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번식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합니다. 오줌 냄새를 신호로 사용하는 기린, 파리를 속여 수분하는 데이지꽃 등 특이한 방법도 많습니다. 나방은 향기로 이성을 매혹합니다. 과학자들은 수컷 나방이 구애할 때 내뿜는 페로몬 화학물질을 분석했습니다. 나방 사이에 단거리 소통이 진행되는 방식을 커런트 바이올로지 저널(current biology)에 1일(현지시간) 게재했습니다. 

짝짓기에 사용되는 수컷 나방 페로몬 혼합물은 35년 전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기계로 수컷 페로몬 화합물을 분리하자 과거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성분들이 드러났습니다. 메틸 살리실산이 한 예시입니다. 보통 식물이 사용하는 성분입니다. 초식동물에게 뜯어먹힐 때 방출됩니다. 몸 내부에서 치료제 역할을 하고 외부에서는 초식동물의 위치를 노출해 포식자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맡습니다. 

나방과에 속한 곤충들은 북미와 남미에 걸쳐 약 350종에 달하는 식물을 먹이로 삼습니다. 담배 싹나방이라고 불리는 클로리데아 비레센스(Chloridea virescens) 나방 수컷은 페로몬 혼합물에 메틸 살리실산이 들어갑니다. 연구진은 수컷이 강력하다고 과시하는 화학적 방법이라고 추정합니다. 먹이인 식물의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실험실에서 인공 먹이로 키운 나방에서 메틸 살리실산은 소량 발견되었습니다. 반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잡은 야생 나방은 다량의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수컷은 메틸 살리실산을 페로몬 신체 기관에 저장합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코비 샬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곤충학자는 "근거리 상호작용은 암컷이 같은 종의 수컷을 인식하게 만드는 인지와 짝을 선택하는 과정에 관해 통찰력을 준다"며 "이런 신호를 통해 암컷은 수컷 개체의 이력에 대해 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성간 만남에서 암컷 나방이 처음 냄새를 발산합니다. 지방산으로 구성된 페로몬으로 먼 거리에 있는 수컷을 유인할 수 있습니다. 반응하는 수컷은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페로몬을 방출합니다. 암컷은 더듬이에 달린 냄새 수용체 두 개로 화학물질을 감지합니다. 이어 수컷의 향으로 관계를 맺을지 말지 결정하게 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수컷이 내는 메틸 살리실산이 줄어들면 짝짓기 성공률도 떨어졌습니다. 다시 수컷에 메틸 살리실산을 투여하자 성공률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샬은 "수컷 나방 페로몬 혼합물에서 메틸 살리실산을 발견해 놀라웠다"며 "연구는 수컷 나방이 유충일 때 식물을 씹어먹거나 성충이 되어 꽃꿀을 마시면서 메틸 살리실산을 흡수한다고 말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수컷 나방은 메틸 살리실산에 반응하는 암컷 기호에 맞춰 성적 신호를 진화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기사는 popsci.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번역은 파퓰러사이언스코리아 소속 기자가 도왔습니다.

/ 글 Laura Baisas 기자 & 육지훈 기자