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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야경의 대가, 반딧불이가 치르고 있다

야간 조명 빛, 반딧불이 짝짓기 방해
강한 빛으로 수컷 반딧불이가 암컷 반딧불이 빛을 찾기 어려워

  • 기자명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
  • 입력 2023.06.16 18:33
  • 수정 2024.04.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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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에게 빛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실험. 수컷 반딧불이가 빛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암컷 반딧불이를 얼마나 잘 찾아낼 수 있는지 조사했다. [자료=Artificial light impairs local attraction to females in male glow-worms]
반딧불이에게 빛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실험. 수컷 반딧불이가 빛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암컷 반딧불이를 얼마나 잘 찾아낼 수 있는지 조사했다. [자료=Artificial light impairs local attraction to females in male glow-worms]

밤에 공원으로 나가보면 때때로 불빛이 떠다니는 아름다운 광경이 나타납니다. 반딧불이가 비행하며 발하는 녹색 빛입니다. 반딧불이와 곤충은 2000종이 넘으며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서식합니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질지 모릅니다. 대도시에서 조명이 늘어나면서 밤하늘이 계속 밝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뜻 별일 아닌 듯한 현상이지만 반딧불이에 치명적입니다. 익스페리멘탈 바이올로지(Experimental Biology) 저널에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백색광은 수컷 반딧불이가 번식기에 암컷의 빛을 찾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는 반딧불이 개체수에 재앙적인 감소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영국 서식스 대학교 연구진은 밤에 채집한 반딧불이를 대상으로 연구했습니다. 빛에 얼마나 영향받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실험은 수컷 반딧불이를 Y자 모양 미로로 옮겨 아래쪽에 배치하면서 시작됩니다. 이후 암컷의 발광체를 모방한 녹색 LED를 Y자 팔 부분 위쪽에 설치합니다. 연구팀은 수컷 반딧불이가 가짜 암컷을 향해 이동하는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미로 위에 다양한 밝기의 조명을 배치했습니다. 곤충이 마주치는 여러 발광체를 재현하는 빛입니다. 25룩스 정도인 달빛에서 145룩스 강도인 가로등 빛까지 구현합니다. 

가장 희미한 백색광에도 수컷 반딧불이 중 70%만 가짜 암컷에게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가장 밝은 빛 앞에서는 오직 21%만 성공했습니다. 백색광 앞에서 짝을 찾아도 도달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완전히 어두울 때 약 48초면 수컷이 암컷에게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가장 약한 백색광을 쬐면 약 60초가 걸립니다.

미로 바닥에 조명을 비추면 수컷이 현혹됩니다. 녹색 불빛을 향해 이동하기보다 바닥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어두운 조건에서는 바닥에 약 32초간 머물렀지만 밝기가 강해지면 81초로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연구진은 수컷 반딧불이의 머리 보호막이 백색광을 막지 못했다고 설명합니다. 선글라스처럼 눈을 보호하는 머리 보호막은 곤충이 보는 밝은 빛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인공조명이 강한 나머지 빛을 충분히 여과하지 못했습니다.

반딧불이들은 빛을 받을 때 실험 시간의 25% 동안 눈을 가리며 그늘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미로가 어두운 환경에서는 실험 시간의 약 0.5%에서만 이런 행위를 보였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제러미 니븐 서섹스대학교 동물학자는 "수컷 반딧불이가 머리 보호막 아래 눈을 감는 행위는 백색광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것이다"며 "이는 반딧불이가 백색광을 매우 싫어한다고 암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밤에도 야경이 계속해서 밝아지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암컷 반딧불이 빛을 알아보기 힘들어집니다. 빛 공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공안전을 위한 야간 조명 외에 불필요한 빛을 줄이고, 흰색에서 더 차분한 빨간색 전등으로 전환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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