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오랫동안 말을 이동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 장거리를 통과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동물 위에 올라탔습니다. 다른 동물 위에 올라타는 방법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제넷은 코뿔소 등에 자리 잡고 이동하며 왜가리는 하마를 발판으로 삼기도 합니다.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은 이동하기 위해 꿀벌에 기생할 수 있습니다. 독특하게도 자기 몸을 타인에 고정하기 위해 자기장을 생성합니다.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저널에 21일(현지시간) 게재한 연구는 예쁜꼬마선충의 개성적인 면모를 소개합니다. 전기장으로 실험실 페트리 접시나 다른 동물을 향해 뛰어오르는 곤충입니다. 전기장 덕분에 공중을 활공하며 전하를 지닌 다른 동물에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몸에 전기장을 지닌 땅벌은 예쁜꼬마선충이 기생하기 좋은 상대입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타쿠마 스기 히로시마 대학교 생물물리학자는 "곤충이나 벌새 같은 꽃 수분 매개체들은 보통 전하를 띈다고 알려져 있다"며 "꽃가루는 수분 매개체와 식물 사이에 형성된 전기장에 끌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전기장이 다른 동물 간 상호작용에도 역할을 하는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의 시작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예쁜꼬마선충이 페트리 접시 뚜껑에 붙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의아하게 여긴 연구원들은 카메라로 표본을 관찰했습니다. 촬영한 영상에서는 벌레가 접시 바닥에서 천장으로 뛰어오르는 모습이 기록되었습니다. 더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유리 전극에 벌레를 올려놓았습니다. 한번 전력이 주어지자 벌레가 다른 전극으로 건너뛰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이동속도는 초당 0.86미터로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등했으며, 전기장이 강할수록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벌에 탑승하기 위해 자기 능력을 활용합니다. 땅벌이 가까이 다가오자 예쁜꼬마선충은 꼬리를 세우고 벌 위에 올라탔습니다. 벌레들이 서로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겹쳐서 일렬로 나열한 다음 한 번에 뛰어오른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한 번에 80마리가 동시에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스기는 "예쁜꼬마선충은 몸과 기질 사이의 표면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꼬리를 세운다"며 "그로 인해 지나가는 물체에 더 쉽게 부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둥 형태일 때, 한 벌레가 다수를 들어 올려 모든 기둥 위 벌레를 옮기면서 전기장을 가로지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땅벌 외에 다른 벌레나 달팽이에도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전기장이 없으므로 직접 접촉해야 합니다. 날개 달린 비행 곤충에도 올라탈 수 있습니다. 그동안 예쁜꼬마선충이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비행 곤충의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는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비행하는 곤충은 날아가며 100pC 정도 전하를 축적합니다. 예쁜꼬마선충이 정전기력으로 땅벌까지 도약할 만한 전력입니다.
왜 예쁜꼬마선충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아직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연구진은 유전적 원인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예쁜꼬마선충과 생물학적으로 밀접한 벌레 종을 언급합니다. 전기장을 감지할 수 없는 돌연변이는 정상 개체보다 덜 뛰어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행위의 배후에 어떤 유전자가 있는지, 다른 생물도 전기를 사용해 이동하는지 파악하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