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 활동한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재다능한 인물이었습니다. 발명가로서 피뢰침과 쌍안경을 제작하고 미국 독립 혁명 기간에는 프랑스 외교관으로 일했습니다. 지폐에도 그가 업적을 남겼습니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프랭클린은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였던 조국이 사용할 지폐를 250만 장 인쇄했습니다. 훗날 미국 화폐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돈입니다. 제작 과정에서 위조를 방지할 기술도 그가 고안해냈습니다.

노트르담 대학교 연구진은 1709년부터 1790년대까지 발행된 지폐 표본 600개를 분석했습니다. 그중에는 프랭클린이 인쇄소에서 만든 지폐도 있지만 위조지폐도 포함되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 카차투르 마누키안 노트르담 대학교 연구원은 "벤자민 프랭클린은 식민지가 정치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재정적으로 홀로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영미 식민지로 가져온 은화와 금화는 대부분 수입한 공산품 지출로 빠르게 유출되었기 때문에 경제를 확장할 충분한 화폐 공급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조 범죄는 13개 식민지가 지폐를 운용하기 힘든 원인이었습니다. 화폐는 오래된 제도로 기원전 618년~907년 중국 당나라에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728년 당시 식민지에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라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전통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금과 은이 없었기 때문에 지폐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었습니다. 표준화된 지폐가 없었기 때문에 위조범들은 가짜 지폐를 진짜처럼 사용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프랭클린이 보안 기능 개발에 나선 이유입니다.

마누키안은 " 지폐가 신뢰받기 위해 프랭클린은 위조범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야 했다"며 "하지만 프랭클린이 개발한 인쇄 체계와 방법을 기록한 장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물리학 기술로 기록 일부를 복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진은 분광 장비 등으로 프랭클린이 제작한 지폐에서 섬유, 잉크, 종이를 자세히 조사했습니다. 프랭클린 지폐는 물감이 다른 위조품과 달랐습니다. 칼슘과 인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견된 것입니다.

프랭클린은 흑연으로 만든 특수한 검은색 염료로 지폐를 인쇄했습니다. 반면 일반적인 인쇄물은 식물성 기름인 램프 블랙(Lamp black)을 태워 만든 물감으로 제작했습니다. 위조범과 프랭클린과 관계없는 인쇄소가 뼈를 태워 만든 본 블랙(Bone black) 물감을 주로 이용한 것과도 대비됩니다.

프랭클린 인쇄소는 지폐 종이에 백운모로 이루어진 투명한 물질도 첨가했습니다. 연구진은 초기에 프랭클린이 인쇄한 종이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백운모를 더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다 위조 방지에도 도움이 되자 지속해서 넣은 것입니다.

마누키안은 물리학 실험실에서 귀중한 기록 자료를 다루는 사례는 드물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학제 간 벽을 뛰어넘는 연구가 중요하다는 증거가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 같은 자료 분석에 관심이 있는 과학자는 거의 없다. 어떤 경우에는 (연구 표본이)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희귀품일 때도 있다. 극도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고 손상해서는 안 된다. 제약으로 인해 많은 물리학자가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