크리스퍼 게놈 편집이 대조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크리스퍼 게놈 편집은 DNA를 바꾸는 일으키는 인공적인 과정이며 유기체에 평생 이어지는 영구적인 변화다. 반면 RNA는 일시적으로 달라지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RNA를 편집해 단백질 구조가 바뀌는 과정을 RNA 재코딩이라고 합니다. 문어와 오징어를 제외한 다른 생명체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입니다. 인간은 수백만 개 편집 부위에서 전체 유전자의 3% 정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초형아강(Coleoid)과 발달한 두족류(cephalopod)는 자신 신경 단백질 대부분을 재코딩할 수 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매튜 버크 세인트 프란시스 대학 생물학자는 파퓰러 사이언스에 "두족류 이외 생물군에서 단백질 서열을 바꿔 새로운 물질을 얻는 방법은 주로 돌연변이와 진화다"며 "몇 세대를 통해 수백 수천 년이 걸리지만 RNA 편집은 단 며칠 만에 이루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팀이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두 점 문어는 게놈 서열이 알려진 최초의 문어입니다. 문어 종을 연구할 때 적합한 종으로 여겨집니다. 문어 표본은 실험실과 야생, 두 환경에서 선정했습니다. 야생 문어는 다양한 속도의 온도 변화를 마주합니다. 차가운 수심으로 잠수하거나 밀물이 오면 온도가 급격하게 달라지지만, 계절이 바뀌는 상황에서는 서서히 수온이 변화합니다.

연구진은 먼저 야생에서 잡은 성체 문어를 화씨 71.6도의 따듯한 물과 화씨 55.4도의 차가운 물에 적응시켰습니다. 몇 주 후 적응한 문어의 RNA를 게놈과 비교했습니다.

아이젠버그는 "온도 변화에 따라 수많은 단백질과 부위가 바뀌었다"며 "거의 모든 단백질이 같은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말합니다.

RNA 재코딩은 유전자 게놈의 약 30%에서 발생했습니다. 아이젠버그는 주로 신경단백질에서 변화가 일어났으며 온도 변화에 민감한 부위가 추위에 강해지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문어가 얼마나 빠르게 재코딩을 할 수 있는지 실험에 나섰습니다. 엄지손톱 크기인 어린 문어를 표본으로 정했습니다. 약 20시간에 걸쳐 수조 온도를 섭씨 57.2도에서 93.2도로 서서히 가열하고 반대로 냉각하며 원래 온도로 되돌렸습니다. 온도 변화 전, 직후, 그리고 4일 후 RNA 변화도를 측정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버크는 하루도 되지 않아 변화가 일어났고 바뀐 신체 상태는 한 달 동안 유지되었습니다.

또 신경계 기능에 중요한 두 가지 단백질인 키네신(kinesin)과 시냅토태그민(synaptotagmin)을 관찰했습니다. 그러자 RNA 재코딩이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 다른 기능을 하도록 만든다는 증거도 발견했습니다.

로젠탈은 "이 현상이 물리적인 환경 변화 너머에서도 일어나는지 궁금하다"며 사회적 맥락에 따라 신경계를 재배열한다면 흥미로울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RNA 조작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면 의학적 기술로 응용할 수도 있습니다. 로젠탈과 아이젠버그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RNA 편집이 오피오이드 중독을 치료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중입니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문어의 독특함은 이 8족 동물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합니다. 버크는 "문어에는 가시적으로 보이는 매혹적인 특징들이 있다"며 "이제 문어의 매력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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