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은 긴 팔과 붉은 털을 가진 유인원입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열대우림에서 서식합니다. 과학자들은 오랑우탄의 독특한 발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27일(현지시간) 발표된 논문은 오랑우탄이 두 가지 소리를 동시에 낼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연구진은 발성 구조가 단순히 특이한 동물 습성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발성 체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려줄 자료라고 여깁니다.
오랑우탄을 연구하기 위해 학자들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에 출장 나갔습니다. 두 오랑우탄 집단을 약 3800시간 동안 관찰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모든 오랑우탄이 두 가지 소리가 동시에 나는 발성법을 사용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아드리아노 라메이라 워릭대학교 심리학자는 "인간은 입술, 혀, 턱을 사용해 자음 소리를 내고 날 숨으로 후두 성대를 활성화해 모음 소리를 만든다"며 "오랑우탄도 두 형태의 소리를 동시에 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르네오에서 대형 수컷 오랑우탄은 전투적일 때 두 가지 소리를 함께 지릅니다. 또한 수마트라에서도 암컷 오랑우탄은 포식자로부터 위협을 알리기 위해 두 소리를 한꺼번에 내뱉습니다.
라메이라는 "서로 다른 두 오랑우탄 개체군에서 한 번에 두 음을 내는 방식이 관찰되었다"며 "이 방식이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증거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간도 목소리와 단순 소음을 동시에 낼 수 있습니다. 비트박스가 대표적입니다. 힙합의 복잡한 비트를 모방한 음악을 의미합니다. 목소리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노래에 비해 입, 혀, 입술, 성대 등 다양한 신체 부위를 사용합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마들렌 하두스는 "인간이 해부학적으로 비트박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은 그 능력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며 "이제 우리 조상의 진화가 해답일 수 있다고 알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야생 유인원들의 발성 조절 능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과소 평가됐다고 주장합니다. 새 역시 두 가지 소리를 동시에 낼 수 있어 주목받았습니다. 하더스는 "새도 두 가지 소리를 내며 노래해 사람의 발성과 연관 짓게 된다"며 "하지만 새는 신체 해부학적 구조가 인간과 유사하지 않기 때문에 새소리와 인간의 언어를 연결 짓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팀은 초기 인류의 언어가 지금처럼 자음과 모음 구조로 발달하기 전에 비트박스 같은 음이었을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라메이라는 "이제 우리는 이 발성 능력이 유인원 습성의 일부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진화적 연관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