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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벌레를 기계 부품으로? 논란 속 생명체 활용 공학

죽은 거미 사체로 집게 만든 네크로로보틱스
일본 연구진, 살아있는 공벌레와 다판류 연체동물 활용한 집게 제작
생명을 이용하는 공학의 윤리성, 효율성 비판 목소리도 존재

  • 기자명 Andrew Paul 기자 & 육지훈 기자
  • 입력 2023.07.04 17:49
  • 수정 2024.04.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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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벌레를 집게로 사용한 장면 [사진=TADAKUMA MECHANISMS GROUP / TOHOKU UNIVERSITY]
공벌레를 집게로 사용한 장면 [사진=TADAKUMA MECHANISMS GROUP / TOHOKU UNIVERSITY]

시체를 조종하는 기술은 공포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현재 로봇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주제입니다. '네크로로보틱스는 죽은 사체를 로봇 설계에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라이스 대학교 연구팀은 작년 거미 사체로 집게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몸 질량의 130%에 이르는 비대칭 물체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살아있는 생물을 로봇 부품으로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여러 일본 대학교가 협력해 개발에 나섰습니다. 도호쿠, 야마가타, 게이오대학 연구진은 이달 초 arXiv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자료에는 살아있는 공벌레와 다판류 연체동물을 해치지 않고 집게로 사용하는 방법이 담겨있습니다. 방어 자세를 취하는 동작과 흡입 능력을 응용한 원리입니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3D프린팅으로 제작된 하네스가 보입니다. 유연한 실로 묶인 공벌레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실 개수에 따라 공벌레 자세가 바뀝니다. 1개면 닫힌 방어 자세로 굴러가려 하고 2개일 때는 굴러가는 대신 걷는 형태를 띱니다. 다판류 연체동물을 부착하는 작업은 좀 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곤충껍질에 제거할 수 있는 에폭시 접착제를 발라야 했습니다. 그 결과 공벌레와 다판류 연체동물로 물체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논문에서 "이 접근법은 특정 신체 부위가 가진 구조와 움직임을 유기체에서 분리하지 않고 활용해 기존 방법론에서 벗어나 생물의 생명과 무결성을 보존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래에 수행할 연구에서 인지능력이 높은 동물을 다룰 때 생명윤리 규칙과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생명체를 사용하는 연구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있습니다. 제임스 타이너 켄트주립대학교 연구원은 네크로로보틱스가 실용적인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아직 길들지 않은 종을 가축화하는 정도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로봇 안에 살아있는 유기체를 적용하는 방법이 효율적인지 질문합니다. 생물을 응용하는 다른 방법인 생체 모방 기술이 로봇 공학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판류 연체동물을 집게로 사용한 사진. 손으로 든 막대 끝자락에 생물을 에폭시로 고정했다. [자료=]
다판류 연체동물을 집게로 사용한 사진. 손으로 든 막대 끝자락에 생물을 에폭시로 고정했다. [자료=TADAKUMA MECHANISMS GROUP / TOHOKU UNIVERSITY]

조세핀 갈리폰 야마가타 대학 분자 생물학자는 생명체 기반 로봇 기술을 옹호합니다. 그는 "바다 밑바닥에 갇힌 로봇이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즉석에서 집게 능력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며 "로봇이 처음부터 도구를 만드는 대신 생물의 도움을 받고, 생명체는 그 대가로 더 먹이가 많은 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갈리폰은 생물과 기계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호작용을 구축하면 생물학과 로봇공학 모두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생물 응용 기술이) 물체를 집어 옮기는 작업 등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런 유기체 벌레들이 주변 세계를 어떻게 인지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새 기술을 인류가 말과 편지 배달 비둘기를 사용한 사례에 비유했습니다.

타이너는 기술의 가치뿐만 아니라 윤리적 문제도 언급합니다. 생명체를 도구로 사용하는 작업에 반감을 느낀다고 고백했습니다. 작년에 라이스 대학이 제작한 거미 사체 로봇을 보고 "삶과 죽음이 자본의 회로에 종속될 징조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내가 공벌레의 악력에 의존하는 생명공학 기술을 편안하게 이용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갈리폰과 연구팀은 "우리는 모든 종류의 동물을 다룰 때 주의를 기울이고, 최대한 동물의 고통을 피하고자 자기 행위를 돌아보는 수행을 하고 있다"고 논문에 게시했습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Andrew Paul 기자 & 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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