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말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달릴 때 운동용 장비를 이용합니다. 사람은 운동화를, 말은 편자를 장착합니다.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말은 사람과 달리 발가락이 없고 단일한 발굽만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 저널에 21일(현지시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말의 조상들은 발굽이 여럿 달린 발가락을 지녔습니다.
최초의 말 조상은 약 5600만 년 전 화석에서 등장합니다. 초기 말은 대부분 땅에 닿는 세 발가락이 있었습니다. 체중은 주로 중간 발가락이 지탱했으며 나머지는 평상시 공중에 살짝 떠 있었습니다. 예외적으로 에오세 시기 동안 생존했던 히라코테리움(Hyracotherium)은 앞 발가락이 네 개였습니다.
말, 당나귀, 얼룩말 등 오늘날 말과 동물들은 발가락이 하나뿐입니다. 기존 가운뎃 발가락은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각질 발굽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발굽 밑바닥에는 삼각형 홈과 개구리 발굽이라고 불리는 부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말이 걷거나 뛰거나 질주할 때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입니다.
영국, 미국, 네덜란드에서 모인 국제 과학자들은 말의 진화를 탐구했습니다. 현대 말발굽 자국과 발뼈 그리고 화석을 분석해 진화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크리스틴 제니스 브리스톨대학교 고생물학자는 "사라진 손과 발뼈 부위인 상부는 중앙 뼈와 융합된 부분 뼈로 관찰되지만, 손가락과 발가락은 어디에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이어 "후기 화석에는 발가락이 앞뒤로 세 개뿐이었다"라며 "여분의 발가락인 옆 발가락은 작고 짧았으며 보통 땅에 닿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미끄러지거나 강한 충격이 오면 지지기반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은 말이 진화하면서 발가락이 사라졌다는 가설을 주장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가설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 앨런 빈첼렛 세인트존스신학교 생물학자는 "현대 말은 옆 발굽의 몸 중심부에 가까운 근위부(윗부분)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2018년 초 발표한 논문이 주장한 것처럼 중심 외 말초 부위(아랫부분 또는 발가락)는 단순히 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 논문은 현대 말이 지닌 옆 발가락이 중앙 발가락 속에서 남아 개구리 발굽 모양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합니다. 멸종한 세 발가락 말인 히파리온의 발굽 자국 연구를 토대로 내린 결론입니다. 히파리온은 현대 말의 직계 혈통에 속하며 탄자니아 라에톨리에서 약 370만 년 전 화석으로 발굴된 바 있습니다.
히파리온은 발굽에 개구리 발굽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대 종의 옆 발가락이 개구리 발굽으로 변했다는 주장에 무게를 더합니다. 하지만 단언하기는 이릅니다. 개구리 부위가 있는 모든 현대 말에서 진화의 흔적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또 발가락이 세 개인 말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화석들에서 개구리 부위가 흔히 관찰되기도 합니다.
제니스는 "현대 말종이 발굽 안의 잔재로 원래 발가락들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은 참신하고 매력적이지만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진은 말발굽 속 개구리 부위가 옆 발가락과 독립적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구조는 동물이 움직이는 동안 견인력을 제공하고 충격을 흡수합니다.
발가락이 하나인 말은 세 개인 말과 발이 다른 모양입니다. 타원형 대신 둥근 원 형태를 띱니다. 이런 발가락 차이는 서식지 또는 체중 분포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